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정한 금메달 리스트
진정한 금메달 리스트
  • 충청타임즈
  • 승인 2010.03.14 2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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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광장
정충용 <충북도로관리사업소장>
얼마 전 국민들을 행복하게 했던 밴쿠버 동계 올림픽이 끝났다.

0.001초 차이로 메달 색깔이 바뀌는 쇼트트랙과 스피드 스케이팅을 보면서 흥분하고, 김연아 선수의 점프 장면마다 가슴을 졸이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그런데 이렇게 우리 선수들이 선전하며 금메달로 기쁨을 안겨 줄 때도 중계방송 중간 중간 눈 덮인 밴쿠버 시가지가 TV에 비쳐질 때면 멋있다는 생각보다 '저 눈을 다 어떻게 치우나' 걱정이 앞서곤 했다.

그래서 직업의식은 어쩔 수 없나 보다.

이번 겨울은 유난히 눈이 많이 왔다. 우리나라는 물론 세계 각국이 폭설로 많은 피해를 입었다. 중국 북부지역은 지난 12월 100cm에 달하는 폭설로 160만 명의 이재민이 발생하였다.

미국의 수도 워싱턴 D.C.는 111년 만에 최고인 140에 가까운 눈으로 항공기 운항은 물론 대중교통이 마비되면서 학교가 휴교하고 백악관이 4일 연속 휴업하기도 했다.

우리나라도 신년벽두에 서울과 수도권을 포함한 전국에 갑작스러운 눈 폭탄이 쏟아졌다. 서울은 25.8로 새로 관측을 시작한 1937년 이후 최고를 기록했다. 이로 인해 정전과 교통사고가 발생했고 대중교통과 항공편도 발이 묶여 큰 혼란을 겪었다.

강원도는 3월초부터 5일간에 걸쳐 100cm이상 눈이 내리면서 제설작업에 한계를 느낀 나머지 눈이라면 몸서리를 칠 지경이 되었다.

우리 지역도 봄을 재촉하던 지난 9일 갑자기 10cm가 넘는 눈이 내려 직원들이 제설작업으로 밤샘을 해야 했다.

이번 월동기간 동안 기동반이 제설작업에 출동한 횟수는 지난 겨울 12회보다 2배가 넘는 29회나 된다. 염화칼슘도 지난 겨울 125톤보다 3배 가까운 312톤을 썼다. 품귀현상을 빚었던 염화칼슘 대용으로 사용한 소금의 양도 337톤이나 된다.

낮에 내린 눈은 대부분 차량통행으로 녹지만 밤에는 그대로 쌓인다. 야간에 이루어지는 제설작업은 마치 군사작전을 방불케 한다.

출근시간 전에 눈을 치워야 하기 때문에 한밤중에 비상이 걸린다. 꼭 비상소집이 아니더라도 직원들은 스스로 알아서 나온다.

집에 누워 있는 것이 더 불안하다며 달려 나온 직원들은 한쪽에서는 모래에 염화칼슘을 섞고 한쪽에서는 제설장비를 장착한다.

각자 준비가 끝나면 어둠을 뚫고 현장으로 출동한다.

요즘은 제설용 모래 살포기가 나와 기계로 모래를 뿌리지만 아직도 일부 구간은 사람이 직접 차에 올라 모래를 삽으로 일일이 뿌려야 한다.

또 기온이 내려가 눈이 도로에 얼어붙기라도 하면 이것도 소용없다. 중장비로 눈을 긁어내야 한다.

제설현장은 주로 차량통행이 어려운 산간도로나 고갯길이다. 어두운 밤중에 눈이 쌓여 천지를 구분할 수 없는 도로에서 이루어지는 제설작업은 생각보다 쉽지 않다.

어디가 길인지 어디가 낭떠러지인지 구분이 가지 않아 잠깐만 방심해도 대형사고로 이어질 수도 있다.

눈이 온다는 기상예보가 있으면 스스로 알아서 군말 한마디 없이 장비를 점검하고 제설작업을 준비하는 직원들의 모습을 보면 숙연해지기까지 한다.

봄의 문턱에서 겨우내 살을 에는 추위를 견뎌가며 출근길 직장인과 우리 아들·덧?의 편안한 등교를 위해 눈과의 전쟁을 치러낸 도로보수원과 제설장비 조종원 모두에게 큰 박수를 보낸다.

그리고 크게 외쳐 본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알아주는 이 없어도 자기 할 일을 다한 여러분이 진정한 금메달감입니다."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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