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신오거리 고가차도 꼭 필요합니까
개신오거리 고가차도 꼭 필요합니까
  • 충청타임즈
  • 승인 2009.06.28 2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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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색칼럼
김미자 <지구를 살리는 청주여성모임 대표>
   요즘 개신오거리 고가차도 문제로 지역사회가 시끄럽다. 최근에는 청주시가 고가차도를 반대하지 않는 조건으로 모 아파트에 선심성 지원을 하기로 해 구설수에 오르고 있는 등 점입가경이다.

그곳 주민의 입장에서는 7m가 넘는 거대한 흉물이 집 앞을 떡 가로막고 있으니 좋아할 사람이 없을 것이다. 주민들의 말을 들으니 청주시민들을 위해 백번 양보한다고 하더라도 개신고가차도는 아니라는 것이다.

조금만 깊게 생각하면 고가차도가 청주시에서 설치의 명분으로 내세우는 교통정체를 해결할 수 없다. 개신오거리는 현재 출퇴근 시간 이외에는 막히지 않는다. 출퇴근 시간에 일정정도 막히지 않는 청주시내 교차로는 없다. 그리고 산남3지구 구룡터널 개통이후 교통이 분산돼 교통개선의 효과가 어느 정도 있었다.

교통체증은 사창사거리 쪽이 더욱 심각하다. 하지만 사창사거리에 대해서는 아무런 대책이 없다. 청주시도 문제를 알고 있는 모양이다.

그러니 사창사거리도 입체화하는 것을 검토하겠다고 한다. 사창사거리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서는 주민들의 이야기대로 개신고가차도는 차도 위 700m만 소통되고 나머지는 막히는 꼴로 설치한 다음날부터 교통체증의 원인으로 철거해야할 운명을 맞을 것이다.

주민들의 입장에서는 설치하는데 수백억원이 들고 다시 철거하는데 주민들의 혈세를 낭비하는 것을 도저히 지켜볼 수 없다는 것이다.

현장에 가서 직접 보니 개신오거리는 이미 마구 파헤쳐져서 황량함을 드러내 보는 이의 마음을 더 안타깝게 했다. 주민들의 우려대로 사창사거리까지의 거리가 짧아서 고가로 인한 교통체증 개선의 효과가 어렵고 오히려 더욱 체증을 유발할 것으로 보인다.

이 과정에서 가장 심각하게 느낀 것은 청주시가 교통정책에 비전이 있는가 하는 것이다. 지금 전 세계적으로 에너지위기와 기후변화협약에 따른 이산화탄소 의무 감축으로 자동차 산업 자체가 유지되기 어렵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이런 추세에 발맞춰 전 세계와 전국의 도시들은 발빠르게 도심의 자동차 진입을 억제하고, 버스 등 대중교통체제위주의 전환, 자전거의 수송 분담률 확대, 보행자 중심의 교통체계로 신속한 전환을 추진하는 등 교통패러다임 자체를 바꾸기 위해 앞 다투어 나서고 있다. 정부에서도 '저탄소 녹색 성장'을 이야기하면서 그 핵심사업으로서 자전거이용을 활성화하겠다고 나서고 있고, 청주시도 시내에 도로다이어트를 통해 자전거도로를 만들겠다고 한다.

하지만 청주시는 개신오거리 고가차도를 설치하면서 기존에 있던 자전거도로는 아예 없애버렸다. 또 보행로를 당초 3m에서 2m로 줄였다고 한다. 2m면 달리는 차 옆에서 보행자들은 항상 위험에 노출될 수밖에 없고 가로수를 만들 수 도 없다.

하지만 주민들이 더 못 참는 것은 청주시의 꽉 막힌 '불통'의 태도라는 것이다. 계획이 수립되는 과정에서부터 공사가 시작되는 시점까지 청주시는 주민들의 의견을 철저히 무시했다고 한다.

단적인 예로 주민들이 교통전문가와 함께 고가차도를 설치하지 않고도 교통문제를 개선할 수 있는 평면교차로 개선안을 만들어서 청주시에 제안했다고 한다. 그 개선안은 신호체계를 5개 채널에서 4개 채널로 바꾸는 것으로 비용이 5억원이면 가능하다고 한다. 고가차도 설치에 들어가는 비용이 281억원이니 가히 획기적이지 않을 수 없다.

그런데 청주시는 검토도 하지 않고 안 된다는 것이다. 말로는 주민참여를 통한 민주주의를 이야기하면서 보이는 태도는 꼭 누구를 닮았다. 토론하고 개선할 것이 있으면 개선하는 것이 타당하지 결정된 사업이기 때문에 밀어붙이겠다는 발상은 한참 잘못됐다.

늦었다고 생각할 때가 가장 빠른 때라는 말이 있다. 지금이라도 청주시는 주민들의 의견에 귀 기울이고 무엇이 청주시의 미래에 맞는 것인지를 놓고 판단을 내려야 할 것이다. 호미로 막을 것을 가래로 막는 우를 범하지 않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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