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로 사랑하세요
서로 사랑하세요
  • 충청타임즈
  • 승인 2009.04.22 21:3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기고
권오삼 <청원교육장>

무심천 벚꽃을 찾는 인파를 보며 세상이 온통 봄기운에 술렁이는 마음들이 꽃을 따라다니며 행복한 표정을 짓는 모습들은 보는 것만으로도 마냥 마음이 푸근해진다. 꽃에서 느끼는 오감만족이 생명의 활력을 넣어주니 우주의 기가 꽃을 타고 내려 오는 듯싶다. 분명 만물의 소생은 생기가 돋는 기를 우리에게 불어 넣어주니 신이 주신 최고의 선물은 봄이 아닐까 싶다.

출·퇴근하며 지나는 길에도 벚꽃이 흐드러지게 펴 화사함의 극치를 보여주었다. 벚꽃을 즐길 새도 없이 떠밀려 오갔지만 벚꽃길 곁에 시공을 초월한 듯이 경건한 모습으로 물러나 있는 성당 현관 앞에는 코흘리개 1학년 신입생이 이름표를 단 듯 '고맙습니다. 서로 사랑하세요' 라는 현수막이 걸려있어 바라볼 때마다 마음을 차분히 가라앉혀 준다.

이 세상에는 서로 사랑해야 할 일이 얼마나 많은데 얼마나 많은 미움과 갈등이 존재한다고 보았으면 아니 꼭 치유해야 할 우리 사회의 병은 사랑으로만이 고칠 수 있다고 믿었으면 서로 사랑하라는 훌륭한 메시지를 전할까 하는 상념에 들게 한다.

얼굴이 다른 만큼이나 생각이 다르고 자라온 환경과 배경이 다른 인간이 균일한 잣대로 세상을 살아가기엔 변화무쌍한 사회현상과 자연의 섭리가 용인하지 않을 것 같다. 사람이 살아가면서 갈등을 겪지 않고 살 수만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마는 끊임없는 갈등의 생성과 소멸을 보면서 인간은 살아있는 한 갈등을 겪으며 진화하게 되어 있음을 느끼게 된다.

세상은 사랑할 일도 많고 사랑만 하기도 바쁘다고 하는데 이 좋은 봄날 좋은 일로 세상을 바라보면 얼마나 좋으련만 보통사람들이 사는 사회이니 사랑을 솜사탕처럼 키우기엔 갈등을 비켜나가기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닌 듯싶다. 사람 사는 만남이 이루어지는 곳에선 사랑과 함께 갈등이 존재할 수밖에 없다. 교육현장에도 사랑과 갈등이 칼의 양날처럼 공존하고 있지만 갈등의 치유에는 사랑만한 것이 없다.

새학년도가 되면 교육현장에는 학생, 학부모, 교직원들의 새로운 만남이 이루어지고 있다. 처음 만나는 얼굴들과 익숙하지 않은 새로운 환경에 낯이 선 긴장감으로 마음이 편편치 않을 때 서로에 대한 사랑으로 감싸 안는 것은 마음을 녹이는 용광로이다.

학부모와 학교간의 갈등이 자녀를 학교에 맡긴 죄 하나만으로 선생님 앞에서만은 한 없이 작아지는 존재가 되어 버리는 학부모의 인내력으로 원만하게 풀리면 학부모의 가슴 썩는 심정 누구인들 모를까마는 그저 학부모가 고마울 때가 많다. 갈등이 수면 밑으로 가라앉아 언제 터질지 모르는 시한폭탄처럼 봉합되어 아슬아슬한 분위기가 지속되는 것은 서로에게 상처가 될 뿐 백해무익인 줄 뻔히 알면서도 갈등을 애써 감추려드는 것은 끊지 못할 정에 이끌리기 때문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으나 그보다는 조금은 배려하고 양보하여 서로 사랑하는 마음이 앞서기 때문에 감정을 표출하지 않고 갈등을 스스로 다스리는 성숙한 인격의 표현일 것이다.

갈등의 일시적인 봉합보다는 근본적인 상생원리로 서로에게 득이 되는 방향으로 양보하여 실리를 추구하는 것이 좋은 줄 알면서도 갈등을 표출시켜 문제거리도 안되는 것을 문제로 만드는 것은 상대를 아름다운 동행의 파트너로 인식하기보다는 제압해야 할 적군쯤으로 여기는 근시안적 태도인 것 같아 연민이 앞선다.

우리는 학생들의 인격을 완성시켜 주어야 하는 데 존재 의미가 있다. 우리에게 갈등이 여러 겹으로 조여 오더라도 인내와 교육적 사랑은 변함없이 살아 있어야 한다.

학생, 학부모, 교원 등 교육가족은 함께 가야 한다. 함께 가는 교육의 길에는 사랑이 바탕이 되어야 한다. 교육에 대한 믿음과 사랑이 없는 동행은 언제 헤어질지 모르는 불안한 한계가 있다. 서로 사랑하세요. 고맙습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