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직자는 敵軍인가? 我軍인가?
공직자는 敵軍인가? 我軍인가?
  • 충청타임즈
  • 승인 2009.03.26 2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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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병찬의 세상 엿보기
박병찬 <충남대 국방연구소 선임연구원>

공직사회가 바람 잘 날 없다. 박연차 태광실업회장의 정·관계 로비의혹 사건, 잇따라 터지는 경찰관 비위·부조리 및 공무원 사회복지 보조금 횡령사건 등 파문으로 말이다. 이런 사건이 터질 때마다 국민은 분노하고 배신감을 느낀다. 국민의 혈세를 받는 공직자가 저럴 수가 있을까 해서 말이다. 죄가 있다면 당연히 일벌백계 해야 마땅할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공직사회를 싸잡아 매도하지는 말자. 사실을 왜곡하거나 과장·확대해석하지도 말자. 악용해서도 안된다. 있는 그대로 봐주는 객관적 잣대가 필요하다. 휴일도 없이 묵묵히 직무에 충실하고 있는 많은 공직자들의 자존심과 명예를 지켜주는 것도 중요하기 때문이다. 자부심과 긍지를 가지고 국가와 국민을 위해 당당하게 일할 수 있도록 말이다.

지난해에 필자는 대전·충남지역 일부 기관·단체를 대상으로 리더십 교육을 한 적이 있다. 지역(地域)과 지역, 세대(世代)와 세대, 그리고 민·관·군의 '다리를 놓는 사람()' 광역시장의 아이디어가 시발점이었다. 교육대상은 광역시청, 지방법원, 국방과학연구소 등의 간부급 인사(人士)들이었다. 교육프로그램이 1박2일 동안 비교적 긴 시간 진행되었음에도 교육 분위기가 진지했고, 변화 의지도 강했다. 국가와 국민을 위하는 마음도 남달랐다. 그리고 배려심도 많았고 겸손했다.

지방법원의 경우 과중한 업무로 일과 후 시간과 휴무일에 했음에도 그러했다. 前법원장은 다른 법관들과 함께하기 위해 동일 교육에 두 번 참석했음에도 끝까지 솔선수범하는 모습을 보였다. 필자는 강사로서 준 것보다 배우고 느낀 것이 더 많았다. 교육 후 평소 막연하게 생각했던 '보수적이고 권위적'일 것이라는 이들에 대한 인식을 버렸다.

또한 얼마 전 청원군 남이면 지역을 지나다 본 경찰관들의 도로주변 청소에 앞장서는 모습도, 지난 일요일 청주 산남동 주민센터에서 본 몇몇 공무원의 근무에 몰입하는 모습도 보기 좋았다. 대부분의 공직자들은 이와 같이 겸손하고 인간적인 우리의 부모형제요 이웃이다. 그리고 국가와 국민을 위해 고민하고 행동하며 주변의 목소리에 귀 기울일 줄 아는 사람들이다.

일부 분별력 없는 공직자들 때문에 이들이 상처받고 주변의 눈치나 보는 복지부동형 공직자가 되도록 해서는 안된다. 근거없는 추측만 가지고 싸잡아서 나무에 올려놓고 무조건 흔들어대지는 말자는 얘기다. 그것은 국민을 위해 일할 수 있는 시간을 빼앗는 처사로 그 피해는 결국 국민에게 돌아온다는 사실도 기억하자.

공직자들이 열정적으로 당당하게 직무에 몰입할 수 있도록 여건을 보장해 주는 것도 국민의 의무고 도리이며 상생(相生)의 길이라고 본다. 물론 때로는 질책도 필요하다. 그러나 방법을 알고 해야 한다. 즉 질책을 위한 질책보다, 발전지향적인 피드백이 돼야 한다는 것이다. 아울러 공직자도 명심하자. 생각하고 행동하는 모든 것이 국가와 국민을 우선시하는 것이어야 한다는 사실을.

영국의 前수상 처칠은 "국민은 꼭 자기 수준에 맞는 지도자를 갖게 되어 있다"고 말했다. 공감이 가는 얘기다. 손뼉도 마주쳐야 소리가 난다. 민(民)·관(官)의 손뼉 소리는 불협화음이 아니라 화합의 소리가 돼야 한다. 각자가 '다름'을 존중하며 자신이 할 수 있는 것, 해야 할 일을 스스로 찾아 우선하는 수신(修身)의 자세로 말이다. 이참에 냉철하게 한 번 생각해 보자. 국민과 공직자는 상호 타도의 대상인 적군인가 아니면, 함께 상생해야 할 아군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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