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통죄 '위헌 의견' 재판관들 논리도 각양각색
간통죄 '위헌 의견' 재판관들 논리도 각양각색
  • 뉴시스 기자
  • 승인 2015.02.26 16: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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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난가능성', '명확성 원칙' 등 다양한 위헌근거 제시
26일 헌법재판소가 재판관 7대2 의견으로 간통죄에 대해 위헌 결정을 내린 가운데 간통죄 폐지에 찬성한 재판관 7인의 다양한 논리가 눈길을 끌고 있다.

이들은 결론적으론 간통죄 폐지에 중지를 모았지만 세부적으론 성적 자기결정권에 관한 국민의 의식 변화, 세계적 추세, 비난가능성 유무 등 다양한 근거를 제시했다.

◇재판관 5인, '과잉금지 원칙 위배' 중요한 근거로

가장 다수의 의견일치를 본 박한철(62·사법연수원 13기) 헌재소장을 비롯한 이진성(59·10기), 서기석(62·11기), 조용호(60·10기), 김창종(58·12기) 재판관 등 5인은 성적 자기결정권을 중시하기 시작한 사회적 인식과 간통죄의 무용성을 대표적인 위헌 이유로 꼽았다.

즉 사회적으로 중시되기 시작한 성적 자기결정권을 유명무실해진 간통죄로 제약한다는 것은 과잉금지의 원칙에 위배된다는 논리다.

이들은 "사회구조 및 결혼과 성에 관한 국민의 의식이 변화되고 성적 자기결정권을 보다 중요시하는 인식이 확산됐다"며 "간통을 형벌로 다스리는 것이 적절하다는 것에 국민의 인식이 일치한다고 보기 어려워졌다"고 사회적 인식을 진단했다.

이어 "비도덕적인 행위라도 개인의 사생활에 속하고 사회에 끼치는 해악이 크지 않은 경우에는 국가권력이 개입해선 안 된다는 게 현대 형법의 추세"라며 "전세계적으로 간통죄는 폐지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들은 "간통행위의 처벌 비율과 간통행위에 대한 사회적 비난의 정도에 비춰 형사정책상 예방효과를 거두기 어렵게 됐다"며 "부부간 정조의무 등은 재판상 이혼 및 손해배상청구, 재산분할청구 등에 의해 보다 효과적으로 달성될 수 있다"고 간통죄의 무용성을 강조했다.

◇옛 '진보당 해산 반대' 김이수 재판관 '비난할 수 없는 간통' 언급 주목

지난해 옛 통합진보당 해산에 유일하게 반대하는 등 헌법재판관 중 진보적 성향으로 꼽히는 김이수(62·9기) 재판관은 간통행위의 '비난가능성' 자체가 부정되는 경우도 있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김 재판관은 "현실적으로 간통 및 상간 행위 중에는 비난가능성 내지 반사회성이 없는 경우가 있다"고 설명했다.

김 재판관은 이에 해당하는 간통으로 혼인관계의 회복이 불가능한 파탄상태여서 부부 간 성적 성실의무를 더 이상 부담하지 않는 상황에서 이뤄진 간통을 꼽았다. 이는 원칙적으로 '유책주의'를 택하고 있는 우리 민법을 '파탄주의'에 가깝게 해석한 입장이다.

김 재판관은 이와 함께 배우자가 있는 사람과 간통을 저지른 '상간자'의 상간행위를 '성적 자기결정권 행사'로 규정해 성적 자기결정권 개념에 대해서도 적극적인 입장을 보였다.

김 재판관은 이 경우에는 "윤리적·도덕적 비난 및 민사상 불법행위책임 추궁 등을 통해 책임을 묻는 것이 바람직하고 국가가 형벌로 규제할 대상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김 재판관은 다만 "미혼인 상간자가 적극적인 도발이나 유혹으로 간통을 유발한 경우에는 상간행위가 반사회적이고 비난가능성이 크다"며 "예외적으로 국가형벌권의 행사가 정당화된다"고 덧붙였다.

◇강일원 재판관, '명확성의 원칙' 주요 쟁점으로 제시

역시 위헌의견을 낸 강일원(56·14기) 재판관은 지금까지 주요 쟁점으로 언급되지 않았던 '명확성의 원칙'을 쟁점으로 내세워 주목을 받았다.

강 재판관은 '배우자가 간통을 종용 또는 유서한 때에는 고소할 수 없다'고 규정한 간통죄 처벌의 예외조항이 해석의 여지를 낳을 수 있다는 취지의 주장을 펼쳤다.

강 재판관은 "소극적 소추요건인 종용이나 유서의 개념이 명확하지 않다"며 "이 때문에 기본권을 지켜야 하는 국민이 국가 공권력 행사의 범위와 한계를 확실하게 예측할 수 없어 명확성의 원칙에 위배된다"고 지적했다.

즉 명확하지 않은 예외조항 때문에 국가의 형벌권이 자의적으로 행사되고 국민들에게 혼란을 초래할 수 있다는 취지다.

강 재판관은 이와 함께 징역형만을 규정한 간통죄 형량에 대해서도 "선택의 여지 없이 반드시 징역형으로만 응징하도록 한 것은 구체적 사안의 개별성과 특수성을 고려할 수 있는 가능성을 배제한다"며 위헌의 근거로 삼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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