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진화는 공정사회의 다음 역(驛)
선진화는 공정사회의 다음 역(驛)
  • 충청타임즈
  • 승인 2010.11.08 2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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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광장
김덕만 국민권익위 홍보담당관(정치학박사)

주로 간부 공무원들을 교육하는 중앙공무원교육원에 이달 초 '공정사회 정책과정'이 새로 개설됐다. 이틀간의 길지 않은 시간이었지만 공직자들에게 참으로 알차고 교훈적인 프로그램이었다. 부패예방기관인 국민권익위원회 정책홍보 부서장으로서 '공정한 사회가 왜 지금 화두이고, 이를 위해 무엇을 할 것인가'를 나름대로 파악할 수 있는 기회였다. 분야별 최고 전문가들이 강조한 핵심포인트를 독자들과 공유코자 나름대로 압축 정리했다.

◇ 압축성장의 그늘...

우리나라는 제헌 이래 성과위주의 초고속 압축성장으로 서방경제 강국들을 세계에서 보기 드물게 초단기에 따라잡았다. 지난해 말 유엔개발계획(UNDP)이 한국에서 깃발을 내리고 철수했다. 이는 한반도가 서방원조 수혜국에서 벗어나 공여국으로 바뀐 것을 의미한다. 또 유엔가입 19년 만에 G20 서울정상회의 개최국으로, 강대국 정상들을 모아 놓고 회의를 주재하는 좌장이 되었다. 이처럼 우리는 60년 전 전쟁의 폐허더미에서 개발주도 산업화와 더불어 민주화에도 성공, 선진국 반열에 당당히 올라선 것이다.

그러나 이 같은 물적·양적 성장 가도를 달리며 '서방 따라잡기'에 올인한 나머지 소홀히 한 것과 잃어버린 것은 없는지 주변을 돌아볼 자기성찰의 시대가 도래했다.

우리는 나만 잘되려고 내달리지 않았나. 내 밥그릇만 챙기려고 반칙, 새치기, 부정부패를 적당히 저지르고 끼리끼리 눈감아 준 우리 아닌가. 세간에는 '헝그리(hungry)정신' 뒤에 '앵그리(angry)정신'이 팽배하다는 냉소적 뒷말도 나돈다. 허리띠를 졸라매 배고픈 건 참았지만 반칙과 새치기 비리 특권 특혜 등으로 배부른 건 참지 못하는 불신과 불만이 우리 사회에 내재돼 있는 것이다.

신라 진평왕 때 당나라에 가서 명장이 되어 추존(追尊)의 호칭을 받은 설계두 장군은 골품제도로 인한 기회박탈로 실력이 출중해도 겨룰 기회조차 없었다. 재일교포가 된 유도선수 추성훈은 한국에서 아무리 잘해도 한판승이 아니면 이길 수 없었다. 판정에는 파벌이 작용했기 때문이다. 그는 일본으로 건너가 일장기를 달고 한국대표와 결승전을 치렀는데 판정이 공정해 승리했다고 한다. 두 사람이 선택한 사회는 바로 공정한 사회였다.

◇ 절차와 결과는 공정한가

공정한 사회는 기회균등의 사회다. 난해할지 모르지만 '절차적 공정성(procedural justice)'을 보자. 실력있는 사람을 가려낼 수 있는 절차가 공정한 절차다. 그 절차로 실제로 실력있는 사람을 가려내야 공정성이 실질적으로 확보된다. 절차적 공정성이란 절차가 공정한가를 가름하는 준칙이고 실질적 공정성은 결과가 공정한가를 가름하는 준칙이다. 한국교원대 김주승 교수(사회교육)는 이 실질적 공정성은 평등한 자유, 기회균등, 사회 안전망으로 확보된다고 말한다.

공정한 사회가 무엇이고 공정한 사회를 위해 무엇을 할 것인가는 주장하는 바가 각기 다르다. 간단하다. 거창한 구호나 주장은 뒤로 하고 공직자든 사업가든 진정으로 자신이 수행하는 업무에 대해 항상 불공정한 게 뭔지를 염두에 두고 불공정한 일을 하지 않으면 된다. 특히 공직자는 인사관계와 계약관계에서 정해진 룰에 따라 절차가 공정하고 결과가 공정하도록 업무를 수행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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