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럼 '멈춰버린 1초'는
그럼 '멈춰버린 1초'는
  • 전병순 <전 한국BBS 청주흥덕지회장>
  • 승인 2012.08.05 2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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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권익위원칼럼
전병순 <전 한국BBS 청주흥덕지회장>

근대올림픽 창시자인 쿠베르탱은 이렇게 천명했다. '우정과 연대, 페어플레이 정신에 따라 어떤 차별도 없는 스포츠로 세계 젊은이들을 가르쳐 더 나은 세계를 만든다'라고. 소위 올림픽 정신이라는 것이다.

세계배드민턴연맹(BWF)이 지난 1일 2012년 런던올림픽 배드민턴 여자복식 조별리그에서 벌어진 '져주기' 경기와 관련해 한국(4명), 중국(2명), 인도네시아(2명) 등 8명의 선수를 전원 실격 처리했다.

부끄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승부 조작은 어떤 이유로든 정당화될 수없다. 올림픽 정신에 대한 배반이다.

그러나 일견 선수들을 이해할 수 있는 부분도 있다. 선수들은 이것이 처음 있는 일이 아니라면서 경기방식이 이런 일을 초래했다고 푸념한다. 베이징올림픽 당시엔 1차전에서부터 지면 무조건 떨어지는 '넉아웃 방식' 토너먼트였으나 2010년부터 조별리그 방식을 도입하면서 '작전'을 통해 불편한 상대를 피하고, 원하는 상대를 택할 수 있는 여지가 생겼다는 것인데 이번 대회에서도 이를 가동한 것이 문제가 됐다. 시스템의 문제를 왜 선수의 문제로 돌리느냐는 항변인 것이다. 하지만 올림픽정신 위배라는 측면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우리 선수와 지도자들의 겸허한 사과와 자기 반성이 필요하다.

런던에서 연일 낭보가 이어지고 있다. 찜통더위에 지친 국민들에게 큰 위안이 되고 있다. 태극전사들이 눈부신 기량과 투혼으로 당당히 승부해 세계시민들의 아낌없는 박수를 받고 있다.

이런 가운데 우리는 봤다. 한국 올림픽축구팀의 두번째 경기였던 대 스위전에서 더티한 플레이로 관중들로부터 야유를 받은 스위스 미첼 모르가넬라가 경기가 끝난 후에도 한국 비하 발언을 해 국제축구연맹으로부터 징계를 받고 결국 자신의 모국 스위스 정부가 사과까지 하는 수치를 당하게 했다. '우정과 연대, 페어플레이'라는 올림픽정신에 비춰보면 그에게는 '선수'라는 칭호도 아깝다.

그런 자격없는 선수도 우리는 봤다. 이번 '셔틀콕 스캔들'과 관련, 우리도 뼈를 깎는 반성를 해야 한다. 대다수 우리 국민들은 잇단 오심에, 더티한 미첼 모르가넬라 같은 선수같지 않은 선수에 분노하면서도 물의를 빚은 우리 배드민턴 선수들에게도 여지없이 비판을 가하고 있다. 자기반성을 요구하고 있다. 그 만큼 우리 국민들의 의식수준이 높아진 것이다. 박수를 보낼 것은 보내고, 분노할 일에는 분노하지만 우리가 잘못한 것에 대해서도 무조건 감싸안지 않고 비판하면서 자성을 요구하고 있는 것이다. 이것이 또 다른 올림픽정신이다.

1948년 첫 올림픽 정신을 기억하자며 개막된 이번 런던올림픽에서 정작 올림픽정신이 심각하게 훼손됐으며, 이에 대한민국 선수와 국민들도 겸허한 반성을 하고 있는 것이다. 이처럼 올림픽정신을 강조하며 통렬한 반성을 하고 있는 우리 국민들의 마음속에는 '그럼 멈춰버린 1초는(?)'이라는 의문을 가지고 있다. 펜싱 신아람 선수에 대한 황당한 오심을 말하는 것이다. 너무도 어이없는 일이어서 시간이 흘렀는데도 국민들의 가슴속에는 여전히 응어리져 있는 것이다. 그러면서 우리 국민들은 말한다. 올림픽정신은 선수만이 지켜야 하는 룰이 아니라 심판진을 비롯한 모든 스텝들도 가져야 하는 정신이라고 말이다. '멈춰버린 1초'야말로 이번 런던올림픽에서 가장 크게, 가장 심각하게 올림픽정신을 훼손한 사건이라는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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