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파로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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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강대헌 <에세이스트>
  • 승인 2013.04.21 2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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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대헌의 행복칸타타
강대헌 <에세이스트>

한국인 최초로 베를린도이치오페라극장에 전속 가수가 됐으며, 2004년 탈리아비니 국제성악콩쿠르 최고 테너상을 받아 명성을 떨친 바 있는 강요셉이 배우 이제훈의 성악 대역으로 참여해 이목을 집중시킨 영화 ‘파파로티(2012)’가 손익분기점을 넘었다고 하네요.

순제작비로 30억 원을 투입해 손익분기점인 150만 명이었던 이 영화가 지난 18일 오전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입장권통합전산망 집계결과에 따르면 누적관객수가 170만 1406명이었답니다.

관심 있게 본 영화가 손익분기점을 넘었다는 뉴스는 아무래도 기분 좋은 일입니다. 사촌이 땅을 사면 배가 아프다고 하는 말은 어울리지 않는 말 아닌가요. 오히려 달려가 축하해 주고 함께 즐거워해야 하는 게 마땅한 일이죠.

영화 ‘파파로티(2012)’에 대한 짧은 감상은 다음과 같습니다.

1. 실화를 모티브로 했다는 게 강점으로 작용한 영화이다. 가슴 아픈 사연이 노래를 통해 승화된 경우이다.

2. 두 개의 노래 ‘네순 도르마(Nessun Dorma)’와 ‘그대 내게 행복을 주는 사람’을 맘껏 들을 수 있는 영화이다. 또한 후자의 노래는 편곡의 중요성을 인식하게 만든다.

3. ‘높은 도(High C)’음의 통쾌함과 짜장면 쿠폰의 위력을 확인할 수 있는 영화이다.

4. 파바로티(Pavarotti)를 파파로티(Paparotti)로 잘못 불러도 괜찮은 영화이다. 때론 실수가 삶을 즐겁게 한다.

5. 더 이상 머뭇거리지 말고, 이젠 인생의 ‘빈체로(Vincero, 승리)’를 외치며 살라고 마음의 문을 힘껏 두들겨 주는 영화이다. 그러기 위해선 더 이상 지쳐 잠들어선 안 된다고 말한다.

6. 장호(이제훈 분)의 노래 목소리 대역을 한 테너 강요셉에 대한 궁금증을 불러일으킨 영화이다. 목소리가 깊고 따듯하다.

7. 상진(한석규 분)의 캐릭터를 통해 진정한 스승의 모습을 제시한 영화이다. 자칭 선생은 많으나 존경 받을 만한 스승이 적은 현실에 경종(警鐘)을 울린다.

하늘과 바람과 별을 노래했던 윤동주(尹東柱)의 시 ‘쉽게 씌어진 시’에는 이런 부분이 들어있습니다.

“생각해 보면 어린 때 동무들/하나, 둘, 죄다 잃어버리고//나는 무얼 바라/나는 다만, 홀로 침전하는 것일까?/인생은 살기 어렵다는데//시가 이렇게 쉽게 쓰여지는 것은/부끄러운 일이다.”

물어보나마나 과장법이죠. 어렵고 힘든 시대를 살면서 시인이란 슬픈 천명(天命)을 온몸으로 받아들인 윤동주였으니까요.

쉽게 써진 시가 없는 것처럼, 무엇 하나 쉽게 만들어진 영화도 없을 거란 생각을 하게 됩니다.

한 편의 영화를 통해 다시 한 번 삶을 돌아보고, 여러 가지 각도에서 조명(照明)해 볼 수 있다는 게 봄날의 꽃을 보는 것처럼 기쁘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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