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기술이 경쟁력이다
손기술이 경쟁력이다
  • 충청타임즈
  • 승인 2010.04.26 2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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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광장
김현철 <청주 운동초 교장>

얼마 전 전통혼례식을 보았다. 합근례순서다. 신부가 손을 이마에 대고 부축을 받으며 대례청으로 나오면 신랑은 오른쪽인 동쪽에 신부는 서쪽에 선다. 신부가 먼저 두 번 절하고 신랑은 한 번 절한다.

이어서 신랑 신부가 무릎을 꿇고 앉으면 시중의 중자가 신랑의 잔에 술을 따른다. 사회자가 '종자침주설찬'하고 외치자 제례상 위에 있던 밤, 대추를 시종자가 제례상 아래로 내려놓는다. 신랑은 상 밑에 있던 밤, 대추를 골라 큰 젓가락으로 상 위에 올려주어야 한다. 이때 밤을 집으면 장차 딸을 낳고 대추를 집으면 아들을 낳는다고 한다.

젓가락으로 과일을 집으려는 행동에 하객들의 웃음을 자아낸다. 엄지손가락 정도로 굵으며 작대기처럼 길고 제멋대로 휘어져 과일을 집기란 불가능할지 모른다. 한편으로 우리 민족의 손재주가 뛰어났음을 은근히 자랑하는 장면이기도 하다.

어린이들의 젓가락 사용실태는 어떨까?

대다수가 정식으로 잡고 사용할 줄 모른다. 저학년 초등생의 경우에 한군데로 모아잡고 음식을 먹는다. 이해가 간다. 아직 손이 작고 손가락 마디가 견고하지 못해 힘이 부치는 쇠젓가락을 사용하기엔 이른 생각이 든다. 초등 고학년은 어떨까? 모 초등학교의 조사에 의하면 70%정도가 제대로 젓가락을 잡지 못한다고 한다. 또한 더욱 안타까운 것은 70%의 어린이 중에 65%가 사용에 아무 불편이 없다고 생각하고 교정의 마음이 없다는 데 있다. 이 어린이들의 젓가락 사용을 보면 두 개의 막대기를 한데 모아잡고 끝만 조금씩 움직여 음식을 집어 먹고 있었다.

지난 설날 차례를 마치고 친척집을 찾았다. 남자들은 차려진 음식을 여유있게 먹으며 홍시같은 얼굴로 담소를 나누고 있었다. 한편 여자들은 주방에서 분주히 움직인다. 젊은 며느리가 사과를 깎는 것이 눈에 들어온다. 그러나 이상하게도 과도로 사과를 깎는 것이 아니다. 무슨 면도기 같은 기구를 이용하여 감자 껍질을 벗기듯 긁어낸다. 역시 젊은 새댁들은 칼을 사용할 줄 모르는 것이다. 어려서부터 칼을 많이 사용하여 익숙해야 하지만 여건상 어려운 점이 많다. 김치나 깍두기, 김을 썰 때도 가위를 사용한다. 칼을 이용하여 기술이 습득되어야 하지만 위험성이 있어 꺼리게 된다.

어느 통계에 의하면 '장난감이나 물건을 고치기 위해 망치로 못을 박아 봤다'는 질문에서 한국의 초등학생은 15%, 핀란드 어린이는 100%가 해봤다고 답하였고, '떨어진 단추를 달아보았다'는 질문에서 한국의 초등생은 20%, 핀란드의 초등생은 67%가 경험이 있다고 답하였다. 한국인의 손기술의 기초가 되는 것은 젓가락 쓰기이다. 중국. 일본 등 아시아 국가들의 대부분이 젓가락을 쓰고 있지만 쇠젓가락을 쓰는 것은 우리나라가 유일하다. 그만큼 손기술이 우수하였다는 말이다. 칸트는 '손은 눈에 보이지 않는 뇌'라고 말하였다.

근래에 전통놀이인 공기놀이, 뜨개질, 딱지치기, 고누, 자치기 등이 멀어지고 많은 시간을 컴퓨터와 휴대폰 사용으로 손의 숙련도가 떨어져 한국의 DNA가 죽어간다고 한다. 우리나라가 양궁, 사격, 배드민턴, 핸드볼 등 좋은 성적을 얻는 것도 어려서부터 손기술을 익힌 결과다. 지금은 녹색환경으로 전 세계가 핸드메이드(수제)로 회귀하고 있지만 정작 손기술 강국인 우리나라는 손놀림이 둔한 '손치'로 되어가고 있다. 가정과 학교에서 손 재능을 길러주자. 그리하여 의학, 패션디자인, 전자제품에서 세계 최고의 강국이 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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