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병선 박사, 국가가 나서라
박병선 박사, 국가가 나서라
  • 연숙자 기자
  • 승인 2009.11.05 2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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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의 주장
연숙자 <교육·문화부장>
직지의 대모로 알려진 서지학자 박병선(81) 박사가 현재 국내 병원에서 암투병 중이다. 지난 9월 유네스코직지상 시상식 참석을 위해 프랑스에서 달려온 박 박사는 출국전 건강 이상으로 병원을 찾았다가 직장암 선고를 받은 것이다. 병명을 확인한 박 박사는 프랑스로 돌아가 치료받을 예정이었으나 몸상태가 급속히 악화되면서 급히 수원 성빈센트 병원에 입원해 치료를 받고 있다.

그런데 투병 2달째로 접어든 박 박사는 장기 입원과 치료로 경제적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한다. 더구나 17일 이후 암 수술도 예정되어 있어 고액의 치료비는 경제적 부담을 가중시킬 것으로 보인다. 그럼에도 이런 사실이 외부로 알려지길 꺼려하는 박 박사는 치료비는 자신이 해결하겠다며 주변인들에게 함구해 줄 것을 요구하고 있어 안타까움을 더해주고 있다.

경제 일선에서 물러난 박 박사는 현재 프랑스에서 연금으로 생활하며 검소하게 살고 있다고 한다. 학자로 평범하게 살았으니 거액의 치료비를 낼 수 있는 형편이 아니라는 게 주변인들의 말이다. 고문서 연구자에게 목돈이 모아질리 없었던 것은 당연할 것이다.

그런 그녀가 병원비로 전전긍긍한다는 소식은 많은 사람들에게 충격이지 않을 수 없다. 박병선 박사는 청주는 물론 우리나라 고문서 연구에 큰 공이 있는 분이다. 프랑스 국립도서관 수장고에 있던 현존하는 금속활자본 중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불조직지심체요절(직지)'을 발굴해 세상에 나오게 만든 주인공이 바로 박 박사다. 직지 외에도 외규장각 도서를 찾아냈으며 반환운동에도 조용한 행보로 앞장서는 등 국위선양을 몸으로 보여준 분이다.

가족도 없이 미혼으로 살아온 박 박사는 프랑스 국립도서관에 근무하며 평생 동양 고문서 연구에 매진해 왔다. 이런 헌신적인 노력이 있었기에 직지가 독일의 구텐베르크 성서보다 78년이나 앞선 금속활자본이라는 사실을 세계에 알릴 수 있었다. 또 이러한 사실에 근거해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되는 등 우리나라의 우수한 인쇄문화를 전 세계에 알리는 계기가 되었다.

서지학자로뿐만 아니라 우리나라 국보급 인물로 손색없는 박 박사가 말년에 병원비로 마음 고생을 해야 할 상황에 놓인 것이다. 물론 박사의 뜻이 완고하다고 해도 이는 국가적 차원에서의 해결방안이 모색돼야 한다는 게 그녀를 지켜본 주변인들의 생각이다. 또 국가적 공을 생각한다면 지역차원보다는 문화관광부에서 적극 나서야 한다는 것이다. 이에 서울 지인들은 현재 정부에 국가차원의 해결을 요구하고 있다.

청주인들도 박사를 돕기 위한 다양한 방법 모색 움직임도 물밑에서 진행되고 있다. 자존심이 강한 박사의 간곡한 부탁으로 드러내 놓고 모금 운동을 벌일 수 없지만 청주시나 세계직지문화협회 등이 여러 경로를 통해 돕기 운동을 모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청주 명예시민이기도 한 박사를 돕기 위한 손길은 보이지 않지만 따스한 온기를 담아낼 것으로 보인다.

개별적 움직임 외에도 정부는 격에 맞는 대우와 관심으로 박사의 이번 사태에 적극 나서길 바란다. 개인의 문제가 아닌 국가의 문제로 말이다. 확고한 신념으로 걸어온 길이 헛되지 않도록 국가적 관심을 보여줄 때다. 국가가 나몰라라 한다면 어느 국민이 국가를 신뢰하고 사랑하겠는가.

현재 박사는 항암치료를 위해 방사선치료와 약을 투여받고 있으며 17일까지 치료를 받고 이후 수술에 들어갈 예정이라고 한다. 빠른 쾌유와 함께 박사의 마지막 꿈이 결실을 거두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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