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문화에서 官 냄새를 빼자
지역 문화에서 官 냄새를 빼자
  • 조한필 기자
  • 승인 2012.08.08 2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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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의 주장
조한필 부국장(천안·아산)

1. 다음 달 4일 1642석의 대공연장을 갖춘 천안예술의전당이 개관한다. 이를 위해 천안시는 지난달 20일 '예술의전당팀'을 신설했다. 이 팀은 예술의전당 대관 업무와 공연기획을 전담하게 된다. 공연기획과 무대장치 전문가를 뽑고, 미술관 운영을 위해 학예사도 뒀다. 팀원들은 해당 분야의 전문가다.

그런데 정작 팀장은 시 행정직 공무원(6급)이 맡았다.

현재 팀이 조직된 지 보름이 넘었는데 주요 업무인 대관과 관련된 대관심의위원회 구성 계획도 못 세웠다. 전임 부서의 불성실한 인수인계로 언론사 요청이 잦은 예술의전당 전경 사진조차 확보 못했다.

2. 지난달 문화관광과 문화재팀장(6급)으로 청소행정팀장이 자리를 옮겨왔다. 그는 20여년 공무원 생활 동안 문화 관련 부서에 근무한 경력이 없다고 했다. 이 부서가 천안의 문화재를 총괄하며 시사편찬 관련 업무를 맡아본다.

현재 이 부서 책임 아래 천안디지털문화대전 집필 작업이 진행되고, 각종 문화재 관리 및 보수가 이뤄지고 있다.

그러나 이 부서가 시사 편찬과 관련해 조직한 천안역사문화연구회는 3년째 회의 한 번 제대로 열지 않았고, 지역 문화재 지정을 위한 향토유적보호위원회는 유명무실화된지 오래다.

전문성이 요구되는 문화·예술 분야 자리에 비전문가 공무원들이 앉으면서 해당 업무 효율성이 크게 떨어지고 있다. 게다가 해당 자리가 공무원들이 선호하는 것도 아닌지라 신바람 나게 일하는 광경을 보기도 힘들다.

외부에선 전문가가 맡았거니 여기는 천안박물관장도 5급 사무관이 꿰차고 있다.

돌아가면서 맡는 순환보직으로 천안 문화재·역사에 관심이 많아 맡은 자리가 아니다. 그러니 박물관장ㆍ문화재팀장은 통상 "잘 모르는 업무라서"를 되뇌이며 그 자리를 벗어날 때만을 기다리게 된다. 의욕적으로 사업을 펼칠 자신도 없고, 가만히 있자니 답답할 뿐이다.

천안시를 비롯한 많은 지자체가 전문성이 요구되는 자리에 외부 전문가를 임용하지 않고 있다. 물론 내부 적임자가 있다면 굳이 외부인을 쓸 필요가 없다. 그러나 그렇지 못할 때 문제가 발생한다.

지난 5월 천안문화재단을 출범하면서 외부 공모를 통해 사무국장을 뽑았다. 정년퇴직을 앞둔 천안시 부시장이 15대 1의 '치열한'경쟁을 뚫고 뽑혔다. 손은 안으로 굽게 돼 있으니 당연한 결과인지 모른다. 몇해 전 시 감사관을 개방형 직위로 바꿨는데 시 공무원이 뽑힌 것과 유사하다.

시는 문화재단 직원 달랑 5명인데 곧바로 사무국장을 본부장으로 승격시키고 예정에 없던 뮤지컬 제작·주최 등 재단 업무 확대에 나섰다. 전형적인 제식구 챙기기다. 민간 주도로 지역문화 창의성을 높인다더니 다시 관(官) 주도로 회귀하는 양상이다.

시 입장에선 시청 자리를 밖으로 내놓기 싫을 것이다. 민선시장시대에 직원들에게서"갈 자리가 없다"는 소리가 나와선 안된다. 혹 외부 전문가로 충원했다가 업무 협조가 필요할 때 알아서 기지 않고 까칠하게 나오면 일하기 힘들다. 무슨 핑계를 대든 '통하는 사람'으로 앉히는 게 상책이다. 그래야 "천안예술의전당 개관을 널리 알려야 한다"는 지시가 떨어지면 외부 눈치 안보고 700억원짜리 공연장에 힙합가수ㆍ7080가수부터 대거 불러들이는'과감한 행정'이 가능하다.

이래선 안된다. '삶의 질'세계 100대 도시를 꿈꾸는 천안시 문화·예술 분야에서 관(官) 냄새를 빼야한다. 문화재단을 만들고 예술의전당을 지었으면 "민간주도"입으로만 외칠 게 아니라 제대로 민(民)에 넘겨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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