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지표 호전 낙관 경계해야
경제지표 호전 낙관 경계해야
  • 충청타임즈
  • 승인 2009.04.05 2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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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창규의 경제칵테일
안 창 규 <경제칼럼니스트>

일부 경제지표가 호전되고 있다. 2월 들어 산업생산 감소폭이 크게 줄고 경기선행지수도 15개월 만에 상승세로 돌아서 경기가 바닥에 가까워지고 있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통계청은 2월 광공업 생산이 작년 같은 달에 비해 10.3% 줄었다고 발표했다. 지난 1월 감소폭 25.5%에 비해 크게 둔화된 것이다. 지난 1월 사상 최악의 수준(61.4%)까지 떨어졌던 제조업 평균 가동률도 2월 들어 회복세를 보여 66.7%로 전달 대비 5.3%포인트 높아졌다.

현재의 경기 상황을 종합적으로 보여주는 동행지수 역시 2월 감소폭이 -0.1%로 1월의 -1.9%에 비해 줄었고, 향후 경기 국면을 예고해주는 선행지수는 0.5% 증가했다.

한국은행이 1417개 제조업체를 대상으로 조사해 발표한 3월 기업경기실사지수(BSI)도 57로 전달의 43보다 14포인트 높아져 제조업 체감경기가 개선된 것으로 나타났다.

중소기업청이 집계한 2월 국내 창업투자사들의 벤처투자 실적도 423억원으로 지난 1월의 191억원에 비해 121% 증가했다. 3월 무역흑자도 46억달러로 월간 기준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이로써 1~3월 무역수지 누계는 39억달러 흑자로 돌아섰다.

이명박 대통령은 올해 한국이 150억~200억달러의 무역흑자를 올릴 것으로 예상했다.

세계 금융위기 이후 사상 최악, 최저, 추락, 붕괴 등의 우울한 경제지표들에 계속 짓눌려온 국민들에게 모처럼 희망을 주는 소식이다.

그러나 이것이 과연 경제가 본격적으로 살아나고 있다는 증거로 봐도 좋을지는 좀 더 두고 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

우선 생산과 소비재 판매의 경우 전년 동기와 비교하면 큰 폭으로 줄었으며, 소비지표 또한 지난해 12월과 비교하면 감소폭이 더 커졌다. 무역수지가 흑자로 돌아선 건 반가운 일이지만 아쉬움도 남는다. 3월 무역수지는 전형적인 불황형 흑자다. 수출이 늘어서 이룬 호황형이 아니라 수입이 줄어 반사이익을 봤다는 뜻이다.

실제 3월 흑자는 수출이 전년 동기에 비해 21% 줄었으나 수입이 36%나 감소한 덕을 봤다. 흑자의 원동력이 주로 환율 효과 때문이라는 점도 간과해서는 안된다. 원·달러 환율이 1400~1500원 선에 이르면서 '메이드 인 코리아'의 가격 경쟁력이 크게 높아졌다. 원화 약세는 엔·위안화 강세와 맞물리면서 효과가 더욱 증폭됐다.

게다가 취업자수도 계속 줄고 있어 향후 소비는 더 위축될 게 뻔하다. 무엇보다 우려스러운 것은 세계적인 경기침체를 몰고온 미국이 아직도 위기 극복의 실마리를 제대로 잡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일부 경제지표가 호전되고 있는 것을 계기로 경기가 조만간 바닥으로 탈출할 것으로 기대하기는 한마디로 무리라는 얘기다.

지금은 모든 경제주체가 위기 극복 대책에 전력 투구할 때이다. 정부는 모든 역량을 경제 살리기와 일자리 대책에 쏟아부어야 한다. 낙관론을 펼치기보다는 경기부양 등 관련대책을 차질없이 추진하고 규제 완화나 노사관계 개선 등을 서둘러 국가경쟁력을 강화하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기업 또한 고환율의 이점을 충분히 활용하는 한편 체질 강화에도 보다 힘을 쏟아부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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