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영덕의 실크로드 견문록 < 32 >
함영덕의 실크로드 견문록 < 32 >
  • 충청타임즈
  • 승인 2006.06.14 1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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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천하지 못한 黃龍... 비상의 꿈꾸며 굽이굽이 흐르는구나
오후 1시 반쯤 공원매표소에 도착했다(입장료 110元). 지우자이거우에서 북동쪽으로 68km를 가면 오늘 여정의 종착지인 황룽스(黃龍寺)를 만날 수 있다.

지우자이거우와 황룽스의 여행코스는 남북 두 갈래 선이 있다. 남쪽 선은 청두로부터 출발하여 서문 장거리 역에서 쏭판 방향의 버스를 타면 된다. 거리는 335km로 하루나 이틀정도는 잡아야 한다. 쏭판에서 황룽스까지는 55km이다.

입구에서 울창한 숲길이 나 있는 좁은 오솔길을 따라 올라갔다. 누런 암반 위를 흘러내리는 물 빛깔이 황색으로 보인다 하여 황룽(黃龍)으로 부르고 있다. 석회암 물이 고여 만들어진 작은 호수와 연못들로 이루어진 황룽은 마치 계단식의 작은 논처럼 연결되어 기이한 경관을 만들어 내고 있다.

작은 폭포가 수십 갈래 흘러내리는 모양의 비폭유희(飛瀑遊戱)를 지났다. 둥글둥글한 매듭바위를 연이어 뛰어내리는 폭포가 마치 연꽃잎 사이를 돌아내려 오는 것 같은 연태비폭(蓮台飛瀑)의 풍경을 감상하면서 몸과 마음을 씻고, 다시 오르다가 세신동(洗身洞)에서 잠시 휴식을 취했다. 푸른 논 같은 연못을 지나 2시간 정도 오르면 황룽에서 가장 아름다운 오채지(五彩池)가 나타난다.

이곳은 황룽의 누런 물빛과는 달리 지우자이거우처럼 여러 가지 칼라플한 색깔을 빚어내는 곳이다. 규모나 다양성에 비해 황룽은 지우자이거우보다는 많이 떨어지는 느낌이다. 호수나 연못이 작고 누런 암반의 다양한 형태에 따라 물의 색깔과 흐름이 이루어지고 있다.

계곡도 폭이 좁아 3400개의 작은 연못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이 연못들은 물속의 깊이와 햇빛의 방향, 서서 보는 각도에 따라 황색에 서 에머랄드빛에 이르기까지 다양하게 나타난다.

누런 암반위로 발목을 적실 듯 말듯한 수정처럼 투명한 물이 흐르는 모양은 용이 승천을 꿈꾸며 하늘을 비상하려는 몸짓처럼 느껴진다.

오후 4시쯤 드디어 황룽스(黃龍寺)에 도착했다. 가끔씩 뿌려주는 빗발 때문에 매우 서둘러 올랐다. 사찰 입구에는 우산이 부딪칠 정도로 사람들로 붐볐다.

뜰에 들어서니 사당 앞엔 향불이 활활 타오르고 있다. 사당 안에는 황색도포를 두르고 백발의 수염을 날리는 황용진인(黃龍眞人)이 근엄한 눈빛으로 앉아있고 좌우에 두 사람이 시립해 있다. 좌측 칸에는 아름다운 두 여인이 앉아 있고 우측 칸에는 두 남자가 앉아 있다.

도교와 불교가 서로 만나고 있다는 느낌이 드는 사찰이다. 해발 5580m의 설보산 기슭 한편에 V자형의 계곡사이로 펼쳐진 길이 7.5km의 석회암층에 물이 고여 이루어진 황룽의 경관은 지우자이거우와는 또 다른 분위기와 정취를 갖고 있다.

황룽스 앞 정면을 바라보면 저 멀리 아득한 녹색능선이 구름을 등에 지고 유연하게 뻗어내리고 사찰 아래 골짜기 좌우에는 산맥들이 웅장하고 힘찬 기세로 감싸 안고 있다. 3100m의 사찰 입구의 7.5km 주변은 해발 3500m의 고산지대로 둘러싸여 있다. 사찰 주변은 형형색색의 우산들이 부딪치며 지나가고 있다. 비가 오락가락하여 뛸 듯이 내려왔다.

오후 5시 반쯤 쏭판으로 출발했다. 4000m 이상의 고봉들이 서서히 운무에 감기는 모습을 바라보니 차창 밖의 풍경은 동화속 한폭의 수채화 같이 스쳐가고 있다. 골짜기의 원시림들과 능선을 흘러내리는 가파르고 부드러운 산맥들의 파노라마, 알몸을 드러낸 암벽들의 근육질 몸매, 부끄러운 듯 운무로 속살을 살짝 가린 계곡의 암벽과 초원들, 산은 산을 넘어 끝없이 이어지고 있다.

