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소한 일상의 기록 지친 삶을 다독이다
소소한 일상의 기록 지친 삶을 다독이다
  • 연지민 기자
  • 승인 2012.02.16 22: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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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주 박종희 작가 첫 수필집 '가리개' 출간
"가리개는 물건을 가리거나 칸을 막는 역할을 하지만 혼자서는 절대로 빛나지 않는다. 놓일 자리에 맞게 놀일 때에야 비로소 빛이 난다. 가리개 하나로 회사 구내식당이 고급 레스토랑처럼 우아하게 바뀌었듯이 내 옆에 있는 보석 같은 가리개인 남편 때문에 나는 늘 빛이 난다. 그런 멋진 가리개가 쓰러지지 않도록 나도 든든한 바람막이가 되어야겠다"

-수필 '가리개' 중에서

청주에서 활동하고 있는 수필가 박종희씨가 첫 수필집 '가리개'를 출간했다.

일상의 작은 발견을 통해 사금파리처럼 빛나는 순간을 기록하듯 '가리개'에는 저자의 생활 속 모습이 진솔하게 묻어난다.

본문은 모두 4부로 구성해 40여편의 수필을 실었다. 1부 '빈집', 2부 '아버지의 가방', 3부 '가리개', 4부 '태엽을 감다' 등으로 정리한 글에선 잔잔하면서도 일상의 깨알재미도 읽을 수 있다.

"초등학교 다닐 때부터 글쓰기 대회에 불려나가 커서는 글을 쓰지 않겠다고 생각했다"는 저자는 "어릴 적 가슴 속에 품었던 글의 씨앗은 결혼 후 전국 공모전에 도전하며 다시 글쓰는 일을 하는 계기가 되어주었다"고 말했다.

이번 수필집은 박 작가의 첫 창작집이다. 가족들이 공동으로 펴낸 산문집은 있었지만 자신의 이름으로 첫 선을 보이는 작품은 등단 10여년만의 일이다.

"너무 오래전에 써 놓은 글을 묶으려니 맘에 내키지 않아 많이 망설였다"며 "장맛은 오래 묵힐 수록 좋다는데 나는 쓸데없이 글을 묵혀 이제는 묵을 글이 된 것을 활자화 하려니 쑥쓰럽다"고 미소지었다.

수필로 시작한 작가 활동은 한 장르에 구속하지 않고 소설과 동화로 영역을 넓히고 있다. 실제 일어났던 일을 가슴 속에 담아두었가 소설도 동화도 쓰게 됐단다.

"하다 보니 소설도 쓰게 되었고, 동화도 써 공모에 도전하게 됐다"며 "어릴 적부터 글쓰기 대회에 참가해선지 현장에서의 문장 순발력이 있는데 이런 것이 때때로 열심히 글에 매진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반성도 하게 된다"고 했다.

그래도 "삶에 지쳐 사는 것이 막막해질 때 묘약처럼 내 마음을 치유해 주는 것이 글쓰기다"라고 말하는 것을 보면 글쓰는 일이 천직인가보다.

임헌영 문학평론가는 "박종희 작가는 생활과 글을 조화시키는 탁월한 재능을 가진데가 기교보다는 진실성에 초점을 맞추는 솜씨가 돋보인다"면서 "가족을 포함한 인간상과 사람을 관찰한 저자의 글들은 다양성에서 흥미를 끈다. 문학을 통해 인간을 관찰하는 지혜를 얻는가 하면, 잃어버린 추억과 미묘한 심리적인 다양한 스펙트럼 찾기도 시도하고 있다"고 평했다.

박종희 작가는 2000년 문학세계 수필 신인상으로 등단한 박 작가는 시흥전국문학상(2007), 광주김치문화축제 스토리텔링상(2009), 올해의 여성문학상(2010) 등을 수상했다.

현재 충북수필문학회, 한국산문작가협회, 한국작가회의 충북지회 회원과 충북여성문인협회 부회장을 맡으며, 청주·청원 1인1책 만들기 지도강사로 활동 중이다. 저서로는 가족문집 '나와 너의 울림'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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