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3 입시 스트레스
고3 입시 스트레스
  • 충청타임즈
  • 승인 2009.09.13 2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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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칼럼
손정우 <충북대병원 정신과 교수>
근육이완 훈련·복식 호흡으로 극복 가능

해마다 이맘때면 고3 학부모들의 소아청소년정신과 방문이 조금씩 늘어난다. 혹시 우리 아이가 '고3 병', '입시병'이 아니냐는 걱정을 보인다. 이럴 때 소아청소년정신과 전문의는 조금 난감해진다. 대부분의 부모가, 틀림없이 '고3 병' 혹은 '입시병'이라는 진단이 내려질 것으로 확신하고 있고, 원하는 대답을 듣지 못하는 경우는 오히려 의사에게 서운한 감정을 내비치기도 하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이러한 증상을 보이는 고3 입시생은 분명히 존재한다. 주로 보이는 증상은 우선 신체 증상인데 예를 들어 자꾸 설사를 하고 두통을 호소하며 피곤감도 자주 느껴진다고 하며, 입맛이 떨어지고 소화가 안 되고 집중력이 떨어진다고 한다. 수면에도 영향을 주어 안 그래도 잠자는 시간이 모자란데 더 잠을 못 자게 되며, 가슴도 답답하다. 이런 신체증상 때문에 건강이 염려되어 검사도 받아보았지만 특별한 이상은 없다. 만사가 귀찮고 공부에 의욕이 없어진다. 일부 수험생들은 조금 더 나아가 우울감에 시달리기도 하고 심한 충동적 행동을 보이기도 하며 자살에 관한 생각 및 자살 시도 등으로 발전하기도 한다.

정신과적 진단명을 생각한다면 이 상태는 수험 상태에 대한 일종의 '적응 장애'라고 명명할 수 있다. 진단적 명칭에서 짐작할 수 있듯이 이 상태는 지속성을 띤다기보다는 어떤 한시적 상황(즉, 수능 시험 전이라는 상황)에 대해 인간의 심신이 적응하지 못해 일어나는 장애 상태라 할 수 있다.

왜 이런 상태가 일어나는가 여러 가지 설명이 있을 수 있겠지만, 현대 정신의학에서 가장 주목받는 분야 중의 하나인 인지-행동 이론으로 생각해본다면 힘든 상황에서 일종의 '인지 왜곡(cognitive distortion)' 현상이 나타난 것으로 판단할 수 있다. 이러한 예는 다음과 같다.

1) 이렇게 힘들어하고 긴장하는 것은 나 혼자 그런 거지, 다른 동료는 그렇지 않아.

분명히 다른 고 3 수험생들도 힘들고 긴장하고 있다는 것을 망각하고, 자신의 긴장 및 신체상황만을 가지고 자신에게만 이런 일이 일어났다고 판단하는 '임의적 추론' 상태.

2) 입시에 내 인생이 달렸어. 이번 시험에 실패하면 내 인생은 끝이야.

분명히 입시라는 것은 계속 반복되는 상태임에도 단 1번의 기회인 것처럼 판단하게 되는 '실무율(all-or-none)적 사고' 상태.

등이 그것이다. 분명히 모든 고3 학생들이 똑같이 힘들고 똑같이 긴장하고 있고, 또한 입시는 반복되는 것임에도 이를 망각, 왜곡되게 기억하는 것이다. 따라서 많은 전문가는 다음과 같은 조언을 하고 있다.

- 나뿐만 아니라 모든 수험생이 긴장하고 힘들어 한다는 점을 인식하자!

- 자신의 능력을 과소평가 말라. 못한 공부보다는 해 놓은 공부량이 훨씬 많다.

- 수능의 중요성을 너무 과대평가 말라. 입시에 인생이 달린 것은 아니다.

- 남은 한 달간 공부할 양을 현실적으로 계획한다.

- 기상 시간과 취침시간을 일정하게 유지한다.

- 친구나 부모, 기타 주변인들의 이런저런 조언에 부화뇌동하지 않는다.

그러나 만약 학생이 큰 시험을 앞두고 상기한 신체 상태 및 긴장상태가 반복해서 발생하는 경우에는, 한시적 적응 장애라기보다는 불안장애의 특수한 형태인 '시험 불안(test anxiety) 상태'일 가능성이 있다. 이는 고3 학생의 혼자의 노력만으로 해결되지 않을 경우가 많으므로 전문가를 찾아 진단 및 치료를 받는 것을 고려하여야 한다. 치료로는 행동 요법으로 근육 이완 훈련, 체계적 탈감작 훈련 등을 들 수 있으며, 시험 전 소량의 약물치료로 시험 불안을 시험 시간에 해결하는 방법 등도 있다. 그러나 전문가와 꼭 상의하여 약물의 양 및 복용 시간을 조절하는 것이 필요하다.

현재 수능시험이 얼마 남지 않은 상황에서 고3 병의 상태를 보이는 학생들에게 권할 수 있는 자기 조절 방법은 '복식 호흡'이다. 인간은 폐가 흉곽 내에 있으므로 자신도 모르게 흉식 호흡을 하는 경우가 대부분인데 흉식 호흡은 기본적으로 교감신경을 자극하여 자신도 모르게 긴장상태를 지속시키게 된다. 따라서, 취침 전 혹은 쉬는 시간에 복식 호흡을 통하여 복강 속의 부교감 신경을 자극하게 되면 이완 상태를 유발하게 되어 긴장도가 떨어지는 효과를 얻게 된다.

고3 병 상태는 극복이 어려운 상태가 아니다. 그렇지만, 학생 스스로 혹은 가족 내의 부모의 역할 혹은 태도 등을 통해 은연중에 수능시험 자체가 너무 과대평가되어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점검이 필수적이다. 많은 부모님이 수능시험에 대해 인지 왜곡에 가까운 신념을 지니고 있으면서도, '난 그렇게 강요한 적이 없는데'라고 판단하고 있다. 이 점을 늘 고려하여 슬기롭게 입시 전 스트레스를 넘기는 것이 필요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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