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셋, 다양성이 존중되는 세상
그 셋, 다양성이 존중되는 세상
  • 김태종 <삶터교회목사·생태교육연구소 터 소장>
  • 승인 2013.04.22 21:3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김태종의 함께 읽는 도덕경-땅에서 듣는 하늘의 노래
김태종 <삶터교회목사·생태교육연구소 터 소장>

天下皆知美之爲美斯惡已(천하개지미지위미)皆知善之爲善斯不善已(개지선지위선사불선이)

故(고) 有無相生(유무상생)難易相成(난이상성)長短相形(장단상형)音聲相和(음성상화)前後相隨(전후상수)

是以(시이) 聖人(성인) 處無爲之事(처무위지사)行不言之敎(행불언지교)萬物作焉而不辭(만물작언이불사)

生而不有(생이불유)爲而不恃(위이불시)功成而不居(공성이불거)夫唯不居(부유불거)

是以(시이)不去(불거)

 

‘온 세상 사람이 다 아름답다고 하는 것은 오히려 추함일 수 있고, 모두가 선(善)이라고 하는 것은 악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잘 살피면 유(有)와 무(無)가 어우러져 생명세계를 이루고, 어려운 것(難)과 쉬운 것(易)이 어울려 일을 엮어가며, 긴 것과 짧은 것이 때에 따라 소용되고, 소리와 가락이 어우러져 고운 음악이 되며, 앞과 뒤가 있어 비로소 모양이 완성된다.  

그러니 제대로 사는 이는 늘 무위의 자리에서 일을 풀어가며 말없는 가르침을 자신의 실천으로 삼되, 이루어지는 그 무엇에도 생색을 내지 않는다.

낳았다고 내 것이라 하지 않고 공을 세웠다고 그 결과에 머무르지 않으니 도무지 그런 일은 없다. 그것이 오히려 모든 것을 잃지 않는 길이다.’  

다소 의역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만, 짧은 지면으로 할 이야기를 하려니 그럴 수밖에 없었고 앞으로도 그럴 것입니다.  

어쨌든 여기서 눈 여겨 보아야 할 것은 첫째 줄, ‘세상이 모두 아름답다고 하는 것은 오히려 추함일 수 있다’는 구절이 아닌가 싶습니다. 언뜻 쉽게 안 와 닿을 수도 있지만 ‘몰개성(沒個性)에 대한 지적’이라고 하면 좀 더 이해하기가 편할 것입니다. 모두가 한결 같이 아름답다고 하는 말은 미(美)에 대한 어떤 기준이 있다는 것, 그 기준에서 벗어난 것들을 무가치한 것이거나, 아니면 오히려 추한 것이라고 인식하게 되고 거기서 개성이나 다양성은 자리잡을 여지가 없으며, 이는 여러 모로 이만저만 위험한 일이 아닙니다.  

이쯤 되면 다음에 나오는 것에서 유(有)나 무(無), 난(難)이나 이(易)와 같은 것들이 서로 다른 것에 대한 상징적인 설명이며, 모두가 존중받아야 할 개성이지 어느 한 쪽이 결함이나 약점은 아니라는 이야기라는 것을 알아차리는 데는 별 어려움이 없으리라고 봅니다.  

다음에 나오는 是以 聖人 이하는 앞의 내용과 조금 동떨어진 것처럼 보입니다. 다만 이 부분과 비슷한 이야기는 다음에 다시 나오게 되니 그 때 다루기로 하고, 오늘 이야기에서 획일화의 위험성을 보면서 다양성이 존중되는 세상이 아름답다는 것을 듣는 것으로 그치면 될 것입니다.  

하나 덧붙이면 꽃은 그 어떤 꽃이든 다른 꽃을 부러워하는 일이 없다는 사실, 장미가 호박꽃을 못났다고도, 냉이꽃이 결코 백합을 부러워하지 않습니다. 제 노래를 부르는 새는 다 아름다운 법, 그런데 자신의 생김새가 기준에 미치지 않는다고 얼굴이나 몸을 뜯어고칠 생각을 하는 사람들, 또는 그들을 그렇게 하도록 부추기는 이들이 누구인지를 묻는 옛 늙은이의 말을 오늘 여기서 듣습니다. 날마다 좋은 날!!!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