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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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충청타임즈 기자
  • 승인 2006.08.16 0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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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각(忘却)과 상기(想起)
오 영 세 <대전시의회 행정자치위원장>

사람은 흔히 망각(忘却)의 동물이라고 한다. 그래서 사람들은 늘 기억의 저편을 상기(想起)하며 살아간다. 그런데 기억의 저편을 되살리려고 보면 늘 좋은 일만 있는 것은 아니다.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우리지역 내의 경부고속철도 정비문제가 그렇다. 경부고속철도 정비문제가 본격적으로 논의 시기는 지난 2002년 말로 기억된다.

그 당시 경부고속철도 건설은 가장 중요한 국책 사업의 하나였다. 그런데 일사천리로 진행되었던 사업은 우리지역의 원도심인 동구지역을 통과하는 문제로 큰 난관에 봉착하게 된다.

경부선 철도가 100여 년간 동서지역을 관통하여 동저서고(東低西高)의 불균형이 심화됨으로써 호남선 철도와 함께 이설 문제 등이 논의되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러한 시기에 경부고속철도를 경부선 국철과 연계하여 지상화 한다는 정부의 방침에 가장 피해가 우려되는 동구지역의 반발은 당연한 것이었다.

그리고 이러한 반발에 정부에서는 지난 2003년 3월 21일 대전시민회관에서 '경부고속철도 대전도심통과 방안'이란 주제를 가지고 주민초청 공청회를 개최하였다.

그 자리에서 교통개발연구원 철도교통연구실장은 지하터널. 노선. 국철병행. 지상노선. 고가 교량화 노선의 장단점을 비교해 가며 지상 노선을 채택할 경우 정부에서는 철도변 정비를 위하여 무려 2522억원을 투입한다는 의견을 개진하였다.

물론. 최근 언론에서 보도되고 있는 철도변 시설녹지 문제도 정부에서 약 950억원을 들여 보상할 계획임을 밝혔다.이와 같은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방침에 지역주민들은 경부고속철도의 지하화 문제가 계속될 경우 자칫 님비(NIMBY)현상으로 비쳐지지 않을까 우려를 나타냈고. 결국 우리 시 전체의 발전과 국가의 국익이라는 거시적인 차원에서 정부의 방침을 수용하게 되었다.

그런데 불과 3년여의 시간이 지난 지금 정부에서는 철로변 완충녹지는 완전 배제하고. 대체도로 또한 일부에 국한해서 개설한다는 변경계획안을 추진하고 있어 지역주민들의 큰 반발을 사고 있다. 아니 반발이라기보다는 심한 분노와 배신감을 느끼고 있다.

이제 정부에서는 지역주민들의 정당한 권리주장을 외면해서는 안된다. 새로운 조건을 내세운 것도 아니고 당초의 약속대로 조건을 이행하라는 것뿐이기 때문이다. 이 기회에 간과할 수 없는 문제점은 대전시장과 일부 국회의원들이 나서고 있지만. 지역국회의원들이 결집된 힘을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대전시와 시의회 의원들까지 나서 뭔가 힘을 보태려는 데 비해 중앙정부에 영향력을 가진 여당소속 일부 의원들은 강 건너 불구경하는 자세를 보이고 있다.

모 의원은 중앙정부를 대상으로 활동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지난 지방선거 결과 등을 생각할 때 별로 나서고 싶은 마음이 없다며 시큰둥한 반응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선거 때 야당을 찍었으니 자업자득 아니냐는 속내에 다름 아니지만. 초당적 협력이 필요한 사안마저도 당리당략에 치우친 듯한 처신을 보인 것은 실망감을 넘어 결코 바람직한 자세라 할 수 없다.

사람은 망각의 동물이라고 한다. 그런데 행정행위에는 망각이라는 용어가 있을 수 없다. 물론 상기라는 용어도 없다. 오직 공신력만 있을 뿐이다. 지역주민들의 정당한 권리주장이 정부의 공신력으로 이어지기를 진심으로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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