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순(矛盾)
모순(矛盾)
  • 충청타임즈
  • 승인 2009.03.26 21:5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참교육 칼럼
최종돌 <전교조 충북지부 대의원>

세상은 모순이다. 그래서는 안 된다고 하면서 그것이 잘못인 줄 알면서도 모르는 척 되풀이하는 경우가 잦다. 참되고 정의로운 줄 알면서도 모르는 척 눈감고 외면하는 경우가 있고 때론 그 참된 것마저 논리를 만들어 부정해 버리는 모순을 자행하기도 한다.

요즘 들어 이런 모순적인 모습들이 점점 늘어만 가는 것 같아 아쉽다. 초나라 때 어느 상인이 창과 방패를 이야기하는 '모순(矛盾)'의 모순보다도 그 모순된 상인의 말을 듣고도 창과 방패를 사 가지고 갈 현대인의 모습은 상상 아닌 웃지못할 현실이 아닌가 여겨진다. 상식이 상식으로 통하지 않는 현실이 지구 한 켠의 이 조그만 대한민국 땅에서는 너무나 많이 그리고 오랫동안 지속되는 것 같아 더욱 아쉽기만 하다.

논리적으로 분석해 볼때 역설의 예로 드는 것들의 대부분이 전제의 모순을 지니고 있다. 잘못된 전제 때문에 모순에 빠지는 것인데, 잘 알고 있는 모순의 고사만 보더라도 "이 창은 '어떤 방패라도', 이 방패는 '어떤 창이라도'"라고 싸잡아 말했기 때문이다. 악어와 아기 패러독스에서도 마찬가지이다. '사실을 말한다면'이라는 가정이 모순에 빠지게 한다. 미리 오류를 지니고 있는 전제를 발견하고 치유한다면 모순에 빠지지 않을 것인데 말이다.

평화시위(시위가 평화롭지 않기 때문에 발생하며 그 방법은 평화를 깨는 것이기 때문)를 하라는 얘기도 모순이며, 서민경제를 살리기 위해 양도세와 법인세를 인하한다는 얘기도 모순(양도세나 법인세를 내는 서민이 몇이나 된단 말인가)이다.

또 비정규직을 보호한다면서 계약기간을 늘린다는 것도 모순(비정규직을 보호하는 것은 비정규직을 양산하지 않는 것)이며, 내가 하면 추억이고 실수지만 남이 하면 일단 집어넣고 보는 수많은 권력자(서민들의 실수에는 너그럽고 권력자의 실수는 엄중해야 할 것이 상식)들의 모습도 크나큰 모순이다.

대한민국의 교육목표는 민주시민의식을 고양하기 위해 교양을 쌓고 새로운 가치를 창조하는 개성적 인간을 만드는 것인데, 16개 시도교육감들이라는 분들이 일제고사를 통해 모두가 '성적'을 올려보겠다고 선언하는 것을 보면 교육의 수장들이 도대체 무엇을 교육하자는 것인지 헷갈리게 한다. 모순이다. 학생들에게 꿈보다는 현실을 가르쳐야 한다는 모순을 가르치라는 것인가. 교육 철학 같은 것은 묻어두고 유명 대학만 많이 보내면 된다는 것인가. 특히 인내하고 열심히 하면 누구나 좋은 대학 갈 수 있다며 학생들의 인권을 무시하는 그것이 최근 들어 부쩍 더해가는 교육현장의 모습은 모순의 극치다. 교사가 아이들에게 꿈을 말하지 않는다면 누가 말한단 말인가.

꼴지라도 행복할 수 있다는 꿈은 언제까지나 먼 나라의 이야기란 말인가. 어찌보면 재화는 부족하고 욕망은 그침이 없기에 모순이 발생하는지도 모른다. 그런 생각을 해 본다면 재화가 부족하거나 욕망이 큰 사회일수록 모순은 더 많을 것이며, 반대로 재화가 많을수록 또는 욕망이 적은 사회일수록 모순도 덜 할 것이라 생각해 본다.

그런 생각을 바탕으로 지금 우리의 사회에 모순이 많다면 해야 할 일은 무엇일까 자명해진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