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금은 더 나은 세상을 원하며
조금은 더 나은 세상을 원하며
  • 충청타임즈
  • 승인 2009.02.16 2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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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은 자의 목소리
백 영 기 <쌍샘자연교회 목사>

캐나다의 총리였던 장 크레디앙은 '시골호박'이라는 별명을 얻을 만큼 소탈한 사람이었습니다. 그는 가난한 집안의 열아홉 형제 가운데 열여덟 번째로 태어났고, 그는 선천적으로 한쪽 귀가 먹고, 안면 근육 마비로 입이 삐뚤어져 발음이 늘 어눌했다고 합니다.

그런 그가 신체장애를 딛고 93년 총리가 된 이래 3번이나 총리에 재임명되었습니다. 그가 선거 유세를 다닐 때의 일이었습니다.

"여러분, 저는 언어장애가 있습니다. 그 때문에 오랜 시간 고통을 당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제가 가진 언어장애 때문에 제 생각이나 의지를 전부 전하지 못할까 봐 두렵습니다. 인내심을 갖고 저의 말에 귀를 기울여 주십시오. 저의 어눌한 발음이 아니라 그 속에 담긴 저의 생각과 의지를 들어 주셨으면 합니다."

그런데 그때 누군가가 소리쳤습니다.

"하지만 한 나라를 대표하는 총리에게 언어장애가 있다는 것은 치명적인 결점입니다."

그러자 크레디앙은 어눌하지만 단호한 목소리로 말했습니다.

"나는 말은 잘 못하지만, 거짓말은 안 합니다."

그는 1963년 29살의 나이로 하원의원에 당선된 뒤 40여 년 동안 정치해 오면서 자신의 신체장애와 그로 인한 고통을 솔직히 시인함으로써 오히려 국민의 지지를 받았습니다. 그의 정직함과 성실함이 수많은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던 것입니다.

잘못이 없고 실수가 없는 사회라면 얼마나 좋을까요. 하지만 우리가 사는 세상은 많은 문제와 갈등이 있습니다. 그러기에 중요한 것은 '그 실수와 문제에 대하여 잘못을 시인하고 인정하는 사회냐'는 것입니다. 잘못을 시인하지 못하는 세상은 참으로 불행합니다. 자녀들이 가정에서 자기의 잘못을 인정하고 시인하지 못한다면, 아이들이 학교에서 자기들의 실수를 인정하지 못한다면, 정치인들이 백성 앞에서 과실을 인정하지 못하고, 성도들이 교회나 하나님 앞에서 죄악을 고백하지 못한다면 어디에도 희망은 없습니다.

부모가 잘못을, 선생이 잘못을, 경찰이나 대통령이 잘못을 인정하면 잘못하는 것입니까 모든 일에는 어느 한쪽의 일방적인 잘못이 있는 경우가 드뭅니다. 따지고 보면 대부분의 경우 모두에게 잘못이 있기 마련입니다. 그러므로 그 잘못된 부분을 인정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사람이 자기의 잘못을 시인하고 인정하면 도리어 그렇게 할 수밖에 없었던 상황이나 이유를 생각하게 됩니다.

어른이나 윗사람들은 잘못하지 않고 삽니까, 잘못하면 안 되는 것인가요. 그리 살 수 없으면서 그런 생각을 갖고 사는 건 정말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목사는 잘못하지 않나, 그렇지 않을 것입니다. 얼마든지, 어쩌면 더 많은 잘못을 합니다. 그만큼 책임이 크고 걸리는 게 많기에 그럴 수 있습니다. 그런데 그 잘못을 시인하거나 인정하지 않으면 어떻게 될까요. 잘못을 감추려고 거짓을 말하게 되고, 누군가 물어오면 억압으로 짓누르려고 할 것이고 힘으로 모든 걸 처리하려고 하는 권위주의적인 사람이 되지 않겠습니까. 그리고 그 결과는 불을 보듯 뻔합니다.

잘못은 힘과 거짓으로 감추거나 없앨 수 없습니다. 그것을 이길 수 있는 힘은 진실과 이해뿐입니다. '내가 부족합니다.', '내가 잘못 판단하여 실수했습니다.' 솔직히 인정하면 더 많은 신뢰와 지지를 받을 수 있게 됩니다. 약점이 없는 사람이 어디 있으며, 실수하지 않고 잘못이 없는 사람이 누구입니까, 아무도 완벽하지 못한 우리들이 수많은 문제를 끌어안고 사는 이 사회에서 서로가 부족함을 인정하고 잘못을 시인하면 좋겠습니다. 그것이 우리의 희망이 되면 좋겠습니다. 우리 모두는 희망을 보고 살아가고 싶은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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