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들의 캠프
'1%'들의 캠프
  • 권혁두 기자
  • 승인 2012.09.10 2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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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논단
권혁두 국장(영동)

최근 '협박전화 공방'을 벌인 정준길 새누리당 대선기획단 공보위원과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 캠프의 대변인인 금태섭 변호사는 한국 사회가 선망하는 완벽한 엘리트 코스를 밟아왔다.

둘은 서울대 법대 86학번 동기로 나란히 사법시험에 합격했다. 모두 검사를 거쳐 변호사로 활동하다가 차기 유력한 대통령 후보 캠프에 합류해 또 다른 기회를 모색하던 중이었다. 대학 동기에 함께 검사 생활도 했던 둘은 막역한 친구 사이였다고 한다.

그러나 한쪽에서는 '협박', 다른 쪽에서는 '선의의 조언'이라고 주장하는 한 통의 전화를 끝으로 두 사람은 기회와 우정을 모두 날려보낸 것 같다.

누구의 말이 진실인지 진위를 가리기는 어려운 상황이지만 두 사람 중 한명은 친구의 선의를 정략에 악용한 비열한 인간이거나, 약점을 들이대며 상대 대선 후보를 협박한 추잡한 인물이 돼야 할 판이다. 누구의 말이 진실에 가까운가 물은 여론조사 결과는 비슷비슷하다. 정·금 두 사람은 진흙탕 싸움을 벌인 끝에 국민 두 사람 중 한명 꼴로부터 각각 '잡놈'으로 평가받은 꼴이 됐다. 결국 정 공보위원은 사직원을 냈고, 금 변호사도 향후 활동에서 입지가 좁아지게 됐다. 본인 뿐 아니라 자신들이 보필해온 후보들도 생채기를 입었다. 박근혜 후보는 경박한 참모를 썼다는 인선의 문제를 지적받았고, 안 원장은 중도층 지지자들로부터 이번 파문으로 호감도가 떨어졌다는 따가운 평가를 받았다.

박 후보와 안 후보는 모두 한국사회 전반을 소외 계층 없이 고루 아우르겠다는 포용의 정치를 내세우고 있다. 그러나 서울대, 사법시험 합격, 검사라는 화려한 이력을 거친 초엘리트들이 벌인 이번 해프닝을 보면서 이 구호들의 진정성에 의심을 갖지않을 수 없었다.

박 후보는 '100% 대한민국'을 외친다. 이념, 계층, 지역, 세대 갈등과 산업· 민주화를 넘어 국민대통합 시대를 열겠다고 했다. 그의 시대에서는 단 1%도 소외받지 않을 것이라고 장담하고 있다. 이 구호가 외침에 그치지않음을 웅변이라도 하듯 그는 전방위를 종횡하는 이른바 '광폭 행보'를 멈추지 않는다. 엊그제는 프로야구 2군 경기장을 찾아 선수들을 격려하기도 했다. 이 자리에서 그는 "한번 실패를 겪었거나 어려움을 당해 자신의 꿈을 이루는 게 어려워지더라도 다시 기회를 갖고 잠재력을 키워 성공하는 사람들이 나오게 하는 것이 내가 지향해온 정치적 아젠다"라고 말했다고 한다. 안 원장은 관련 저서에서 "머리는 좋지만 개인적인 성공만 추구하는 사람이 정녕 우리 사회에 도움이 되는지를 심각하게 생각해봐야 한다"고 했다. 검사와 변호사를 넘어 최고권력의 언저리를 지향하는 금 변호사는 어떤 사람인지 묻지않을 수 없다. 그는 "힘들 때는 아래를 바라본다"고도 했다. 나보다 더 힘든 여건에서 악전고투하는 사람들을 보며 위로와 격려를 받는다는 의미일 것이다.

그러나 두 사람의 진영에서는 100%의 다양성도, 밑바닥에서 실패를 겪으며 분투해온 인생도 보이지 않는다. 오히려 성공가도를 파죽지세로 질주해온 1%들로 채워진 감이 크다. 각각 그들의 분야에서 일가를 이뤘던 법조인, 교수, 전직 고위관료, 정치인들 일색이다. 양 캠프에 포진한 인물들을 보면 과연 이들이 사회의 바닥을 체감하고 대변할 수 있겠느냐는 의문을 지우기 어렵다. 솔직히 이번 파문도 대통령 선거를 통해 0.1%에 들어가기 위한 1%들의 충성경쟁에서 빚어진 것이 아닌가 싶다. 박 후보 진영에서는 실정법 위반으로 판결받은 인사들까지 중용되면서 인선 기준이 도마에 오르고 있다.

화려한 명함들의 각축장이 되다보니 호흡이 맞지않아 삐걱거리는 파열음도 적지않다. 그들에게서 100%를 조화시킬 수 있는 역량은 보이지 않는다.

아직 출마 선언을 하지않은 시점이라 캠프의 인물 평가가 성급한 감이 있지만 안 원장 역시 측근들 대다수는 성공한 소수들이다. 일부 언론이 재벌 2세 등 그가 재계에 구축한 탄탄한 인맥을 앞다퉈 보도하면서 서민 지향적 이미지도 색을 바래고 있다.

유권자들에게는 후보는 물론 참모의 면면까지도 평가 대상이다. 후보가 내세운 구호와는 동떨어진 인물이나, 염불은 뒷전이고 잿밥에만 눈독을 들이는 기회주의자들이 득세하는 캠프는 외면받을 수밖에 없다. 이번 폭로 사태가 남긴 교훈이기도 하다. 후보들이 냉정한 시각으로 주변에 모여든 얼굴들을 짚어 볼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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