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러다간 전두환 김영삼 신드롬이 나올라
이러다간 전두환 김영삼 신드롬이 나올라
  • press 기자
  • 승인 2011.02.17 21: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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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에… 一筆
이것도 트렌드라면 그럴 수 있겠다.

요즘 음식점에 가면 메뉴판의 가격표 뒷숫자를 엉성하게 고쳐 놓은 경우가 많다. 예를 들어 자장면 값이 원래 4000원이었다면 4500원으로 덧칠을 했는가 하면 아예 오른 500원 표지를 따로 만들어 본래 가격에 붙여 놓았다. 손님들이 "메뉴판을 다시 만드는 게 좋지 않냐"고 핀잔이라도 하면 "또 오를지도 모르는데...."라는 대답부터 돌아온다.

또 있다. 정부가 그렇게 예약 식문화를 강조해도 끄떡도 하지 않던 국민들이었는데 요즘엔 알아서 주문부터 한 후 점심자리를 찾는 손님들이 많아졌다. 무슨 울대니 막창이니 하는 소나 돼지의 부산물, 이른바 부속고기 전문 음식점의 풍경이다. 부속고기 재료가 달리면서 가격인상을 고민하는 게 아니라 이러다간 문을 닫을지도 모른다는 걱정이 이만저만 아니다.

국무회의에서 비상대책이 주문되고 주무부처가 특단의(?) 후속조치를 들고 나왔지만 물가에 대한 서민들의 체감지수는 그야말로 장난이 아니다. 자고 나면 오르는 물가는 앞으로가 더 문제라는 위기의식만 커진다. 구제역 후유증도 그렇지만 사회 각 분야 특히 정치를 생각하면 도무지 '희망'이 안 보이기 때문이다.

역대 대통령 중에서도 '물가'하면 당장 떠오르는 사람이 YS다. 그가 물가를 효율적으로 잡았느냐 못 잡았느냐를 떠나 그 이미지의 효과다. 툭하면 방송에 나와 본인의 트레이드 마크인 '학실히!'를 연발하며 물가를 잡겠다고 입을 앙다물던 모습이 여전히 지워지지 않는다.

실제로 YS는 말로만 공언한 게 아니라 개별 품목까지 일일이 따져 가며 물가정책을 곧추세우는 바람에 큰 성과를 냈다. 통계로 나온 재임중 물가상승률을 보더라도 박정희 16.5%, 전두환 6.09%, 노태우 7.38%에 비해 김영삼은 4.98%로 월등히 낮았다.

그런데 정부차원의 물가정책은 전두환 시대가 단연 돋보인다. 전두환은 쿠데타로 집권한 정권의 정체성 확보를 위해 취임하자마자 전략적으로 국민들의 가려운 곳에 집착했는데 대표적인 것이 삼청교육과 물가잡기다. 결국엔 사람 때려잡는 교육이 됐지만 삼청교육도 처음엔 '못된 X'들을 잡아들이는 것으로 치장돼 호응을 얻었다.

그의 물가정책은 역시 군대식이었다. 지금의 기획재정부 경제정책국장으로 상징되는 물가정책 책임자를 분기마다 불러 특별보고를 받았고 시원찮으면 치도곤을 가했다. 그러다 보니 물가 책임자라는 사람은 대통령의 절대적인 지지로 호가호위하며 공공요금과 개별 품목의 가격까지 좌지우지했다.

지난번 배추파동은 물가정책에 대한 현 정권의 단견과 무능을 극명하게 보여줬다. 4대강 사업이 강행되면서 채소값 폭등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여기저기서 터져 나오자 정부는 4대강 하천부지의 채소재배면적은 전체의 10%도 안 된다며 "음해, 쓸데없는 소리"라고 일축했다.

이에 가장 먼저 이의를 제기한 사람들은 다름아닌 채소유통에 종사하는 상인들이었다. 비록 재배면적은 10%도 안 되지만 배추값 파동은 100% 확실하다고 볼멘 소리를 쏟아낸 것이다. 당시 상인들이 우려한 것은 이른바 유통상의 나비효과다.

브라질에 있는 나비의 날갯짓이 미국 텍사스주에 토네이도를 일으킨다는 사실을 이들은 경험으로 알고 있었다. 역시 결과는 상인들의 예상에 한 치도 벗어나지 않았고 배추 하나로 온 나라가 홍역을 치렀다.

그런데 똑같은 상황이 다시 반복될 조짐이다. 아니 이미 시작되고 있다. 소와 돼지의 씨를 말리고서도 그저 방역타령만 하던 정부가 뒤늦게서야 호들갑이다. 지하수 오염, 물가폭등, 서민업종 몰락 등 구제역에 따른 2, 3, 4차 후유증이 연쇄적으로 몰아치는데도 제대로 손을 못 쓰고 있다.

결코 내키지는 않지만 적어도 물가만큼은 전두환 김영삼을 닮으라고 쓴소리를 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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