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임즈의 시 읽는 세상
요새는 밥솥도 말을 한다 증기 배출을 시작합니다
백미 고압 취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쿠쿠
모기도 할 말이 있어 내 주위를 맴돌고
강아지는 무슨 말을 할 듯 할 듯 하다가 만다
버스를 기다리다 나무를 쳐다보면 나무는
내가 너하고 무슨 말을 하겠냐는 듯이 딴 데를 본다
튀어나온 보도블록을 밟으면 찍하고
물을 뱉을 때가 있다
나는 주로 핸드폰에 대고 말을 한다
이제는 멀리 살고 전화번호도 바뀐 옛 애인도 지금
누구하고 밥풀 같은 말을 하고 있을 것이다
※ 말에도 흐름이 있다. 그 흐름 속에는 시대를 투영하는 언어가 옷을 입는다. 언제부터인지 모든 사람들에게 익숙해진 말의 옷이 있다. 소통이다. 이 옷은 가족, 친구, 사회, 정치 등 모든 분야에서 소통으로 통용되고 있다. 그만큼 불통이 견고하다는 말이기도 하다.
보이지 않는 벽 속에서 혼잣말만 내뱉는 사람들을 어렵지 않게 볼 수있다. 얼굴을 마주봐야 했던 과거와는 달리, 현대기술은 목소리로 문자로 소통의 속도를 진화시켜나가고 있다. 이제 무생물까지도 말을 뱉어낸다. 지천에서 들려오는 말은 많은데 생각해 보니 소음이 더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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