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사활동도 무기가 필요하다
봉사활동도 무기가 필요하다
  • 충청타임즈
  • 승인 2009.06.23 21:2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박병찬의 세상읽기
박병찬 <충남대 국방연구소 선임연구원>
   요즘 각계각층에서 다양한 봉사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유명 탤런트의 해외 구호활동, 각급 기관 및 단체의 농촌 일손 돕기 및 장애·경로시설 지원 등 그 종류도 다양하다. 적극 권장할 만한 바람직한 일이다. 하지만 이제는 이런 것도 생각해 볼 때다. '양'보다 '질' 말이다. 명분과 가시적인 성과보다 상대방이 만족할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필자는 그동안 다양한 직무(職務)를 경험하면서 여러가지 현상을 직·간접적으로 볼 수 있었다. 특히 부실한 봉사활동으로 도움보다 피해를 주는 현상을 보며 안타까워하던 때도 있었다. 이런 경우가 그랬다.

우선은 전문성이 없는 봉사활동이다. 농사경험이 전무(全無)한 젊은 학생, 군 장병들의 농촌 일손 돕기는 도움보다 피해를 줄 수도 있다. 물론 농촌체험 효과 등 긍정적인 면도 있을 수 있다. 특별한 이유가 없는 한 실질적인 도움이 되는 봉사활동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상대방도 만족할 수 있고 봉사자도 보람을 느끼며 잘할 수 있는 것, 즉 전문성을 살릴 수 있는 것을 해야 한다. 대학생은 다문화 가정 및 저소득층 학생 교육봉사, 의사는 의료봉사, 공직자는 현장방문 민원처리 등이 적절한 사례가 될 수 있다.

다음은 피지원대상을 무분별하게 선정하는 경우다. 스스로 할 수 없는 사람에게 할 수 없는 일을 도와줘야 한다. 거동이 어려운 독거노인, 장애인 등에게 농사일이나 허드렛일 돕기 등 말이다. 그래야 봉사활동이 의미도 있고, 지원 받는 사람들을 진정으로 도와주는 것이 될 수 있다. 스스로 할 수 있는 사람을 도와주는 것은 바람직하지 못하다. 중독성, 의존성이 있는 마약을 주는 꼴이 될 수 있다. 의타심을 키워 종국에는 국민성을 해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런 것은 안된다고 본다. 기본업무에 지장을 초래할 수 있는 봉사활동 말이다. 예를 들어 공직자가 봉사활동 때문에 민원인들에게 피해를 줘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즉 '담당자가 없으니 다음에 다시 오라'고 하는 등 현상 말이다. 이것도 대민피해다. 학생도 공직자도 군인도 모두 마찬가지다. 기본업무가 우선돼야 한다. 천재지변이 아닌 이상 그래야 한다고 생각한다.

또한 퇴직 후 '할 일 없으면 봉사활동이나 하지' 식의 생각도 곤란하다. 봉사활동은 할 일 없으면 하는 것도, 아무나 할 수 있는 일도 아니다. 정성과 능력이 있어야 한다. 특히 필요한 지식, 재력, 체력, 기술 등 무기를 먼저 갖춰야 한다. 그래야 봉사다운 봉사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개인도 조직도 국가도 모두다 한번쯤은 곱씹어봐야 할 얘기다. 봉사활동에 대한 마인드를 새롭게 하고, 무기도 미리미리 준비하자는 것이다.

날이 갈수록 봉사활동의 중요성과 전문성이 더욱 절실해지고 있다. 고령화가 가속화되고 있는 데다, 다문화 가정의 급속한 증가 등 사회 변화현상을 감안해 볼 때 더욱 그렇다. 올바른 인성교육이나 기부문화 정착을 위해서도 그래야만 한다. 대학 입학생 선발시, 공공기관 및 기업 직원 채용시 봉사활동 실적 반영비율 확대, '2009년 희망근로프로젝트' 등 정부의 관련사업을 봉사활동과 연계하여 추진하는 것은 '붐' 확산에 도움이 될 것으로 본다. 핵심은 짝사랑식 봉사활동, 즉 원하지도 않고 도움도 안되는 봉사활동은 안된다는 것이다. 진짜 필요한 사람에게 진짜 보탬이 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얘기다. 필요한 무기를 먼저 갖추고 말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