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읽는 세상
박경희
아카시아 꽃 먹고 지고
찔레꽃 먹고 지고
하늘 바람
어둑어둑
아버지 논배미에서
물고랑 내고
풀은 앞으로 엎어지고
풀은 뒤로 자빠지고
물고기는 돌 틈에 숨고
물소리는 사납고
한 무리 개미떼가
새카맣게 움직이고
구멍으로 구멍으로
들어가고
※ 하늘이 안보일 정도로 쏟아지는 장맛비를 보면 신기합니다. 어디에 그 많은 물방울이 숨어있었을까요. 왈칵 지상을 덮는 빗물에 작은 생명들도 화들짝 놀랍니다. 풀잎은 거센 바람에 흔들리고, 잔잔한 물 속을 유영하던 물고기도 몸을 숨기기 바쁩니다. 염천을 식혀주던 고마운 여름 장마지만, 이도 기후변화로 달라지는지 요즘은 불쑥 찾아오는 불청객이 되어갑니다.
저작권자 © 충청타임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