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인보다 교육자로 남고 싶다"
"정치인보다 교육자로 남고 싶다"
  • 김금란 기자
  • 승인 2011.04.25 21:2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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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대 정종택 총장 퇴임… 14년간 재임
현직 대통령 졸업식 참석 등 업적 기록

"고향에서 14년이란 긴 세월 한자리에서 후학 양성에 미력이나마 도움을 준 게 내겐 큰 영광이지. 감사하고 또 감사할 일이지."

충청대학 정종택 총장(77)은 14년간 총장으로 보낸 세월을 '감사하다'는 한마디로 표현했다.

내무부 촉탁이라는 임시직으로 출발해 헌정 50년 사상 충북 출신으로는 최초로 고향도지사와 5부 장관, 3선 국회의원을 역임하며 화려한 정치인생을 살았던 정 총장은 스스로 정치인보다는 교육자라고 불리고 싶다고 말했다.

정 총장은 "서울대 법대 시절 수업일수가 모자라 졸업을 못하게 돼 등록금을 마련할 요량으로 진천 광혜원 중·고등학교에서 전임강사로 1년3개월 동안 일한 게 나의 첫 사회생활이었다"며 "사회생활 마무리를 대학에서 하게 돼 정치인보다는 교육자라고 봐 줬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환경부 장관에서 물러나자 기자들이 무슨 일을 할 거냐는 질문에 "환갑, 진갑 다 지났는데 할 게 없으니 고향에서 면장을 시키주면 해 보고 싶다"고 답한 내용이 신문을 통해 보도됐고, 기사를 접한 충청학원 오범수 설립자가 충청대학을 키워줄 것을 부탁하면서 정 총장과 충청대학의 인연은 시작됐다.

장관을 지냈는데 전문대학 총장직을 맡기 어렵지 않았냐는 질문에 정 총장은 "정승, 판서를 지내고도 10여명을 데리고 서당을 차려 후학을 양성했는데 5000여명의 학생을 고향에서 양성하게 돼 망설이지 않았다"고 털어놨다.

1997년 3월 취임한 정종택 총장은 당시 취임사에서 "입시처장은 입시 총장이고, 교무처장은 교무업무의 총장처럼 일해라. 그러면 총장은 울타리 역할을 하겠다"며 "총장은 절대로 인사, 이권, 회계, 물품구입에 관여하지 않을 것이며, 교직원들은 이사장과 총장이 지시하더라도 법과 원칙에 맞지 않으면 노(no) 할 줄 아는 참모가 돼 달라"고 말했다.

당시 정 총장은 취임식 후 대학 본부 앞 화단에 충청대학 교목으로 지정된 주목(朱木)을 심었다. 이임식을 며칠 앞두고 정 총장은 14년 전 심은 주목을 살펴봤다.

정 총장은 "14년 전 1m도 안 되던 나무가 이젠 고개를 들어 올려다 볼 만큼 컸다"며 "대학도 그 세월만큼 발전을 한 만큼 새 총장이 오면 더 높이 뻗어 나갔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고사성어 '목장지폐 인장지덕(木長之弊 人長之德=큰 나무가 있으면 주변이 피폐해지고, 큰 사람이 있으면 주변이 덕을 입는다)'처럼 올해 개교 27주년을 맞은 충청대학 역사의 절반을 보낸 정 총장은 역시 큰 사람이었다.

정 총장이 14년 총장직을 수행하는 동안 충청대학은 전문대학 최고의 국고지원(598억원), 교육역량우수대학 3년연속 선정, 취업률 전국 1위, 지방대학 최초 현직 대통령 졸업식 참석(2001) 등의 업적을 기록했다.

특히, 지방대 최초로 현직 김대중 대통령 졸업식 참석을 이끌어 낸 결과 충청대학의 브랜드 가치가 급상승했다.

정 총장은 "지난해 오바마 미국대통령이 LG 미국공장 준공식에서 축사를 하면서 브랜드 가치가 조단위로 올라갔다"며 "김대중 대통령이 다녀간 후 취업률 상승은 물론 학부모들이 선호하는 대학으로 변화됐다"고 회상했다.

법학도였던 그는 사법시험에서 두 번 고배를 마신 뒤 임시직 공무원으로 출발했지만 사법고시 합격 후 고위공무원으로 출발한 동기 50여명을 제치고 가장 먼저 장관으로 입성했다.

그의 좌우명인 '생즉필사 사즉필생'의 마음으로 뛰고 또 뛴 결과인 것이다. 대학을 위해 그는 마지막까지 자신의 인맥을 동원하는 노력을 게을리하지 않고 있다.

퇴임식을 앞두고 있는 시점에서도 김영삼 전 대통령의 특강을 추진하고 있는 것만 봐도 그렇다.

사람교육이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하는 정 총장은 "총장에서 물러나도 백의종군 심정으로 대학과 고향 발전을 위해 일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

한편, 정종택 총장 이임식은 오는 29일 오후 2시 충청대학 교수연구동 지하 아트홀에서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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