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뱃갑 경고그림 의무화, 제조사·편의점 '당혹'
담뱃갑 경고그림 의무화, 제조사·편의점 '당혹'
  • 뉴시스 기자
  • 승인 2015.02.26 16: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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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뱃갑의 경고 그림 의무화 법안이 국회 상임위를 통과하자 담배제조사와 판매업체 등이 당혹스러움을 드러냈다.

국내 제조사의 경우는 특별한 입장은 없다며 애써 안타까움을 드러내지 않으려는 반면 외산 담배 제조사들은 이미 상임위를 통과한 만큼 차분히 준비하겠다는 반응이다.

보건복지위는 26일 전체회의를 열고 담뱃갑에 경고 그림을 부착하도록 한 국민건강증진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이르면 2월 임시국회 내 처리도 가능할 전망이다.

개정안에는 담배 제조사가 흡연의 위험성을 경고하는 그림과 문구를 담뱃갑 앞·뒷면 면적 50% 이상 크기로 넣도록 하고, 경고 그림 비율은 30% 이상을 차지하도록 했다.

또 담뱃갑에 들어가는 경고 문구에 "다른 사람의 건강을 위협할 수 있다"라는 간접흡연의 폐해를 지적하는 내용의 문구도 추가하도록 했다.

이날 이 같은 결정이 내려지자 KT&G 관계자는 "특별한 입장이 없다"고 밝혔다. 아직 국회통과 처리를 앞두고 마지막 희망을 버리지 않은 듯 최대한 신중한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이미 가격 정책으로 담뱃값이 2000원 이상 올랐고, 비 가격 정책으로 금연문구와 경고그림이 사실상 통과를 앞두면서 KT&G의 경영상 빨간불이 켜진 상태다.

다만 정부와 담배 제조사의 준비를 위해 법안 공포 후 1년6개월의 유예 기간을 두도록 하면서 시간을 벌은 점은 다행이다. 또 구체적인 경고 그림 종류는 복지부가 정하는 만큼 경고 그림의 수위가 정해지지 않아 아직 향후 추이를 지켜보겠다는 입장이다.

한국필립모리스 관계자는 "유예기간이 18개월이 있기 때문에 거기에 맞춰서 천천히 준비하겠다"면서 "매출의 경우도 아직 혐오 그림 단계가 정해지지 않았고 외국의 경우도 사례에 따라 좀 다르기 때문에 좀 더 지켜봐야할 것 같다"고 말했다.

이처럼 담배업계 전반적으로 가격인상과 더불어 경고그림 도입 등으로 인해 매출에 어느정도 타격이 있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담배 판매 마진에 기대고 있던 판매업체들과 편의점 등 영세 자영업자들도 매출 하락의 우려를 숨기지 않았다.

편의점 업계 관계자는 "경고 그림의 경우 소비자들이 금연과 절연의 계기가 되기 때문에 매출에도 일부 영향이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담배 판매점 관계자는 "전체 수익에서 담배가 차지하는 비중이 높은데 경고그림을 삽입한다는 것은 영세 자영업자들을 고려하지 않은 처사"라면서 안타까움을 토로했다.

복지부는 경고 그림 도입으로 현재 42.1%인 성인 남성 흡연율을 2020년까지 29%로 낮출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경고 그림 도입의 실효성에 대해서도 의문이 제기되기도 한다.

2001년 경고그림을 도입한 캐나다의 흡연율 감소추세를 보면 도입 전에는 5년간 연평균 1%p이던 흡연감소율이 도입 후에는 연평균 0.4%p 감소에 그쳐 오히려 완만해졌다.

2005년 경고그림을 도입한 태국은 도입 전후 5년간 연평균 흡연감소율이 각각 0.2%p와 0.1%p로 큰 차이가 없었다. 싱가포르와 베네수엘라는 경고그림 도입 전 5년간 평균 0.3%p의 흡연감소율을 보였으나 도입 후에는 흡연율이 오히려 증가했다.

2002년 경고그림을 도입한 브라질은 2004년과 2008년에 걸쳐 경고그림의 내용을 더욱더 끔찍한 그림 등으로 바꿔 표현 강도를 높였다. 하지만 2002년 13.5%이던 흡연율이 2009년에는 13.2%를 기록해 6년 동안 단 0.3%p 감소하는데 그쳤다.

담배업계 관계자는 "현재 담뱃갑 경고그림을 도입한 국가는 59개국에 이르며, 34개 OECD 회원국 중에는 16개국에서 이 제도를 채택하고 있다"며 "하지만 우리나라를 비롯해 일본, 중국, 베트남 등 전매 역사가 있고 자국기업이 국내시장 1위를 차지하고 있는 대다수 국가는 경고그림을 도입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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