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 들말두레소리
대전 들말두레소리
  • 충청타임즈
  • 승인 2010.11.16 0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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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광장
윤병화 <세경대학 박물관큐레이터과>

대전은 선사시대부터 금강을 중심으로 농경생활을 영위하며 근대에 이르기까지 뿌리깊은 역사를 형성하고 다양한 전통문화를 탄생시켰다. 특히, 조선시대에는 재출어농(財出於農)의 기치 아래 농업을 발달시켰고, 생명을 유지하기 위한 수단으로만 농업을 이용하지 않고, 농민들 간의 화합을 통한 공동체 문화를 만들었다. 이처럼 대전에서는 조선시대 여러 형태의 공동조직이 존재하였고, 이들 조직은 차츰 양반중심의 지배질서하에 사림이 운영하는 향약계로 흡수되어 갔다. 하지만 유일하게 농민들만이 참여하는 독립적인 조직인 두레만이 양반의 참여와 간섭에서 벗어나 독자적인 형태로 존재하였다. 조선시대와 일제강점기를 거쳐 1960년대까지 활발하게 진행되었던 두레는 현대화 과정 속에서 사라진 지 오래다. 이 중 이앙법이 널리 보급되던 조선시대 후기 회덕지역을 중심으로 성행한 두레로 20~30여 년 전 사라졌다가 고령의 전승자들의 보존 노력에 의해 복원되었다. 들말(坪村)은 들이 넓게 펼쳐져 있는 마을로 현재 대전시 대덕구 문평동 일대를 의미한다. 북쪽과 동쪽은 연기와 청원, 남쪽은 회덕, 서쪽는 유성과 경계한 대전 북부 교통의 중심지이다. 예로부터 기름진 땅과 빼어난 풍광을 갖춘 풍요롭고 인정이 넘치는 마을이었으나, 현재는 제 3산업공단이 조성되어 제조업의 중심지로 발돋움하였다.

들말두레소리는 모찌는 소리, 모심는 소리, 논매는 소리, 토산다지는 소리, 토산제 소리, 지경달이는 소리, 생굿고사 소리 등의 여러 소리로 이루어져 있다. 모찌는 소리는 풍물을 치며 논에 도착하여 모를 찔 때 하는 소리로 장단없이 메김소리와 받는소리로 이루어져 있고, 모심는 소리는 풍물을 치며 흥을 돋우고 메김 소리와 받는 소리로 이루어져 있다.

들말두레소리는 자연을 사랑하고 평화를 수호하는 순박한 심성을 가진 농민들이 오랜 기간에 걸쳐 탄생시킨 소리이다. 그렇기 때문에 소리에는 비유와 상징을 통해 자연스럽게 낭만성, 숙명성, 유교사상 등의 다양한 사상이 내재되어 있다.

첫 번째, 삶의 고달픔을 잊으려는 농민들의 낭만성이 내재되어 있다. 낭만성은 매우 정서적이고 이상적으로 사물을 파악하려는 성질이다. 고된 노동으로 힘든 삶을 살아가지만 낭만적인 사고로 현실을 인지하려 한 것이다. 힘들지만 서로 농민들끼리 농담을 하며 피로를 풀고, 힘을 내려는 해학적인 면이 소리에 고스란히 담겨 있다.

두 번째, 모든 것에 순응하는 숙명성이 내재되어 있다. 고대부터 우리나라는 농업을 중심으로 한 농경국가였기에 자연의 절대적인 힘 앞에 늘 순응하며 살아갈 수밖에 없었고 이른 새벽부터 저녁늦게까지 일하는 숙명적인 운명을 받아들였다. 비록 평민의 신분으로 차별을 겪었지만 운명에 좌절하지 않고 "먼디 양반들 듣기 좋고, 곁에 양반 보기 좋게나"라며 양반의 존재를 인정하기도 하였다.

세 번째, 전통적인 유교사상이 내재되어 있다. 유교사상의 가장 큰 축은 바로 사람들이 서로 돈독하게 유대관계를 맺고 잘 어울릴 수 있도록 하는 인(仁)사상이며 인을 실현시킬 수 있는 것을 충효(忠孝)라 보았다.

들말두레소리에 함축되어 있는 사상은 고대부터 이어져온 우리나라의 민간사상과 유·불·도의 다양한 사상이다. 모든 것을 포용하고 융합하려는 정신은 현대인들에게 필요한 덕목이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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