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64돌 한글날을 보내고
제564돌 한글날을 보내고
  • 충청타임즈
  • 승인 2010.10.10 2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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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광장
김기원 <충북도 문화예술과장>

지난 9일은 우리의 자랑스러운 한글날이었다. 매년 한글날이면 기념행사가 전국적으로 거창하게 치러지지만 일상생활에서는 우리말이 외면당하고 있어 안타까운 마음을 금할 수 없다. 한글은 과학적인 원리로 만들어졌을 뿐만 아니라 세계에서 가장 젊고 활력이 넘치는 글자로 1997년에는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등록돼 그 우수성을 공히 인정받고 있다.

한국어를 모국어로 사용하는 인구는 7천7백만 명(세계인구의 1.2%, 세계 13위)이지만 경제성장과 한류열풍으로 우리나라의 위상이 높아짐에 따라 우리말을 배우고자 하는 외국인도 급격히 늘어나고 있다. 지난해 아시아권에서 한국어능력인증시험에 12만 명이 응시했고, 최근 인도네시아 찌아찌아족은 한글을 공식문자로 채택하기도 했다.

영국의 존 맨이라는 역사기록영화작가는 그의 저서 '알파베타'에서 '한글은 모든 언어가 꿈꾸는 최고의 알파벳'이라고 했으며, 세계적인 과학잡지 '디스커버'에서 콜롬비아 대학 동양사학과 교수 레그야드(G. Ledyard)는 '한글은 그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는 문화적 사치!'라고 극찬했다.

이처럼 세계인들이 먼저 알아준 한글이지만 정작 우리 땅에서는 우리말, 우리글이 제대로 대접받지 못하고 외면당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외국어를 사용하면 유식해 보이고, 근사해 보이는지 길거리 간판을 보면 우리말이 거의 없다.

요즘 젊은 세대의 우리말 오남용 실태는 또 어떠한가. 지금은 한글 위기의 시대이다.

그러나 이보다 더 우려되고 걱정스러운 일은 공공기관의 외래어 오남용이 심각하다는 것이다. 우리말 보존과 보급에 앞장서야 할 공공기관에서 이해하기도 어려운 외래어를 공공언어라는 이름으로 국민을 혼란스럽게 하고 있다.국민들이 외래어 정책의 뜻을 이해하기까지 드는 시간 비용은 돈으로 환산할 수 없을 만큼 크다.

충북도는 이런 현실을 직시하고 지난해 10월부터 행정용어순화자문위원회를 구성해 지금까지 행정기관에서 자주 사용하는 외래(국)어 117개를 우리말로 고치고 국립국어원 순화어 사전에 등재하고 중앙부처 및 전국 지방자치단체에 사용을 권고한 바 있다. '테이프커팅→색줄자르기', '컬러링→멋울림', '파워블로거→인기누리(방)지기', '스토리텔링→이야기짓기' 등으로 바꾸었다.

또한, 전국 최초로 국어능력 인증 보유자에게 인사가점을 부여해 공무원에게 우리말에 관심을 가지게 했고, 도 자치연수원에서는 우리말 교육과정을 운영하는 한편 도 소속 공무원을 대상으로 국어능력향상 특별교육을 실시한다.

'우리말 사랑운동' 확산을 위해 문화체육관광부로부터 사업비를 지원받아 금번 한글날에 '전국 우리말 사랑왕 선발대회'도 개최해서 언론의 집중 조명을 받는 등 충북도가 명실 공히 '우리말을 지키고 사랑하는 대한민국의 중심도'로 자리매김되고 있다.

한글은 공기와 같다. 평소 중요성을 모르고 살지만 우리가 숨 쉬고 살아가는 데 없어서는 안 될 소중한 공기인 것이다. 한글은 수백 년 동안 우리의 정체성을 지켜왔고 민족을 하나로 뭉치게 하는 힘이 돼 왔다.

매년 한글날에만 한글사랑 구호를 외치고 며칠 지나면 금방 잊어버리는 구태를 반복하지 말고 공공기관과 학교교육, 언론매체가 함께 지속적으로 우리말과 우리글을 지키고 진화시켜 나가는 데 앞장서야 될 것이다.

동포여, 대한국인이여! 생태계에 무분별하게 들여온 외래종이 우리 토종을 마구 유린하고 있듯이 외래어로 몸살을 앓고 있는 우리 겨레말과 겨레글이 신음하고, 저 아픈 소리가 들리지 않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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