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루슈머와 틈새시장
블루슈머와 틈새시장
  • 충청타임즈
  • 승인 2009.03.18 2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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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현정의 소비자 살롱
유 현 정 <충북대 주거환경·소비자학과 교수>

지난 10일 통계청은 불황 속에서 주목해야 할 블루슈머 10을 선정 발표하였다. 블루슈머(Blue Ocean Consumer)란 경쟁자가 없는 시장이라는 의미의 블루오션(blue ocean)과 소비자(consumer)의 합성어로 경쟁없는 시장의 새로운 소비자를 의미한다.

요즘 인기있는 개그 프로그램에서 모 여성개그맨이 '참, 쉽지요' 하며 능청스럽게 강력 추천하는 일명 '틈새시장'을 떠올리면 되겠다.

산업혁명을 거치며 인간은 비약할 만한 기술의 발전을 가져왔다. 기계화로 인해 대량생산이 가능해지면서 수공업에 의존하던 시대에는 상상할 수조차 없었던 물질적 풍요로움을 누리게 되었다. 때문에 산업사회에서 주된 관심은 어떻게 하면 더 많이 생산하고, 생산비용을 절감시킬 수 있을까 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너무 빠른 기술진보는 수요의 증가를 앞지르는 공급과잉의 사태를 가져오게 되었고, 재고를 쌓이게 만들었으며, 재고의 소진을 위해 과도한 광고와 마케팅, 다양한 차별화 전략을 가져오게 하였다.

시장은 대중시장에서 세분시장으로, 틈새시장으로 점점 더 좁고 다양하게 분화되어 갔으며, 최근에는 소비자 개개인의 요구에 맞추어 제품과 서비스를 제공하는 개인시장으로까지 변모해 가고 있다. 이미 필요한 것도 부족한 것도 없는 과도하게 풍요로운 생활 속에서 소비자는 새로운 니즈를 지각하고 표출하는데 게을러졌으며, 반면에 기술과 정보의 발전으로 경쟁자들의 시장진입은 더욱 쉽고 편리해졌기에 시장은 치열하기 그지없는 레드오션이 되어버렸다. 때문에 이미 기업에서는 소비자가 무엇을 원하는지, 잠재된 소비자의 욕구를 찾아내는 일에 더욱 몰입하게 되었다.

이런 가운데 통계청이 발표한 10가지 블루슈머는 불황을 극복할 열쇠를 던져주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우리 사회의 현주소를 보여주는 일종의 보고서라 할 수 있을 것이다.

합리적 소비를 지향하는 '똑똑한 소비족', 친환경 및 에너지 절약상품을 선호하는 '녹색세대', 고환율시대에 해외여행보다는 국내여행을 선택하는 '내나라 여행족', 유기농, 친환경 식사에 관심있는 '자연愛 밥상족' 등등 불황극복을 위한 노력 및 향상된 소비자 의식을 반영하는 친환경적 소비행동을 엿볼 수 있다.

그러나 아토피 환자 및 불임부부의 증가를 반영하는 '가려운 아이들', '아이를 기다리는 부부'는 안타까움을, 1인가구의 증가에 기반하는 '나홀로가구'는 무거운 걱정을 안겨준다. 무엇보다도 씁쓸함의 백미는 '백수탈출'이 아닌가 싶다. '백수'를 탈출하기 위해 각종 학원수강 및 컨설팅에 들어가는 비용이 만만치 않다고 한다.

하루 빨리 취업을 할 수만 있다면 그 정도 '투자'는 할 수도 있겠지만, 과연 '백수탈출'이 야심차게 공략해야 할 블루오션인지 서글픈 마음이 앞서는 건 어쩔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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