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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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충청타임즈
  • 승인 2009.04.08 2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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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심천
강대헌 <교사>

인터넷에서 감전(感電)이란 단어를 검색하다가 어느 블로그에서 이런 글귀를 보았다, '나는 그대가 하늘을 볼 때 검은 우주 그 먼 곳의 돌덩이로 매달려 있겠습니다. 그대는 나를 별이라 불러주세요'. 내친 김에 같은 공간에 있던 음악 파일도 재생해서 들었다. '눈동자'라는 제목의 대중가요로서 소리꾼 장사익이 부른 버전(version)이었다. 그만의 애절함 같은 것이 느껴졌다.

그렇잖아도 전기가 몸에 통해 아찔했던 순간들이 몇 번 있다. 대개의 경우가 부주의로 인해 생긴 일이었지만, 결코 유쾌하지 않았던 기억으로 남아 있다. 백열전구와 연결된 끊어진 전선을 맨손으로 만지다가 100볼트 정도의 전기맛을 보았던 적이 있는데, 그때엔 몸이 찌릿찌릿해서 금방이라도 어떻게 될 것만 같은 두려움에 정신이 혼미했었다.

너에게로 가는

그리움의 전깃줄에

나는











1991년, 비교적 이른 나이에 작고한 시인 고정희(高靜熙)의 '고백'이란 작품이 뇌리(腦裏)에서 떠나지 않고 있었다. 나는 그를 잘 알지 못한다. 1983년, 내가 대학교 2학년 때 이미 '대한민국 문학상'을 받았으니, 그는 멀어도 한참이나 떨어져 있는 거대한 존재였다고나 할까.

그는 어떤 사람이었을까. 그가 죽던 해에 나온 시집 '아름다운 사람 하나'의 서문에 담긴 '어느 한 편도 눈물 없이 씌어질 수 없었던 이 시편들, 그러나 사랑의 화두에 불과한 이 연시편이 모든 이의 고통과 슬픔을 승화시키는 노래가 되기를, 그리고 내가 더 큰 사랑으로 광야에 이르는 길이 되기를 빌어봅니다'라는 말이 은밀한 육성(肉聲)처럼 다시 들린다. 아마도 그는 길과 같은 사람이었으리라. 기어코 나는 고정희에게 감전되었다.

고정희의 고백은 그리움만을 대상으로 하지 않는다. 그는 또한 사랑에 대해 털어 놓는다. '사랑하지 않으면 나는 너의 종기를 모른다 / 사랑하지 않으면 나는 너의 뇌졸중을 모른다 / 사랑하지 않으면 나는 너의 자궁암을 모른다 / 사랑하지 않으면 나는 너의 섬을 모른다 / 사랑하지 않으면 나는 너의 풀잎을 모른다 / 사랑하지 않으면 나는 너의 북풍한설을 모른다 / 사랑하지 않으면 나는 너의 수중고혼을 모른다 / 사랑하지 않으면 나는 너의 적막강산을 모른다 / 사랑하지 않으면 나는 너의 흉곽 진동을 모른다 모른다 모른다'(고정희 - 눈물샘에 관한 몇 가지 고백)

문득, 그런 말이 떠오른다. 사랑은 아무나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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