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문화재단의 출범을 바라보며
충북문화재단의 출범을 바라보며
  • 이경희 <청주대 예술대학 교수>
  • 승인 2011.05.30 2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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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광장
이경희 <청주대 예술대학 교수>

충북문화재단의 출범이 진한 진통을 겪고 있다.

지역 전체 언론의 모습은 진보·보수 성격에 따라 사실 보도에서부터 이해관계에 따른 치열한 공방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양태를 보이고 있다. 선임된 초대 대표이사의 경력과 전문성 문제, 도 문화예술과의 내부문건 유출 사건, 한나라당과 일부 지역 언론의 강력한 반발에 이어 급기야 도지사의 기자회견까지 이어져 그야말로 엄청난 이목을 집중시키며 산고를 치르고 있다.

이처럼 문화계의 일이 크게 이슈가 되어 연일 기사화되는 경우는 정말 드문 일이다. 지역 문화에 종사하는 많은 예술인들은 작금의 충북문화재단 출범사태를 우려하는 마음으로 바라보고 있을 것이다. 문화재단이 과연 무슨 역할을 하는가에 대한 정체성 논란이 아직도 계속되고 있는 상태이고 모범 답안이 따로 있는 것도 아니어서 재단이 지역에서 어떤 역할을 하느냐에 따라 사업내용과 위상이 크게 달라질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이는 재단을 이끄는 주체가 얼마나 비전과 열정을 가지고 있느냐에 따라 지역문화의 미래가 결정될 수 있다는 의미이다. 재단을 위한 실제적인 문제들은 뒤로 한 채 끝없는 논쟁으로 출범에 문제가 생긴다면 과연 바람직한 일일까?

타 광역자치단체들은 이미 문화재단이 설립되어 활발히 활동 중에 있으며 현재 충남과 경북 정도만 재단이 설립되지 않은 상태이다. 충북 지역 재단의 출범이 늦은 시기에 혹여 작금의 사태가 확산되어 재단 설립 일정에 차질이 빚어질까 우려되던 차, 도는 애초의 계획대로 7월 1일 재단 출범을 확실히 했다. 혼란 중 다행스러운 진행이다.

비바람이 호수를 때려 밑바닥의 온갖 것들을 뒤집어 놓았으니 맑게 가라앉으려면 시간이 꽤 걸릴 듯하다. 그러나 자연이 모진 비바람을 이겨내며 자태를 뽐내듯 이번 경우에도 얻은 것들이 있을 터이다. 충북문화재단이 어떤 것들을 염두에 두어야 하는지 자명하게 알았다는 것이다. 정치성향 우려, 전문성 논란, 문화예술계의 화합과 교류를 촉진시킬 수 있는 역량의 필요, 문화예술기금의 효율적 운영 및 형평을 갖춘 집행, 충북 문화예술 정책의 발전적 대안 제시, 투명한 예산 집행 등 당연히 주목하여야 할 것들이 강조되었다.

새 대표이사와 이사진들이 이러한 지적들을 늘 염두에 두고, 자신의 역량을 오로지 예술혼을 위해 불태우는 지역 예술인들의 마음을 채워주는 것은 물론 충북의 문화예술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강력한 경고로 되새김질 할 만하다. 비온 뒤에 땅이 단단히 굳기를 희망한다.

전졸후교(前拙後巧)란 성어(成語)가 생각난다. 처음은 졸속해도 나중은 교묘하다는 의미이다.

완벽한 출발을 기대할 수 없는 것이 현실일지 모른다. 그리고 어떤 일이라도 긍정적인 사고는 가능하다. 신임대표이사는 그동안 문화재단 설립에 깊숙이 관여해 온 만큼 누구보다도 폭넓은 시야를 갖고 있을 것이다. 지역 여론은 때늦지 않은 질타로 경계를 늦추지 않았다. 그는 무보수 명예직으로 선정되었지만 때맞춰 문제가 되었던 시민단체 대표 직함도 내려놓았다.

뒤이어 불거진 허위학력 게재 문제는 30여 년 전 가정형편이 힘들어 고교 중퇴를 밝히지 못하고 취업하고자 열망했던 어린 과거의 흔적이며, 이번 선임과정에서 도에 제출한 이력서에는 사실대로 밝힌 이상 학력문제가 앞으로의 그의 인생에 더 이상 걸림돌이 되어서는 안 될 것이다. 그는 '평생 멍에를 지고 살아 왔다.'라고 피력했다. 이번 기회에 그가 멍에를 훨훨 벗고 마음껏 자신의 소신을 펼칠 수 있기를 진정으로 바란다.

지역 문화예술인들이 오랫동안 기다려 왔던 충북문화재단의 출범이 기대와 축하를 받으며 시작되지 못함이 아쉽지만, 무관심과 자찬의 분위기로 편하게 출범하는 것보다는 지금과 같은 긴장감이 책임을 안고 있는 도나 이사들에게 무거운 짐이 되리라 믿어 본다.

충북문화재단의 힘겨운 첫출발이 온실에서의 안락한 출발이 아니라 야생의 비바람 속에서 강인한 에너지를 모으며 힘차게 움트는 과정이기를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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