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강제가입 문제있다
인터넷 강제가입 문제있다
  • 충청타임즈
  • 승인 2009.03.19 2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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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교육 칼럼
박을석 <전교조 충북지부 교권국장>

인터넷의 바다에 푹 빠져 사는 탓일까.

어느덧 일상생활이든 업무든 학습이든 인터넷 없는 세상을 꿈에도 생각해 볼 수 없는 지경이다. 그러한 현실에서 학교도 예외일 수 없다. 학교에 출근하자마자 컴퓨터를 켜고 전자문서함을 열어보고 인터넷 학습사이트에 접속해 공부시간에 활용한다. 각종 학교업무와 관련된 인터넷 홈페이지 방문도 필수가 됐다. 아이들도 곧잘 인터넷을 이용하여 게임이나 노래를 즐긴다.

이런 상황이다 보니 교육청에서도 대대적인 투자를 하여 교수-학습을 지원하는 사이트를 열고 인터넷 기반의 업무지원 홈페이지를 열었다. 많은 경우 성공적이고 효과적이었다. 필자도 개인적으로 사이버 가정학습반을 열어서 아이들과 함께 공부했으며, 업무 등 다양한 용도로 활용하고 있다.

그런데 최근 이러한 인터넷 기반의 학습지원이 반드시 좋기만 한 것일까, 또 그러한 교수-학습을 위한 인터넷 강제가입이 좋기만 한 것일까 라는 의문이 들기 시작했다. 인터넷을 통한 정선된 학습자료, 풍부한 멀티미디어 학습여건의 형성, 학습의 체계적 관리 기능의 제공 등은 분명히 장점이다.

그러나 인터넷 학습 환경이 직접 인간적으로 교류하고 대면하여 학습하는 상황에 미치지 못하는 점도 있다. 그렇기에 아이들이 학교에 나와서 공부하는 것이며, 학부모들은 돈을 들여서라도 학원에 보내는 것이다. 따라서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넘나드는 적절하고 현명한 활용이 요구되는 것이다.

한데, 신학기를 맞아 충청북도교육청에서 벌이는 교수-학습지원센터 가입 독려 및 정보변경 강제나 인터넷 방과후 학교 사이트 교사 학생의 전체 가입 강요는 분명 문제가 있어 보인다.

첫째, 교육계획 수립, 아이들과의 친밀감 형성, 새 학교에의 적응 등등 업무가 폭증하는 시기에 일률적으로 신규 가입 또는 정보변경을 요구하고 보고를 강요하는 것은 부적절하다.

둘째, 철저한 사전준비로 효과적인 가입 및 정보갱신 등을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학생들이 주민등록번호 인증을 받아야 신규가입이 되게 된다든지, 방과후 학교사이트의 경우 교사가 우선적으로 일반인으로 가입하고 난 뒤 일반강사의 추가정보를 입력해야 가입처리가 되는 식이어서 불만이 나온다.

셋째, 지나치게 많고 불필요한 듯이 보이는 개인정보를 요구한다는 점이다. 사이트 설계자가 가입절차를 위한 정보입력 화면을 구성하면서 습관적으로 상용 사이트의 입력화면을 염두에 두고 구성한 것이 아닐까 의심이 든다. 교수-학습을 지원하기 위해서나 방과후 학교의 업무를 원활하게 수행하기 위해 설계된 사이트라면 그 업무에 적합한 최소의 개인정보를 요구해야 한다.

넷째, 가장 중요한 문제라고 여겨지는데 인터넷 사이트의 경우 필요한 자의 자기 필요에 의해 가입이 선택되어야 하는데, 교수-학습 지원센터나 방과후 학교사이트의 경우도 교사와 학생이 전원가입토록 강제된다는 점이다. 여러 가지 개인 정보의 입력을 요구하면서도 개인의 선택권을 존중하지 않는다면 행정이라는 이름의 폭력이 될 수도 있다고 여겨진다.

왜 전원 가입을 해야 하는 것일까.

작다면 작고 크다면 큰 문제 한 가지만 덧붙인다. 새터민 자녀가 학생으로 다니고 있다. 분명히 학생으로 다니고 있고, 사이트 가입을 해야 하고, 하고 싶어 함에도 주민등록번호 인증을 통과하지 못하여 가입을 못한다. 이런 문제에 대해 자상한 배려를 요구한다면 지나친 것일까.

한 사람의 영혼에 상처를 줄 수도 있는 일이니까 말이다.

인터넷의 합리적 이용과 접근을 위한 사려 깊은 행정시책이 요망된다. 혹여 위에 제기한 문제가 불만 많은 한 교사의 투덜거림으로 치부될까 걱정스럽다. 충청북도교육청의 신중한 검토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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