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고국의 맛… 향수 달래요”
“아~고국의 맛… 향수 달래요”
  • 김금란 기자
  • 승인 2014.01.28 21:3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문패 결혼이주여성들 설날 어떤 음식 먹나
일본, 액운을 물리치는 의미 '오모찌·오조니'

중국, 돈 모양으로 빚어 부자되길 기원 '교자'

몽골, 음식속 동전으로 행운을 선물 '보쯔'

키르키즈스탄, 특별한 버터·우유로 만든 '낭'

물 설고 낯설은 한국으로 시집와 한 남자의 아내로, 엄마로, 며느리로 살고 있는 결혼이주여성들. 매년 설날이 되면 한국의 전통문화에 따라 떡국도 끓이고 만두도 먹지만 그래도 모국에서 먹던 전통설 음식이 생각난다. 고향에 대한 그리움이 밀려올 때면 친정 식구들과 전화 통화를 하며 안부를 전하기도 하지만 가족과 즐겨먹었던 전통 음식만한 것이 없다.

중국 길림성 출신인 관학휘씨(42·청주시 복대동), 일본 후쿠시마현이 고향인 가오루씨(51·청주시 수곡동), 키르키즈스탄에서 온 김엘레나씨(42·청주시 내덕동), 몽골 출신 김사라씨(33·청주시 팔결동) 등 4명을 다문화가정교육지원센터에서 만나 고국에서 먹던 설음식에 대해 이야기를 나눠봤다.

◇ 일본 가오루… 건강을 기원하며 즐겨 먹는 오모찌와 오조니

17년 전 한국으로 시집온 가오루 씨는 고향인 후쿠시마현에서 매년 설날 건강과 장수를 기원하며 김에 모찌를 말아서 만든 오모찌와 오조니를 즐겨먹었다. 일본에서는 나쁜 기운을 없애고 액운을 물리친다는 의미로 단팥을 넣은 모찌(찹쌀떡)도 먹어야 나이 한 살을 먹는다고 믿는다.

오모찌는 우리나라 인절미처럼 쪄낸 찹쌀을 찧어 먹기좋은 크기로 잘라 간장을 찍은 뒤 김으로 돌돌 말아주면 완성이다. 지역마다 특산물을 이용해 오모찌를 만들기도 해 소금, 간장, 된장으로 간을 하기도 한다. 일본은 멥쌀을 많이 사용하는 우리나라와 달리 찹쌀을 주로 사용하는 게 특징이다. 모찌를 국물에 넣어 먹는 오조니도 설날 빼놓을 수 없는 음식이다.

가오루 씨는 “오조니는 1년 내내 음식 준비하는 주부들에게 쉴 수 있는 시간을 주기 위해 먹는 음식”이라며 “설날 아침에 마른 생선으로 국물을 내고 모찌와 야채, 연어알, 버섯 등을 넣어 만든 오조니와 앙꼬모찌를 가족끼리 둘러앉아 먹던 게 생각난다”고 말했다.

◇ 중국 관학휘씨… 먹으면 福이 들어오는 교자 

한국에 온지 13년이 됐지만 관학휘 씨는 고향에서 보낸 설날을 잊지 못한다. 중국의 구정은 춘절이라고 부르는 최대 명절로 10일 이상 연휴를 보낸다. 음력 12월31일 가족과 친척이 모두 둘러앉아 우리나라 만두와 비슷한 교자(餃子)를 만들며 새해를 맞는다. 잠을 자지않고 12월31일 0시까지 기다렸다가 새해가 되면 폭죽을 터트리고, 교자를 먹으며 덕담을 주고 받는다.

교자는 밀가루를 반죽해 얇게 민 후 잘게 썬 야채와 고기 등으로 만든 소를 넣어 만든다. 중국에서는 교자를 먹어야 나이 한살을 먹는다는 풍습이 있다.

관학휘씨는 "중국에는 글자나 단어의 발음이 서로 같거나 비슷한 경우를 이르는 해음과 관련된 풍습이 많아 설날 교자를 한밤 중 자시가 될때까지 기다렸다가 먹는다"며 “온 가족이 화목하고 뜻하는 바대로 모두 이뤄지길 바란다는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그녀는 이어 “교자는 옛날 돈(錢) 모양으로 만들어 부자가 되기를 기원한다”며 “돈 모양 교자속에 동전을 넣어 만들어 동전이 든 교자를 먹은 이에게 복이 온다는 풍습이 있다”고 덧붙였다.

◇ 몽골 김사라씨… 행운을 부르는 보쯔

결혼 7년 차인 김사라 씨(몽골 이름 사란게렐)는 새해가 되면 친척집을 돌며 어른들께 세배를 하던 몽골 설날이 그립다. 몽골에서는 밀가루로 반죽해 홍두깨로 밀어 만든 보쯔를 먹어야 나이 한살을 먹는다고 믿는다.

양고기와 양파를 넣어 만든 보쯔는 집을 방문하는 손님에게 대접하기 위해 섣달 그믐날 한 가정에서 보통 2000~3000여개씩 만든다. 나이 많은 어른이 있는 집은 살아온 만큼 찾아오는 손님도 많을 것을 예상해 3000개 이상 보쯔를 만든다. 보쯔를 밖에 내놓으면 영하 20도의 날씨 탓에 자동으로 냉동보쯔가 돼 설날 아침 쪄서 손님에게 대접한다.

김사라씨는 “한국은 어른이 아이들에게 세뱃돈을 주지만, 고향에서는 반대로 젊은이들이 어른에게 세뱃돈을 드린다”며 “세뱃돈을 받은 어른들은 아이들에겐 사탕, 과자를 젊은 여성에겐 화장품 등 필요한 물품을 선물로 준다”고 말했다.

그녀는 이어 “행운이 오기를 소망하며 보쯔에 동전을 넣어 만들기도 하는데 집주인은 동전 넣은 보쯔를 먹은 사람에게 행운의 선물을 준다”며 회상했다.

◇ 키르키즈스탄 김엘레나…가족의 건강을 지키는 낭

한국에 온지 13년 된 김엘레나 씨. 그녀의 모국인 키르키즈스탄에서는 새해 전날 밤 온 가족들이 샴페인을 마시고, 폭죽을 터트리며 눈싸움을 하는 등 새해 맞을 준비를 한다.

새해를 맞기 위해 12월31일은 하루 쉬면서 가족이 모여 자정까지 잠을 자지 않고 푸짐한 음식을 만들어 먹는다. 화로에 구운 전통 빵인 낭은 물론 특별한 날에는 밀가루에 버터와 우유를 넣어 구운 낭을 먹는다. 낭과 함께 먹기 위해 알리위에, 위니그리엣, 이왓씨 등 3가지 종류의 샐러드를 곁들인다. 샐러드에는 감자, 당근, 오이, 완두콩, 피클, 계란, 양파 등 다양한 재료가 들어간다. 집집마다 특별하게 찐 만득(만두), 국수, 전통 볶음밥을 만들어 먹기도 한다.

엘레나 씨는 “낭은 밀가루에 소금을 넣어 반죽하고 새해를 맞는 특별한 날엔 귀한 재료인 버터와 우유 등을 넣어 낭을 만든다”며 “한국은 조용하게 새해를 맞지만 고향에서는 새해 전날 쉬며 가족들과 샴페인도 마시고 폭죽도 터트리며 새해를 맞는 기쁨을 나눈다”고 말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