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년째 등하굣길 지키는 '오뚝이 삼촌'
14년째 등하굣길 지키는 '오뚝이 삼촌'
  • 이수홍 기자
  • 승인 2010.04.01 21: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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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적장애 신석현씨, 서산 고북초 앞 횡단보도서 교통정리 봉사
지적장애(2급)를 안고 젊은 청춘을 어린이 등하굣길 횡단보도를 지키며 살고 있는 40대(남)가 있다.

서산 고북초등학교 정문 앞 횡단보도. 이곳에 가면 비가 오나 눈이 오나 하루도 거르지 않고 교통신호 봉사활동을 통해 어린이들의 등하굣길을 지키는 수호신인 신석현씨(46·홍성군 갈산면 취생리·사진)를 만나게 된다.

신씨의 이곳 교통신호 수호신 역할은 벌써 14년째다. 고북면에서는 웬만한 연예인보다 신씨가 더 유명하다.

특히 고북초 학생들로부터는 '오뚝이 삼촌'으로 통하고 고북면, 해미면, 홍성 갈산면지역에서 신씨를 모르면 간첩으로 통할 만큼 유명세가 깊고 넓다.

이곳은 서산~홍성을 통과하는 국도 29호선 지선으로 하루종일 교통량이 빈번해 어린이들이나 노약자들에게 교통사고 위험이 큰 곳이다.

그러나 신씨의 이같은 교통신호 수호신 역할로 한 건의 교통사고 없이 안전한 횡단보도로서의 기능을 다하고 있다.

신씨는 항상 흡사 경찰관 같은 복장만 한다. 비나 눈이 올 때는 우의를 입기도 한다. 그의 손에는 반드시 호루라기가 들려져 있고 횡단보도 이용자가 있을 때는 으레 재빠른 수신호가 연출된다.

주민들은 "꼭 영화배우 같다"며 "일사불란한 수신호에 따라 이 구간을 통과하는 차량들은 교통정리 경찰관보다 더 훈련이 잘된 신씨의 수신호를 잘 따른다"고 했다.

신씨의 이같은 선행은 14년 전 이 횡단보도에서 교통사고로 초등학생 2명이 숨지는 현장을 목격한 이후 그때의 충격으로 지금까지 하루도 거르지 않고 있다.

게다가 신씨는 시간 날 때마다 쓰레기 줍기 등 주변 환경정리도 빼먹지 않고 있다. 고북초등학교 교정도 신씨의 손길로 항상 깨끗하고 이 학교는 잡초도 하나 없다. 신씨의 봉사활동 덕분이다.

신씨의 고북초등학교와의 인연은 30년 전쯤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신씨는 장애 때문에 초등학교 입학도 못하게 되자 동생들을 따라 고북초교에 같이 등교, 수업은 듣지 못하고 동생들을 기다리며 그동안 쓰레기를 줍거나 운동장 돌 고르기, 잔디밭의 풀을 뽑으며 소일했다. 무료한 시간을 보내기 위해 터득한 그만의 지혜였다.

신씨는 "대부분의 운전자들은 수신호를 잘 따라주지만 간혹 이를 무시하거나 욕하는 운전자들을 볼 때 속이 상한다"며 "그러나 죽을 때까지 이 일을 하면서 어린이들과 친한 친구로 지내며 행복하게 살고 싶어요"라며 말을 맺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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