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영덕의 실크로드 견문록 < 31 >
함영덕의 실크로드 견문록 < 31 >
  • 충청타임즈
  • 승인 2006.06.14 1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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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벳의 무사, 강인한 팔로 질팍한 삶 이기네
창족과 장족의 민속공연

오후 6시에 투어를 종결했다. 중국에서 입장료가 가장 비싼 곳이다.

숙소에 들렸다가 민속공연장으로 향했다. 입구에서 북과 챙을 두드리며 흥을 돋우고 관람객의 목에 희고 얇은 마후라를 걸어 주었다. 4∼5백석 되는 객석은 꽉 차서 앉을 자리가 마땅치 않아 방석을 하나 구해서 무대 앞쪽을 비집고 앉았다. 3000m의 고산지대에 사는 장족과 창족들의 문화를 알고 싶은 호기심이 비싼 입장료(100元)를 마다하고 참가하게 되었다. 전통문화가 최고의 관광 상품임을 여기서 새삼 실감하지 않을 수 없었다.

몽고식 빠오로된 천막무대에 남녀무희가 나와 기백 있는 춤동작과 가슴을 후련하게 때리는 음악소리가 어우러져 분위기가 흥겹게 달아올랐다. 12가지의 주제를 가지고 공연하는 민속공연은 남녀무희 모두 키가 크다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긴 천을 들고 나와 춤을 추는 첫 번째 공연은 가슴을 뛰게 하는 흥겨운 선율과 경쾌한 몸동작이 인상적이다. 특히 남자들은 발과 다리동작을 경쾌하게 움직이며 춤을 추었다.

두 번째는 남녀무희들이 나와 서로 술잔을 부딪치며 축배를 드는 순서와 세 번째는 티베트 전통복장을 한 남자가수의 흥겨운 전통민요, 네 번째는 여섯 명의 남자무용수가 펼치는 경쾌한 스텝과 팔 동작은 마치 권법을 하듯 비호같이 뛰었다 움추렸다,

팔을 휘두르는 폼이 무술을 변형한 춤 같은 느낌이 들었다. 동작 하나 하나를 끊어 절도 있게 한다면 무술동작이라도 손색이 없을 것 같다.

경쾌하며 박력 있고 활기찬 동작을 보면서 고산지대의 민족들이 생존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한 강인한 투쟁과 용기를 엿볼 수 있었다.

지우자이거우는 쓰찬성 아빠장주(阿藏藏族)와 챵주(羌族)의 자치구이다.

두 민족이 함께 공연하는 곳도 이곳이 그들의 같은 고향이기 때문이다. 서역풍이 베인 청아하고 간들어진 중국음악이나 우리의 한이 서린 애절한 음조는 찾아볼 수 없고 그들의 춤동작은 경쾌하고 힘찬 기백을 느끼게 하는 것이 인상적이다.

다섯 번째는 화려한 장식에 카우보이식 모자를 쓰고 맑고 청아한 음색을 가진 가수가 나와 노래를 부르자 입장할 때 준 흰 천을 관중들이 들고 나와 가수의 목에다 걸어 주었다.

흰 머풀러를 기념품으로 주는 줄 알았는데 청중과 거리를 좁히고 서로 어우러질 수 있는 연결고리를 제공해주는 역할을 하고 있다.

여섯 번째는 아랍풍의 영향을 받은 것 같은 복장으로 아라비안 나이트식의 모자를 쓰고 조그만 전통피리로 맑고 힘차게 연주하였다. 일곱 번째는 아름답고 귀여운 얼굴을 한 아가씨가 나와 귀를 때리는 듯한 청아한 목소리로 관중들을 사로잡았다.

여덟 번째는 여러 명의 응모자를 등장시켜 제비뽑기를 하여 경기를 시키는데 승리하는 사람에게는 아리따운 여인을 신부로 선택할 수 있는 기회를 주고 부부의 예를 올리는 장면을 연출하여 무대는 관중과 배우가 어우러져 한판의 난장을 이루게 하는 흥겨운 장면이다. 장자지에(張家界)에서 본 토가족의 민속공연 모습과 비슷한 부분이다.

그러나 토가족에 비해 춤동작이 경쾌하고 힘차며 남방계통보다 키가 훨씬 크고 기백이 넘친다. 그리고 남녀간의 사랑 표시나 노래도 장족들은 맑고 높은 소리로 노래를 부르고 있어 남방의 고산족과 북방의 고산족 간에는 기질상의 차이점이 보였다. 북방민족이 훨씬 더 경쾌하고 힘찬 기백을 가지고 있다. 뒤이어 이어지는 남녀가수들이 부르는 노래는 한이 서린 애절한 음조보다는 높고 맑은 힘찬 노래 가락으로 흥을 돋우고 가슴을 뜨겁게 하는 공연이다.

마지막 공연에는 가장 화려하고 다채로운 의상을 입고 나와 티벳 의상문화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 보았다. 우리의 전통의상에 비해 훨씬 더 화려하고 다양해서 티벳 문화를 새롭게 바라보는 계기가 되었다.

다음날 아침 7시에 호텔을 출발했다. 3000m 정도의 지우자이거우 고원에서 잠을 자 보기는 처음이다. 산에는 운무가 가득했다.

원주민 여인들이 길가에 나와 차를 기다리며 손을 흔들어 주었다. 가까운 읍내에 장보러 가기 위해 차를 세우는지 알았는데, 장(藏)족 아가씨를 한명 태우자 노래를 부르고 분위기를 흥겹게 띄웠다.

한창 재미있는 분위기를 연출하더니 옥 제품과 3천 미터 이상의 고산에서 난다는 향기나는 돌로 만든 염주를 팔았다. 기념으로 민나쌍주 염주를 15元에 구입했다.

장보러 가는 장족아가씨가 아니라 기념품을 파는 아가씨라는 것을 나중에서야 알았다. 아무튼 알아들을 수는 없었지만 장족 아가씨의 노래 가락과 재치있는 말솜씨로 재미있고 흥겨운 시간이 되었다.

도중에 꺼산얼 왕궁 터에 도착했다. 빠오 천막이 나타나고 길 양쪽으로 깃발을 띄워 길게 늘어놓았다.

주변 빠오엔 베짜는 여인과 재봉틀을 굴리는 남자, 은세공을 하는 장인들, 잘 정돈되고 세련된 가구로 장식한 귀빈실, 불화를 천에 그리는 화공, 원시적으로 인쇄하는 장소 등을 둘러보았다.

장족의 영웅을 기념하는 궁터인 꺼산얼 왕 사당에서 180㎝ 정도의 나무막대 크기의 향을 보았다(60元). 장족들의 생활모습을 볼 수 있는 곳이다.

가는 도중에 두 군데의 식품공장과 수정을 파는 기념품 가게에 들려 점심식사를 하였다. 오후 1시경 4200m 고지를 통과했다.

산정엔 노란 들꽃이 피어있고 호흡에 약간 부담을 주었다. 야생초와 산 능선을 덥고 있는 초원, 거대한 암벽 산들이 병풍처럼 이어진 계곡 사이로 구름이 쉬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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