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가있는 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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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충청타임즈
  • 승인 2006.05.26 0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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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연달

오늘도 당신 그리워 그 마음 너무 무거워

아침 산길 내려오며 나무에게 나눠주고

한낮 들길 걸으며 들꽃에게 나눠주고

덧없이 하늘 바라보다 구름에게 나눠주고

그래도 남은 것

석양을 좋아하는 잠자리 날개 위에

다 얹어주고 집으로 돌아왔는데

깊은 밤 창문 앞을 지나는 달

하루 종일 나눠준 그리움

다 이끌고 와 건네주고 가네.

 

시집 ‘빈터’(문학마을사) 중에서

 

<감상노트 >

<P>그리움이 남아 있다는 건, 떠난 사람을 아직 떠나보내지 못한 앙금이던가. 그 앙금이 자라서 나무도 되고 들꽃도 되고 구름도 되고 잠자리도 된다. 하소연이다.

만나는 이마다 내 말 좀 들어보라고, 내 사랑 좀 잠재워 달라고 한숨 부려놓고 내려온 밤·낮에 왼종일 그리움의 무게를 내려놓은 줄 알았는데, 기우는 그리움이 달로 바뀌어 창에다가 눈물 자국을 남기는구나. 이젠 보낼 만도 한 사랑을 지우지 못하고, 밤이면 잊을 수 없는 그리움 한 장 받아들고 좀처럼 잠으로 가지 못하는 그 사연은 무슨 죗값인가. 그래도 순하게 살아서, 달의 손짓에도 “이젠 됐어”할 날이 오늘밤이었으면 좋겠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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