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 역할이 끝났거든…
열, 역할이 끝났거든…
  • 김태종 <삶터교회목사·생태교육연구소 터 소장>
  • 승인 2013.06.10 2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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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종의 함께 읽는 도덕경-땅에서 듣는 하늘의 노래
김태종 <삶터교회목사·생태교육연구소 터 소장>

持而盈之(지이영지)는 不如其已(불여기이)요 췌而銳之(췌이예지)는 不可長保(불가장보)하며 金玉滿堂(금옥만당)이면 莫之能守(막지능수)인가 富貴而驕(부귀이교)면 自遺其咎(자유기구)니 功遂身退(공수신퇴)는 天之道(천지도)니라.

- 지니고 있는데 더 채우려는 짓은 그만두느니만 못하고, 날 세운 것을 더 날카롭게 하려 하면 쓰지 못하게 되고, 재산을 가득히 쌓아 놓으면 지킬 도리가 없고, 재물과 영화를 누리며 거들먹거리면 스스로 부끄러움을 불러들이는 법, 일을 이루면 거기서 물러나는 것이야말로 제대로 된 삶의 길이다.

사람이 살면서 자기 삶의 꼭대기가 어디인지를 아는 것이 곧 지혜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는 위에서 말한 것들을 한 줄로 줄인 것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지니고 있는데 또 채우려는 일을 다른 말로 하면 뱀 하나 그려놓고 무엇인가 밋밋한 것 같아 발을 그리는 것과 같은 짓인데, 실제로 그림을 그렇게 그리는 이들이 있는지는 알 수 없지만, 사람들의 삶의 모습 가운데는 그런 것들이 많이 보이곤 합니다.

어렸을 때 읽은 톨스토이 소품집 가운데 ‘사람에게는 얼마만큼의 땅이 필요한가’라는 제목의 우화가 있었는데, 자신에게 필요한 것이 어느 정도인지만 제대로 안다면 삶은 훨씬 수월하고 여유로울 것입니다. 그런데 가진 정도가 곧 힘이라고 생각하게 되는 순간 불필요한 욕망이 고개를 들고 일어나고, 그 때부터 욕망의 노예가 되어 제 가슴에 제 이름을 붙인 제 삶을 사는 것이 아니라 욕망이라는 명찰을 달고 그것에 휘둘리면서 살아가는 모습, 그런 걸 두고 持而盈之(지이영지)라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옛늙은이는 말을 이어갑니다. ‘그거 말야, 날이 시퍼렇게 선 칼을 더 가는 짓인데 그래가지고 어디 칼 노릇을 제대로 하겠어’ 하고 말입니다. 재물을 온 집 안에 가득하게 채워놓으면 반드시 그것을 노리는 무리가 들끓게 되는데, 그리 되면 이미 그 재물은 내 창고에 있으나 남의 것이나 마찬가지, 돈도 많고 지위도 적당하면 너그러움과 남을 존중하는 방법을 어떻게 하면 배우고 실천할지를 생각해야 하는데, 그것을 가지고 제 욕망을 더욱 채우려 하고 남을 깔본다면 그가 아무리 많은 것을 가졌거나, 또는 지위가 아무리 높다 하더라도 그 앞의 일은 보나마나 뻔하지 않겠느냐는 겁니다.

세상은 아름답고, 삶은 소중한 것,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것인데, 그것을 제대로 삶에서 누리기 위해서는 ‘더’의 셈법이 아니라 ‘덜’의 셈법을 익히는 것, 가득해지면 이지러지는 달의 가르침을 헤아립니다.

功遂身退(공수신퇴)는 天之道(천지도)라는 말은 두고두고 곱새겨야 할 훌륭한 말, 일 이루면 그 자리를 떠나 다음의 일을 시작하는 것이 자연과 생명세계의 원리인데, 사람의 삶 또한 그러해야 하지 않느냐며 타이르는 옛늙은이의 얼굴에 가득한 웃음을 떠올리는 것도 살면서 누리는 또 하나의 기쁨, 제가 무엇을 했다고 하면서 자리 차지하고 앉아 힘을 쓰거나, 그러고도 모자라서 공덕비까지 세우는 일이 얼마나 우스운 일인지를 안다면 참으로 힘이 있고 아름다운 것이 무엇인지도 살필 줄 알지 않겠느냐고 중얼거리며 오늘 이야기를 여기서 접습니다. 날마다 좋은 날!!! - 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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