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담 대신 한숨만 '우울한 설 명절'
덕담 대신 한숨만 '우울한 설 명절'
  • 석재동 기자
  • 승인 2009.01.27 21:5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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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한파 탓 취업·정리해고 등 주요 관심
"언제나 경기가 좋아지려나. 글쎄. 젊은이들의 취업도 문제지만 일자리를 잃는 가장들이 더 문제야."

24일 오후 6시 청주의 한 식당. 추석이후 넉달만에 만난 서른아홉살 동창 5명의 모임은 서로의 근황을 묻고 간단한 덕담이 오고갔다.

술이 몇잔 기울여지자 자연스럽게 생업과 관련된 얘기로 화제가 이어지면서 근심과 우려의 목소리로 가득찼다.

지난해 설연휴 당시 경기도 성남에 본사를 둔 유명제과업체 과장에서 차장으로 승진해 친구들의 축하를 받았던 정구경씨(가명)는 이 자리에서 "회사에서 명예퇴직을 권고하면서 협력업체 부장자리를 알아봐줘 어쩔 수 없이 자리를 옮겼다"며 "남들에게만 해당되는 줄 알았던 명퇴라는 말이 막상 나에게 닥치니 답답할 뿐"이라고 말했다.

청주에서 생수유통업에 종사하는 김귀용씨(가명)는 "얼마전 생수 공급업체를 바꿨는데 이전의 업체에서 갖가지 방법으로 영업을 방해하는 통에 살 수가 없다"며 "유통업자들의 마진을 고려한 적정 공급가를 책정할 생각은 안하고 경제난을 이유로 자신들의 이익만 생각하는 대기업의 횡포에 말 그대로 죽을 맛"이라고 분통을 터트렸다.

설 연휴는 각처에 흩어져 살던 가족과 친지, 친구, 선·후배들이 오랜만에 만나 삶의 얘기를 나누는 때이자 자신의 생활지역 이외 민심이 한곳에서 버무려지는 시간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올 설 연휴 민심의 주된 관심사는 무엇이었을까.

설 연휴를 뜨겁게 달군 주요 관심사는 단연 다름아닌 때늦게 불어닥친 한파만큼 꽁꽁 얼어붙은 경제난이었다.

덕담이 오고가야할 각종 모임은 '취업', '정리해고', '장사' 등 먹고사는 문제가 화두에 오르면 자리를 불문하고 목청이 커졌다.

게다가 실직하거나 사업에 실패한 가족이 연락두절에다 고향집을 찾지 않은 가정은 즐거운 명절이라기보다는 초상집 분위기였다.

괴산군 괴산읍이 고향인 박모씨(43·청주 흥덕구 가경동)는 "경기가 어려워서 그런지 이번 설에는 친구 3명 중 2명과 1년 선배 2명 중 1명이 고향집을 찾지 않아 명절분위기가 전혀 나지 않았다"며 "고향을 찾지 않은 친구와 선배집에 들렀더니 어르신들이 반갑다는 인사 대신 자기 아들과 연락은 하고 사냐며 자식안부를 먼저 묻는 통에 곤혹스러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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