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장애인의 날' 집회서 모욕 발언 논란…장애인 단체들 반발
경찰, '장애인의 날' 집회서 모욕 발언 논란…장애인 단체들 반발
  • 뉴시스 기자
  • 승인 2015.04.20 1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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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로경찰서 A모 경비과장 "장애인의 생일 같은 장애인의 날"
의무경찰들에겐 "여러분도 장애인이 될 수 있다" 발언
A 과장 "배려 차원에서 한 말" 해명
지난 주말 세월호 추모집회 이후 경찰의 과잉 진압 논란이 일고 있는 가운데 이번에는 장애인 단체 집회를 관리하던 중 모욕감을 느낄 만한 발언을 해 공분을 사고 있다.

20일 '420장애인차별철폐공동투쟁단(420공투단)'과 경찰 등에 따르면 이날 장애인의 날을 맞아 장애인 권리증진 보장 등을 요구하는 집회를 벌이던 중 종로경찰서 A모 경비과장이 "오늘은 장애인들의 생일 같은 장애인의 날"이라고 언급했다.

더 나아가 A 경비과장은 집회 참가자들을 막고 있던 의무경찰들에게 "여러분도 장애인이 될 수 있습니다. 그러니 장애인들은 안전한 위치로 이동시켜달라"고 지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70여개 장애인·인권 관련 시민단체로 구성된 420공투단은 전날인 19일부터 이날 오전까지 대학로 일대에서 1박2일 투쟁을 벌인 뒤 종로구 보신각으로 행진을 벌였다.

420공투단은 오전 10시께 보신각 옆 도로 한 차선에 인천의 장애인 시설에서 온몸에 멍이 든 채 숨진 A씨의 운구차를 대놓을 예정이었다.

하지만 갑자기 집회에 대응하던 종로경찰서 측이 서장의 명령이라며 운구차를 못 대게 막아 마찰이 빚어졌다. 이 과정에서 모욕적인 발언이 나왔다고 420공투단 측은 설명했다.

420공투단 관계자는 "우리에게 굉장히 모욕적이고 조롱하는 듯한 말을 했다"며 "미리 합의된 부분을 허용하지 않아 충돌이 일고 있는 상황에서 그런 말을 해 참가자들을 흥분하게 했던 것 같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휠체어는 장애인 당사자들에게 몸이나 마찬가지인데 휠체어를 무리하게 잡아서 못가게 한다거나 방패를 비스듬히 세워 휠체어가 넘어질 수 있는 대응을 했다"고 주장했다.

이 같은 발언을 한 경비과장은 지난 16일부터 주말에 걸쳐 진행된 세월호 1주기 관련 집회에 대응할 하며 '우리 경찰 잘하고 있다' 등의 집회 참가자들을 자극하는 발언으로 논란을 야기했다.

이에 대해 구은수 서울경찰청장은 기자들과 만나 "현장 지휘관이 경솔했고 잘못한 것"이라며 "차분하고 의연하게, 정제된 용어가 사용될 수 있도록 평상 시 교육해야한다"고 대신 사과하기도 했다.

해당 과장은 뉴시스와의 통화에서 "경찰의 날은 경찰의 생일이란 취지에서 장애인의 날은 장애인들의 생일 같은 날이라고 한 것"이라며 "(경찰이) 장애인들의 인권과 안전을 최우선으로 하고 최대한 협조해야한다는 기조 아래 대응했다"고 해명했다.

이어 "경찰관들 모두가 장애인의 마음을 이해하고 장애인의 입장에서 집회를 최대한 보장하고 배려해야한다는 차원에서 한 말이었다"며 "본래 의도와 달리 왜곡된 부분이 있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한편 420공투단은 이날 오전 보신각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장애등급제와 부양의무제 폐지, 중증 장애인에 대한 24시간 활동지원 서비스 보장, 저상버스 확대 등 이동권 보장, 중증장애인 공공고용제 도입, 특수 교사 충원 등 13개 정책을 요구했다.

장애인 가구의 상대적 빈곤율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의 3배 수준이며 장애인 가구 소득은 전국 월평균 소득의 53.3%에 그치는 현실 등을 근거로 제시했다.

이들은 보신각 앞 기자회견을 마친 후 을지로입구를 거쳐 청계광장까지 1개 차로를 이용해 행진을 벌였다. 이어 광화문 광장에서 민주노총의 4·24 총파업 지지 표명을 한 뒤 일정을 끝맺을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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