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미족과 작은 사치
포미족과 작은 사치
  • 충청타임즈
  • 승인 2009.06.24 2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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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현정의 소비자 살롱
유현정<충북대소비자학과교수>

   모백화점에서는 올 상반기 동안 판매한 상품 매출을 분석한 결과 포미(for me)족이 상반기 해당백화점 매출을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1% 성장하도록 이끌었다고 한다.

포미족은 20~30대 소비자를 중심으로 경제적 제약 속에서도 지갑을 완전히 닫지 않고 자기만족과 관련된 상품을 소비하는 '가치 소비' 형태를 보였다고 한다.

이 때문에 올 상반기에는 의류 매출이 정체 상태를 보인 데 반해 '작은 사치'를 느낄 수 있는 시계·지갑 등 패션 소품과 화장품 매출이 높은 신장세를 기록했다는 것이다.

'작은 사치(Small Indulgence)'란 미국의 시장분석가 페이스 팝콘이 '팝콘 리포트'에서 "자신이 감당할 만한 몇가지 품목에 대하여 사치스러운 소비를 한다"고 말함으로써 유행하게 된 말로 지나치게 비싸지 않으면서, 사치스러운 느낌을 주는 고급품을 소비하는 것을 말한다.

'작은 사치'의 이면에 숨어 있는 욕구는 바로 '자기 존중'이다. 얼마 전 여성 소비자를 대상으로 조사한 연구를 통해 여성 소비자에게 있어 '작은 사치'란 열심히 살아온 나 자신에 대한 존중이자 보상이며, 오락 또는 스트레스 해소의 기능을 하고, 자신을 위한 일종의 투자의 의미를 갖는다는 것을 밝힌 바 있다. '작은 사치'가 갖는 이러한 함의 때문에 소위 "사치는 필수다"라는 역설적인 말조차 유행을 하고 있는 것이다.

비슷한 맥락에서 외모가꾸기를 생각해 볼 수 있다. 어느새 우리는 부정할 수 없는 외모지상주의 사회에 살아가고 있다. 실력보다는 외모로 평가를 받는 일이 많아지면서, 실력을 쌓기보다는 외모를 치장하는 쪽에 더 많은 노력과 투자를 하게 된다. 서글픈 청년실업의 벽 앞에서 많은 젊은이들이 더 이상 '자기 존중'을 위한 '작은 사치'가 '사치가 아닌 필수'적 투자임을 거부할 수 없는지도 모르겠다.

최근 한 소주광고에서 안경낀 뚱뚱한 여성(사실은 뚱뚱하다고도 할 수 없는 정도인데 말이다)과 소개팅을 하게 된 남성이 불만스러움에 소주를 주문하고 소주를 마시자 상대여성이 요즘 한창 인기 높은 여가수로 변하는 내용 때문에 시청자들의 반감을 사고 있다. 이러한 왜곡된 가치관하에서는 미에 대한 다양성이 존중될 수 없다. 심지어 자연스러운 나이듦조차 조롱감이 되기도 한다. 많은 TV프로그램에서 어느새 코믹연기가 아니면 살아남을 수 없는 중년연기자들을 보면서 씁쓸함을 감출 수가 없다.

'작은 사치'는 혼자만의 자기만족을 위한 조용한 비밀공간으로 남겨두었으면 좋겠다. 왜 모두가 아이돌스타여야 하는가. 우리는 너무나 함부로 개인의 사적영역까지를 감놔라, 대추놔라 하는 게 아닌지 모르겠다. 자신만의 편안한 사적영역에서 작은 행복을, 작은 사치를 즐길 수 있기를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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