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원한 상생발전의 길
요원한 상생발전의 길
  • 오창근 <칼럼니스트>
  • 승인 2012.07.11 2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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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논단
오창근 <칼럼니스트>

대형마트의 반격이 시작되었다.

중소기업인과 골목상권을 살리자는 취지로 시작된 대형마트 영업제한이 불과 두 달 남짓 지난 시점에서 표류할 위기에 처해 있다.

청주시 소재 7개 대형마트가 지난 6일 청주시를 상대로 영업시간 제한 취소 청구소송을 냈다고 한다.

청주시 대규모점포 등의 등록제한 및 조정 조례에 따라 4/22일 전국 대형할인매장과 기업형슈퍼마켓(SSM)에 대한 의무휴무가 처음 실시되었고, 청주지역은 대형마트 6곳과 기업형 슈퍼마켓(SSM) 21곳에 대한 의무휴무제가 시작된 지 두 달이 넘어서고 있다. 지역에 따라 편차는 있지만, 재래시장과 동네슈퍼에 부분적인 매출상승 효과가 있는 것으로 조사된 시점에 청주시뿐 아니라 전국적으로 대형마트 영업시간제한 취소 소송이 들불처럼 일어나고 있어 안타까움을 더한다.

그간 대기업은 막대한 자본력을 바탕으로 전통적으로 중소상인이 영위해오던 도·소매업, 식자재 납품업, 공구업뿐만 아니라 떡집, 빵집 하다못해 분식사업까지 뛰어드는 잡식성의 모습을 보여 왔다.

대형마트 영업시간 규제 등은 대기업의 자본에 의해 질식할 수밖에 없는 중소상인과 골목상권에 숨통을 트여 주고자 하는 자구책이다.

그만큼 재래시장은 붕괴위기에 몰려 있었다. 정착단계에 접어들 줄 알았던 대형마트 영업제한이 지난 22일 서울 행정법원이 영업시간 제한이 부당하다며 유통업체가 낸 처분취소 청구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을 함으로써 급반전했다.

법원이 유통업계의 손을 들어주었을 때만 해도 청주시 관계자들은 조례를 제정하기 전에 충분한 논의를 거쳤기 때문에 청주시 소재 대형마트가 영업시간 제한 취소소송을 하지 않으리라 낙관했지만 예상은 여지없이 빗나가고 말았다.

청주시 지역 내 대기업의 대형마트가 지역경제에 기여하는 바가 많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가진 시민도 많다. 그러나 속내를 들여다보면 전혀 그렇지 않다. 대형마트 연간 2011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청주시 소재 4대 대형유통 대기업이 납부한 지방세는 고작 13억 원에 불과하다.

또한, 임대 매장의 경우도 지방세 납부 실적이 미미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렇다고 지역에서 생산된 농산물이나 지역 중소기업이 만든 제품이 우선 구매돼 팔리는 것도 아니다. 지역주민을 고용해 일자리 창출 효과가 있다고 하나 유통회사의 이익에 비하면 그 효과가 크다고 할 수 없다.

시사인 IN이 보도한 대형마트가 지역경제에 미치는 영향이라는 심층 분석자료에 따르면 홈플러스 청주점 24시간 영업 3년, 대형마트에 입점해 있는 품목을 취급하는 전 업종에 걸쳐 폐업율이 10~50%로 증가해 지역상권이 초토화 된 결과를 보여 줬다.

특히 슈퍼마켓과 건강 미용식품, 컴퓨터 매장, 가공식품도매 업은 3년 만에 많게는 49.1%, 적게는 21.4%의 폐업율을 보였다.

이는 대형마트가 들어서면 지역상권은 초토화 될 수밖에 없으며 그 피해는 주변의 중소상인과 재래시장에 돌아갈 수밖에 없는 것을 보여 준다.

대형마트 영업제한은 상생발전이라는 국민적 합의 속에서 제안된 것이다. 1996년 유통시장 개방 이후 경쟁력 강화라는 명목아래 대기업은 대자본을 앞세워 중소업체와 골목상권을 잠식해 왔다. 약자를 위한 배려와 상생 공존이라는 대의적 가치를 위해 대형마트 영업제한을 했지만, 대기업의 반격에 난항을 겪을 수밖에 없고 취지도 무색해졌다.

공생과 상생에 법의 잣대를 들이대 형평을 맞추어야 할 만큼 자본의 지배력은 커지고 있다.

겨우 숨통이 붙어 있는 중소상인과 골목상권이 이번 일로 다시 한 번 질식사의 위기에 처하게 됐다. '영업제한이 절차상 문제가 있다고 하더라도 취지가 옳으므로 정당했다.' 라는 법원판결을 기대했던 중소상인들의 바람은, 말 그대로 '바람' 되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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