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 추석연휴 실망" 긴 한숨만
"긴 추석연휴 실망" 긴 한숨만
  • 송근섭 기자
  • 승인 2013.09.22 21:2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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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비스업 종사자들 '쓸쓸한 명절'
대리운전 이용객 뚝… 수입도 줄어

‘외식족’ 노린 식당도 신통치 않아

가족도 못챙기는 마트 직원 '울상'

‘황금 연휴’로 불렸던 추석 명절이 끝나고 일상으로 복귀가 시작됐다. 유난히 길었던 연휴 탓에 명절 후유증을 호소하는 직장인·주부들이 많지만 어떤 이들은 연휴가 끝난 것이 오히려 반갑다. 연휴 기간 휴식은 커녕 각자의 자리에서 평소보다 치열하게 생계를 유지해야 했던 서비스업 종사자들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 대리운전 ‘대목일 줄 알았더니’

추석 연휴 마지막 날 만난 대리운전 기사 A씨(46)는 연신 한숨을 내뱉었다. 추석 당일을 제외하곤 매일 출근해 일을 나섰지만 수입이 영 신통치 않은 탓이다. 오히려 평소보다 절반 가까이 줄었다며 하소연을 했다.

그는 “하루에 못해도 7~8건의 콜은 받아 왔다”며 “이번 연휴엔 다른 기사들도 쉬는 사람들이 많아 대목이라고 생각했는데 하루에 3~4건 콜을 받기도 힘들다”고 말했다.

A씨는 현재 가족과 떨어져 청주에서 홀로 생활하고 있다. 모두가 가족을 만나러 가는 추석 명절이지만 그는 딱히 찾아갈 가족도 없다고 털어놨다. 주변 동료 기사들 중 대부분은 추석 연휴라도 가족과 보내고 싶다며 출근을 하지 않았지만 A씨처럼 혼자 지내는 기사들은 반 자의적으로 일에 나섰다. 누군가는 자신들을 필요로 한다는 생각 때문이다.

그는 “어차피 일을 할 바에는 정신없이 하고 돈도 넉넉히 버는게 좋다”며 “유난히 힘들었던 명절이 끝나 오히려 좋다”고 씁쓸한 표정을 지었다.

◇ 식당도 반짝 특수 불과

연휴 기간 매일 문을 연 청주의 한 한식집.

주인 B씨(52·여)는 주변 식당들이 대부분 영업을 하지 않는다는 이야기를 듣고 반사이익을 노렸다고 솔직하게 말했다. 실제로 점심·저녁식사 시간에는 가족 단위 손님들이 몰려 일손이 모자랄 정도였다.

그러나 본인이 기대했던 만큼의 ‘대박’은 나지 않았다며 차라리 푹 쉬기라도 하는 편이 나았을 것이라고 털어놨다.

B씨는 “거리에 나오는 직장인이나 단체 손님 자체가 없다보니 하루 수입 자체는 평소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며 “식사시간에 가족들이 단체로 오긴 하지만 술 판매는 거의 없어 본전을 간신히 건지는 정도”라고 말했다.

그래도 가족과 함께 외식을 하러 이 곳 저 곳을 떠돌다 본인의 식당을 찾아 안도하는 손님들을 보며 위안을 삼았다고도 덧붙혔다.

B씨는 “‘아주머니 덕분에 헛걸음을 면했다’고 말하는 사람들을 보며 문을 열길 잘했다는 생각을 했다”며 “이런 게 식당하는 사람들의 보람 아니겠느냐”고 웃음을 지었다.

◇ 대형마트 직원들 “가족에게 미안”

서비스직 하면 대형마트에서 일하는 주부들을 빼놓을 수 없다.

이제 6개월 경력을 조금 넘긴 C씨(43·여)는 명절을 앞두고 근무강도가 더욱 세졌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C씨는 “추석 당일에도 정상영업을 한다고 해 교대로 쉴 줄 알았지만 그렇지 않았다”며 “오래 일한 동료들은 당연한 듯이 받아들여 뭐라고 따질 수도 없었다”고 조심스레 말했다.

실제로 이번 추석 연휴기간 홈플러스는 137개 지점 중 91개점, 롯데마트는 105개 지점 중 67개점, 이마트는 148개 지점 중 96개점이 추석 당일에도 정상 영업을 했다.

추석 당일 근무도 힘들지만 연휴를 앞두고 각종 선물세트 진열 등 준비기간은 몸도 마음도 편할 날이 없었다.

C씨는 “명절 기간에는 평소 10명이 나눠 일할 수 있는 업무도 15~20명이 해야 할 정도로 일거리가 늘어난다”며 “하지만 임시 아르바이트 고용도 한계가 있기 때문에 원래 근무하던 직원들만 더 힘이 드는 것”이라고 토로했다.

일도 일이지만 명절에도 함께 시간을 보내지 못하는 남편과 아이들에게 드는 미안함은 더욱 말하기 힘든 고충이었다.

C씨는 “평소보다 가족끼리 모이는 것이 더욱 중요한 기간이기 때문에 일하는 것이 더욱 눈치 보인다”며 “차라리 명절이 빨리 끝나 일상을 보내는 것이 마음도 몸도 편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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