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약
작약
  • 연지민 기자
  • 승인 2012.05.30 21:1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시 읽는 세상
장석남

빈 방에서 속눈썹 떨어진 걸 하나 줍다
또 그 언저리에선 일회용 콘텍트렌즈 마른 걸 줍다
이 눈과 눈썹으로는 무엇을 보았을까
이 눈썹과 눈의 주인을 생각한다
눈물 위에 이걸 띄워서 무엇을 보았을까

작약 싹 올라온다
작약꽃이 피어 세상을 보다가
떨어질 것을 생각한다
작약 겹겹 꽃잎이 바라본 그 속에
이 눈의 주인과 내가
눈 꿈쩍꿈쩍하며 나눈 말을
숨겨두리라



※본다는 것은 단순히 보는 것을 말하지 않는다. 씨앗에 눈이 달린 것처럼, 본다는 의미의 층위를 두레박을 따라 아래로 깊이 내리면 생명의 눈으로 세상을 본다는 뜻과 만난다. 투명한 눈을 하늘로 향하고 있는 일회용 콘텍즈렌즈도, 딱딱한 껍질 속에 감춰진 씨앗의 눈도 눈물로 세상을 닦아내긴 마찬가지다. 가장 낮은 곳에서 촉을 틔워 세상을 바라보는 작약처럼 사람들에게도 생명의 눈이 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