오후 6시쯤 해발 3800m의 능선에 정차했다. 주변경관을 둘러보며 사진촬영을 하면서 잠시 휴식을 취했다. 관목들 사이로 야크떼들이 계곡 아래서 풀을 뜯고 있다. 옆 자리에 앉은 우한(武漢)에서 온 아주머니는 황룽 입구에서부터 심한 구토증에 시달리다가 고도가 높아지면서 혈색이 하얗게 변하며 몹시 고통스러워했다. 아주머니의 부탁으로 같이 온 두 오누이를 지우자이거우에서부터 황룽까지 같이 데리고 다녔다.

쏭판에서 이틀 밤을 보내고 청두로 출발했다. 중간에 장족민속공예품 전시장을 들리면서 오던 길로 되돌아갔다. 작은 것을 가지고도 서로 즐거워하며 재미있게 대화하는 중국인들의 모습에서 그들의 넉넉한 품성을 느끼게 된다. 쓰찬성 사람들은 말이 무척 빨라 숨도 안 쉬고 떠드는 것 같다.

인구 1000만의 도시 우한 사람들과 3박 4일간 함께 여행을 하는 동안 정이 많이 들었다. 특히 구토하던 아주머니의 두 남매는 여행 내내 같이 다녀서 더욱더 헤어지는 것이 아쉬웠다. 며칠 동안 정든마음은 차창 밖으로 흔들어 주는 손끝에서 이별의 아름다움을 느끼게 한다.

황룽과 지우자이고우 일정을 마친 여행객 중에 쏭판으로 되돌아와 랑무쓰나 시아허 방향으로 가는 경우가 많이 있다. 쓰찬성은 중국에서 가장 각광 받는 여행지로 부상하고 있으며, 많은 관광루트가 개발되고 있다. 랑무스(郞木寺)는 아주 조그만 마을로 마음의 고향을 찾는 듯한 편안한 느낌을 주는 곳이며 티벳 불교의 라마사원이 두 곳이 있다.

며칠 쉬어가고 싶었지만 아쉬움을 남기며 발길을 재촉했다. 또한 청두에서 낙양과 소림사, 시안을 거치는 일정도 잡아 보았지만 3일 정도가 소요되어 시안으로 곧바로 가기로 했다.

오후 6시 반쯤 청두기차역으로 택시를 타고 출발했다. 시가지는 깨끗했다. 저녁 7시 30분발 시안행 침대차가 없어 밤 11시 30분의 심야 기차를 타기로 하였다. 16시간 걸리는 시안행을 야간에 앉아서 가다보면 피로가 더욱 누적될 것 같아 4시간을 기다려서 침대차로 가기로 결정했다.

숙소문제도 해결될 뿐만 아니라 기차에서 자는 날은 이동시간을 가장 효율적으로 단축시킬 수가 있어 답사일정 내내 최대한 이런 방법을 선택했다. 어느새 중국여행에서 3∼4시간 버스나 열차를 기다리는 것에는 익숙하게 되었다.

시간의 여유가 있어 청두의 보행가를 걸었다. 거리의 광장 한가운데에 중산 손문 선생이 의자에 앉아 공원을 바라보는 동상이 있다. 분수대와 꽃으로 잘 가꾼 공원에 앉아 청두시민들이 오가는 모습을 지켜보며 모처럼 한가로운 시간을 즐겼다. 쓰찬성은 사회주의 시장경제 체제로 중국의 진로를 바꿔놓은 광안현(廣安縣) 출신의 작은 거인 등소평을 비롯하여 천북(川北)의 문호 광원중진(廣元重鎭)은 중국의 첫 번째 여황제를 탄생시킨 측전무후의 고향이다. 그리고 광원(廣元) 남면(南面)의 강유시(江油市)는 당나라 시인 이백(李白)의 고향이기도 하다.

기차에 올랐다. 민국이도 계속된 고산지대의 여행에서 기침을 심하게 하였다. 구이린 양수오에서 밤새도록 돌아갔던 그 에어컨 덕분에 여행 내내 고전할 줄 누가 예상했을까. 무거운 짐을 지고 고원을 누비니 조금도 나아지지 않는다. 다행히 쿤밍에서 지우자이거우에 이루는 2000m∼3000m의 고원지대를 통과하였으니 앞으로는 많이 좋아질 것이라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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