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한 지역신문의 중요성
건강한 지역신문의 중요성
  • 오창근 <칼럼니스트>
  • 승인 2012.09.12 22: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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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논단
오창근 <칼럼니스트>

보수 지역언론이 시민단체를 비판할 때 종종 시민 없는 시민단체라는 말을 쓴다.

그러면 시민단체는 정기간행물 수준도 안 되는 독자를 가지고 있는 신문은 제대로 된 신문이냐며 반문한다. 슬프지만 인정할 수 없는 서로의 치부를 드러내는 것으로 끝을 낸다.

지방분권시대를 맞이하여 주민 스스로 참여하고 결정하는 풀뿌리 민주주의의 꽃을 피우기 위해서 지역언론은 지방정부와 의회의 감시와 비판을 통해 지자체와 지방의회 간에 견제와 균형을 유도하고, 지역의 환경과 특수성에 맞는 주민자치가 실현될 수 있도록 도울 책임이 있다. 이러한 책임과 의무가 있음에도 현실은 그리 녹록지 않다. 조중동으로 일컫는 중앙일간지가 언로를 독점하는 기형적인 현상에서 지역언론, 특히 지역신문이 설 자리는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다수의 지역신문이 지방자치단체에서 주는 홍보비와 광고비 등으로 연명하고 있다는 사실은 따로 설명할 필요가 없다.

이런 상황에서 중앙정부에 정치적으로 예속되지 않고 독립성을 갖는 지방자치를 구현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또한, 지역주민조차도 지방의회와 지방자치단체를 비판하는 데는 열을 올리면서도 자신이 거주하는 지역의 소식은 물론 지방의회와 자치단체의 정책 집행과정을 소소하게 다루는 지역신문 구독은 외면한다.

지방자치의 깃발은 꽂았지만, 지역주민에게 외면당하고 메이저급 중앙지에 독자를 빼앗긴 현실에서 지방자치의 실현을 기대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신문이 독자의 구독료만을 받아 운영할 수는 없다는 것은 공공연한 사실이다. 광고가 수입의 가장 큰 원천이지만 광고주는 광고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는 중앙일간지를 찾고 지역신문은 소규모 영업 광고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이러한 재정의 열악함으로 기획보도와 탐사보도 등 독자적인 노력을 통해 새로운 독자를 흡입할 기회조차 잃고 만다. 사정이 이러한 만큼 심층적인 보도와 쟁점을 다루는 신속성으로 무장한 중앙지와 비교한다는 것 자체가 말이 안 된다. 경쟁상대가 아니라 정책적으로 보호받고 육성되어야 하는 존재가 되었다. 이런 이유로 참여정부 때 제정된 지역신문발전지원특별법은 "지역신문의 건전한 발전기반을 조성하여 여론의 다원화, 민주주의 실현 및 지역사회의 균형발전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한다."는 취지로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조성했다.

이는 지방자치가 뿌리내리고, 지역의 균형발전을 통해 지방분권을 구현하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었다. 이는 모든 것이 중앙중심, 수도권 중심으로 흐르는 것을 막고 지자체가 지역의 의제를 가지고 지역민과 소통하며 합리적 대안을 모색해야 한다는 바람이 녹아 있었다.

지방자치가 성공하기 위한 필요조건이 지역신문 활성화라는 공감대가 형성되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그런데 참여정부 때 600억 정도 조성된 기금이 현재 141억밖에 남지 않았다고 한다. 이명박 정부에서 조성된 기금은 90억 정도밖에 되지 않아 결국은 초기에 조성된 기금을 갉아 먹은 꼴이 되었다.

우후죽순처럼 생겨난 지역신문도 문제지만 엄격한 자격기준을 가지고 건전성을 담보한 지역신문을 선발해 지원한다는 당초의 취지를 살리지 못했다는 비난을 면키 어렵다.

그리고 한편으로 지방 균형발전과 지방자치 실현을 견인할 책임있는 역할로서 지역신문의 비중을 높게 평가하지 않은 현 정부의 시각도 엿볼 수 있다. 입으로는 지방자치의 정착이 중요하다고 하면서 그 기초가 되는 건전한 지역신문의 입지를 좁히는 이율배반적인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지역신문의 자구노력만 강조하고 몰아세우기엔 우리 언론 토양이 척박함을 인정해야 한다.

미국이나 유럽처럼 지역신문 중심의 여론형성이 부럽지만, 우리나라의 경우 아직은 지방분권의 성공을 위해 발생하는 비용을 국가가 일부 부담할 수밖에 없음을 인정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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