가방을 끌고 가는 아이들
가방을 끌고 가는 아이들
  • 임현택 <수필가>
  • 승인 2015.11.17 1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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生의 한가운데
▲ 임현택

어둠이 깔리고 도로에 수은등이 켜지기 시작하면 동생 부부는 귀가를 한다. 주방에 달그락 거리는 소리로 새벽을 열고, 퇴근길이면 피곤한 몸을 이끌고 시장 보느라 발걸음은 걷는 게 아니라 뛰어 다닌다.

끙끙 앓는 소리가 방안을 맴돌다가도 알람보다도 먼저 일어나 또 하루를 그렇게 연다. 단 한순간도 쉬지 않고 흘러가는 시간처럼 언제나 똑같은 어른들의 일상. 그러나 아이들의 일상은 수시로 변화한다.

맞벌이 하는 동생 부부에게 고민 보따리가 생겼다. 주 5일 수업으로 중학생 아들과 아직도 엄마의 손길이 필요한 늦둥이 초등학생 딸이 있는 동생은 주말이면 아이들 염려로 안달이 난다. 게임에 빠진 아들, 만화영화보다 온 동네를 뛰어다니면 노는 게 더 좋은 작은아이 때문에 엄마 목에 걸린 휴대폰은 우리네보다 더 바쁘게 울어댄다.

주중의 학습지도 주말로 옮기고 인터넷과외는 물론 학원으로, 체육관으로 아이들은 아이들 말대로 뺑뺑이 치느라 정신이 없단다. 그중 체육관에서는 맞벌이 부모를 위해 주말이면 아이들 보호차원으로 영화를 보여주며 관리를 하고 있다. 그러나 주말의 체육관은 의무가 아닌 자유이기 때문에 선택은 아이들의 몫인지라 맞벌이 부모들은 반 강제로 체육관으로 밀어넣기도 한다. 그러다보니 토요일이면 저학년 아이들과 부모들은 체육관에 보내기 위해 실랑이가 벌어진다.

얼마 전만 해도 사교육기관에서 토요일이 오전 수업내지는 간식을 제공하여 부모들은 조금은 안심하고 일을 할 수가 있었다. 그러나 사교육도 주 5일제로 변수가 생기면서 요사이 주말이면 부모들은 조급함에 시시때때로 전화기에 불이 난다. 배고픈 아이처럼 연신 울려대는 아이들 목에 걸려있는 휴대폰. 아이들도 부모도 족쇄 아닌 족쇄가 돼버렸다. 무엇보다도 힘겨운 건 가끔 주말에 특기시험이라든가 자격증시험이 있는 날이면 동행자를 찾느라 온 집안 식구들을 동원한다. 이렇게 맞벌이 부부는 밝은 면과 어두운 면의 갈림길에 서 있다.

요즘 학원은 예전 우리네 동네 학원과는 확연하게 다르다. 아이들이 학원에 들어오는 순간 부모의 핸드폰 알림으로 입실여부를 알려준다. 그럼에도 맞벌이 저 학년 부모들은 주말이면 온통 아이들에게 신경을 쓰고 있는 상황이다. 당연 자영업자들 부모의 걱정은 일의 능률도 떨어뜨린다.

요즘처럼 워킹맘들이 대세인 현실. 매순간 변하는 날씨처럼 어디로 튈지 모르는 럭비공 같은 아이들 때문에 부모가 끌어안은 두 가지 걱정 중 하나는 아이들의 안전 그리고 경제적 부담을 온몸으로 체감한다고 한다. 당연 부모들은 제 무게를 감당하지 못하고 휘청거리다 직장을 그만두거나 도우미로 해결할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맞벌이로 인하여 학원으로, 과외수업으로 뛰어다니는 아이들. 일부에서는 아이들의 특기개발과 독립성을 키울 수 있어 좋다고 하고 또 한편에서는 아이들을 너무 밖으로 내 몰고 있는 게 아니냐는 염려 아닌 염려를 하고 있는 아이러니한 상황이다. 저학년 워킹맘 사이에서는 고수입이 아니면 아예 집에서 아이들을 돌보는 게 이익이라는 말까지 돌고 있는 현실이다. 엄마가 사회생활을 하려면 모든 사원과 동등해야 하므로 자연스레 아이들의 문제를 돈으로 해결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오히려 수입보다 지출이 더 많아지는 상황이 벌어지기도 한다. 나이와 상관없이 벌어지는 현실의 아픔이지만 아픔을 해결할 방법은 없는 건지.

그렇게 사교육비로 짓눌린 부모들의 주머니는 점점 비워지고 아이들의 가방은 점점 무거워지고 있다. 가방을 끌고 가는 아이들의 빛과 그림자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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