캠퍼스의 손님이 아닌 주인으로 함께한다
캠퍼스의 손님이 아닌 주인으로 함께한다
  • 정상인 <한국폴리텍대학 청주캠퍼스 학생회장>
  • 승인 2011.04.25 21:3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열린광장
정상인 <한국폴리텍대학 청주캠퍼스 학생회장>

따스한 햇볕 아래 어느덧 봄의 한가운데에 섰다. 수줍은 듯 폈던 백목련과 노랑 개나리, 그 위로 솜사탕 하얀 벚꽃이 한겨울 눈발인 양 캠퍼스에 흩날린다.

오전부터 학생회 사무실이 한껏 들떠 있다. 새집으로의 이사를 앞두고 집기 정리에 임원들의 손길이 각기 분주한 모습이다. 지금의 학생회 사무실은 캠퍼스 내 동산 후미진 곳 2층에 있다. 사무실 위치가 외지다 보니, 많은 학우들의 사랑방같이 찾는 발길이 아쉽기만 했던 터다. 하지만 얼마 전 학교 측의 배려로 캠퍼스 내 한가운데에 있는 북카페 양지바른 건물로 옮기게 됐다.

북카페 건물은 학과동과도 가까울 뿐더러, 취업에 관한 많은 정보를 얻을 수 있는 취업정보실과 도서관, 영화감상실 등이 있어 학우들에겐 참새 방앗간 같은 곳이다.

지난해 정부의 온실가스 절감정책과 맞물려 범정부적인 에너지 절약정책이 추진됐다. 공공기관들은 정부로부터 최근 2년도 평균 에너지 사용량의 10% 절감이라는 절대 목표량 달성을 요구받았고, 고용노동부 산하의 국책특수 전문대학인 우리대학도 예외는 아니었나 보다. 학교 측은 냉온풍기의 적정온도 준수는 물론, 개인전열기 사용금지, 사무실 한 등 켜기, 전기기기 타이머 부착 등 시행가능한 모든 방안을 실시했다. 하지만 학과개편에 따른 고소비 전력 장비의 도입으로 10% 에너지 절약이라는 목표 달성은 쉽지 않은 듯싶었다. 우리 학생회는 대학 측을 찾아 에너지 절약에 관한 학생회의 자발적인 참여의사를 밝혔다. 우리는 에너지 절약에 대한 학우들의 마인드 변화가 제일 중요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이를 위해 학생회 임원들은 고교시절 미술시간 이후 멀리한 팔레트며 물감을 꺼내 포스터를 그려나갔다. 낮에는 수업이 많아 주로 야간시간을 이용해야만 했다. 등교시간과 점심시간에는 학생회 임원들이 정문과 학과동 앞에서 에너지 절약 슬로건을 외치며 팸플릿을 나누어주는 등 학우들의 적극적인 참여를 호소했다. 처음엔 학생회 임원이라는 이유로 마지못해 캠페인에 참석해 이를 창피하게 느끼는 학우도 있었다. 하지만 그러한 것도 잠시. 아침마다 이뤄진 등굣길 캠페인에 같은 과 학우를 격려하는 학생들이 생겨나기 시작했고 잠깐이지만 캠페인 슬로건을 외쳐주고 들어가는 학우도 생겨났다. 학우들의 생각이 바뀌니 행동은 자연스레 뒤따랐다. 그리고 학과별로 지정된 에너지 지킴이가 사례별 실천항목을 프로그램화해 그들을 도왔다. 실습장비는 불필요하게 돌아가는 일이 없었고, 혼자 남아서 강의실 냉온풍기를 켜는 학우도 없어졌다. 언제부턴가는 누가 껐는지도 모르게 복도등이 소등되어 있던 것도 많은 변화들 중 하나였다. 예전보다 조금은 힘들지만, 그리고 조금은 불편하지만 서로가 한마음으로 참아냈다.

작년 12월. 학우들의 자발적인 참여로 대학 에너지 절약은 목표를 100% 초과 달성했다. 학교 측은 학우들의 자발적인 참여와 수준 높은 주인의식의 발현에 감사를 표했다. 그리고 진정한 대학의 주인은 학생이라며 시설 재배치를 통해 최우선적으로 볕 바른 곳에 학생회 사무실 공간을 내줬다.

나는 오늘도 대학 캠퍼스를 걷는다. 그리고, 우리가 주인의식으로 꽃피운 지난날의 추억이 지난 과거가 아닌 오늘도 함께함을 믿는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