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비의 바닷길
신비의 바닷길
  • 김진웅 <청주 경덕초 교장·수필가>
  • 승인 2011.03.03 2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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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광장
김진웅 <청주 경덕초 교장·수필가>

충청남도 보령시에 있는 무창포를 지난달 다녀왔다. 무창포 바다는 매월 음력 보름과 그믐께 신비의 바닷길이 매달 한두 차례 열리는 곳으로 유명한 곳인 데다가 마침 연중 가장 크게 열리는 때라고 했다.

그날은 마침 음력 1월17일(양력 2월 9일)이었고, 18일 양일 간 바닷물의 높이(조위)가 -37cm와 -38cm로 연중 가장 낮게 나타나 바닷길이 가장 크게 열리는 날이라는 큰 선물을 받았다.

해변에서부터 앞바다의 석대도까지 1.5km가량 되는 길이 S자 형태의 곡선으로 펼쳐지는 신비의 바닷길에는 전국 각지에서 모인 관광객으로 인산인해(人山人海)를 이루는 장관이 펼쳐졌다.

필자도 수많은 사람들의 물결에 떠밀리다시피 석대도까지 가며, 평소에는 바다 속에 감춰졌던 석굴과 바지락, 그리고 톳을 채취하기에 몰입하였다.

보통 때 업무를 볼 때나 글을 쓸 때도 이렇게 잡념없이 무아경(無我境)에 들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주민들은 굴을 쪼는 호미며 어망 등을 갖추고 지게까지 지고 와서 많은 해산물을 채취하고 있었다.

팔면 생계에 많은 도움이 될 것 같았다. 호기심에 몇 가지 질문을 하니 바쁜 중에도 친절하게 대하여 주었다.

비록 눈길은 주지 않았지만. 필자도 그분들에게 귀동냥을 한 지식으로 일행과 함께 굴을 깨어서 맛을 보니 상큼하고 무척 맛이 있었다.

아무 연모 없이 원시인처럼 뾰족한 돌로 굴을 쪼아보니 다음에 올 때는 간단한 준비라도 해 와야 하겠다는 것도 알았다. 하지만 평소에 보이지 않던 바닷길을 한 번 걸어보는 것만으로도 훌륭한 추억거리가 아니겠는가! 필자의 학교 학생들이 청소년단체 활동으로 갯벌 체험학습을 다녀오기도 했는데, 가능하면 이런 신비의 바닷길 체험도 하게 했으면 하는 욕심도 생겼다.

영화 '십계'에서 홍해처럼 바닷물이 쩍 갈라지는 것은 아니고, 평소에는 바닷물에 잠겨있던 부분이 물이 많이 빠져서 드러나게 되는 것이라는 것과 대자연의 섭리와 위력에 비하면 만물의 영장이라는 사람의 힘은 아주 미약하고, 우리는 자연에 순응하며 보호하며 살아야 한다는 진리도 깨달았다.

출렁이는 바다 평소에 접하지 못하던 바다 내음에 취하며 조개를 주우며 가다가 큰일 날 뻔하였다. 미끄러운 바위를 잘못 밟아 나동그라지고 말았다. 하마터면 팔을 부러뜨릴 뻔했는데 손을 짚지 않고 쓰러진 탓인지 부상은 모면할 수 있어서 다행이었다. 호사다마(好事多魔)라는 말도 생각나고 회갑이 넘은 나이에도 좀 더 침착하지 못하고 조심성이 부족한 자신을 탓해 보기도 하였다.

만약 부상을 당했다면 몇 달 동안 고생하고 그날 함께 갔던 일행들까지 걱정을 하게 했을 것인데. 분풀이로 바다 환경을 해치는 주범인 불가사리를 하나 주워 멀리 던져 보았다. 그놈 종류도 한 가지 종류가 아니고 개체수도 엄청나게 많다는 것도 알 수 있었다. 조개나 고기가 이렇게 많아야 할 텐데.

석대도까지 건너가서 상념에 잠겨 보았다. 자연과 바다의 일부가 된 나. 바닷물이 들어와 무인도인 작은 섬에 홀로 있는 상상을 하며 자연과 자신을 되돌아보는 소중한 바닷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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