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언(直言)의 의미를 안다면 함부로 얘기 못한다.
직언(直言)의 의미를 안다면 함부로 얘기 못한다.
  • 충청타임즈 기자
  • 승인 2015.01.29 1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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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에… 一筆

이완구 총리내정자의 첫 일성은 “대통령에게 쓴소리를 하는 직언 총리가 되겠다”는 것이다. 역대 정권의 총리들 입에서 늘 나왔던 얘기인지라 크게 주목받을 건 아니지만 현 정권의 소통문제가 국가적 과제(?)로 부각된 현실에선 어쨌든 이 말의 울림이 크게 다가올 수밖에 없다. 

이완구가 청문회를 무사히 통과해 실제로 대통령에게 직언하는 당찬 총리가 될지는 앞으로 두고 볼 일이다. 다만 ‘직언(直言)’이라는 단어가 어느덧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어젠다가 되고 있는 현실은 아무리 곱게 봐주려 해도 선뜻 내키지가 않는다. 역으로 말하면 나라를 다스리겠다는 사람들이 얼마나 자기 할말을 못하고 죽어지내느냐는 의미로 받아들여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직언이라는 말은 입에는 쉽게 올릴지언정 이를 실제화 하기란 보통 어려운 일이 아니다. 더군다나 자신이 모시고 있는 윗사람이나 상급자가 조직의 인사권을 쥐고 있을 경우엔 직언은 곧 양면의 칼날이나 다름없다. 이른바 주군과 조직에 대한 충정으로 부각되기도 하지만 까딱 잘못하면 스스로에게 씻을 수 없는 상처나 파멸을 안기게 된다. 수평적 관계보다는 유교적 종적문화가 지배하는 동양권에선 특히 그렇다. 

역사적으로도 직언 한 번 잘못했다가 목이 잘리고 맞아 죽거나 패가망신한 사례는 수도 없이 많다. 사마천은 황제에게 직언하다가 노여움만 사는 바람에 생식기를 거세당해 평생 사내역할도 못하고 책만 써 역설적이게도 130여권의 ‘사기’를 완성한다. 거침없는 직언으로 조선의 개혁을 부르짖던 조광조와 역시 조선의 마르코 폴로로 불리며 사대부의 직언충정으로 상징되던 최부의 최후는 각각 유배지에서의 사약과 참수였다. 

어찌 보면 요즘 문제가 되고 있는 총리와 청와대 비서실장에게 “대통령한테 옳은 말만 똑바로 하시오”라고 요구하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다. 대통령의 의중이나 뜻과는 다르게 진언(進言)을 한다는 건 더더욱 그렇다. 감히 죽기를 각오하지 않고선 2인자나 비서실장의 주제에 자신의 생사여탈권을 쥔 주군한테 날선 얘기를 한다는 게 어디 가당키나 하겠는가.

분신처럼 따라 다니며 주군을 대리하거나 혹은 위임을 받아 나랏일을 보살피는 것은 좋지만 그렇다고 선을 넘어서까지 고개를 쳐들었다가는 뒷일을 보장받지 못했다. 역대 총리들이 제 아무리 ‘직언총리’니 ‘책임총리’니를 읊조렸지만 결국엔 의전총리, 시다바리 총리를 벗어나지 못했다. 

그런데도 예나 지금이나 동서양의 역사를 통틀어 ‘직언’이라는 단어가 늘 회자되고 떠받쳐지는 이유는 다른 게 아니다. 그런 자리에 있는 사람들한테 요구되는, 이런 얘기정도는 꼭 해야 될 그 ‘역할’ 때문이다. 

당연한 얘기이지만 역사적으로 망조가 든 나라의 공통점은 충신은 멀리한 반면 간신배들을 중용했다는 사실이다. 특히 통치행위에 있어 주군의 판단을 결정적으로 흐리게 한 단초는 간신들의 곡언(曲言)이었다. 직언이 없어서라기보다는 아첨과 눈가림이 넘쳐났기에 나라가 쪽박을 찬 것이다.

그러기에 충신들한테 필요한 것은 비록 쉿소리나는 직언은 아니더라도 입술에 침바르는 곡언만큼은 하지 않는다는 신념인 것이다. 있는 그대로를 주군에게 전할 때만이 잘못된 정보에 의한 그릇된 판단은 그만큼 줄어들게 되고 바로 이것이 그들이 지켜야 할 금과옥조가 아니겠는가. 

굳이 이를 요즘 논란이 되고 있는 대통령 지지도에 빗댈 경우 전후관계는 이렇게 된다. “지지도 하락은 일시적인 현상일 뿐이고 계기가 오면 다시 반전될 것이다”고 알렸다면 이는 곡언이나 다름없다. 설령 회복된다 하더라도 현재 이러한 현상이 빚어지고 있는 것에 대한 밖의 얘기를 그대로 전하는 것만이 직언이다. 

국민들이 바라는 이완구의 직언은 바로 이런 것이지 그렇지 않고 대통령의 면전에서 NO!를 외치는 국무총리를 기대한다면 일찌감치 꿈을 깨야 할 것이다. 여하튼 그는 이미 대통령님을 대통령각하!로 위상을 곧추세운 의심의 여지가 없는 주군의 성골이다. 

하지만 그 어떤 진언도 상대가 이를 받아들일 자세가 안 된다면 감정의 비수가 될 뿐이고, 지금 국민들이 힘들어하는 이유는 바로 이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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