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단사고
집단사고
  • 충청타임즈
  • 승인 2008.12.10 2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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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논단
이 수 한 <꽃동네현도사회복지대 교수 신부>

정책결정과정에서 오류를 범할 수 있는 위험 가운데 하나는 집단사고이다. 집단사고는 매우 응집력이 강하고 권위적인 리더가 있는 집단에서 발생하기 쉽다. 우리는 흔히 여럿이 머리를 맞대고 논의하면 혼자보다 더 좋은 아이디어가 나오며 따라서 합리적인 결정이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여러 대안을 검토할 수 있는 절차가 확보되어 있지 않고 집단 내부의 압력으로 인해 도덕적인 판단과 현실 검증이 불가능한 상황에서는 오히려 합리적인 결정에 걸림돌이 된다.

집단사고의 예로 자주 등장하는 사건은 1961년 4월에 있었던 케네디 대통령의 쿠바 침공사건이다. 당시 중앙정보국(CIA)은 소수 특공대로 쿠바정권을 전복시킬 수 없음을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었다.

그러나 중앙정보국과 행정부의 고위관리 가운데 이의를 제기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결국 미국의 국가안전특별위원회는 쿠바 망명자들로 구성된 소수 특공대를 쿠바의 피그만에 침투시키는 작전을 허가했다. 그러나 115명이 전사하고 1189명이 포로로 잡히는 참담한 결과만을 얻은 채 실패하고 말았다. 또한 1986년 1월에 있었던 챌린저호의 폭발사고도 집단사고의 결과로 알려져 있다. 미 항공우주국(NASA)의 엔지니어들은 챌린저호 발사대의 낮은 온도 때문에 우주왕복선의 여러 금속 봉합에 심각한 파손이 초래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러나 간부들은 이 경고를 무시했고 발사 후 73초만에 폭발하여 탑승자 7명 전원이 사망하는 결과를 가져왔다. 이 외에도 존슨 행정부의 베트남전쟁 확대 결정, 카터 행정부의 이란 인질 구출 실패, 일본의 진주만 피습에 대한 미 태평양 함대 사령부의 가능성 무시 등도 집단사고의 결과로 알려져 있다.

최근 미국의 이라크 침공 사건도 선입견에 사로잡힌 부시 행정부 관료들이 집단사고의 함정에 빠졌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성전을 가장한 자살폭탄 테러, 우리만이 올바른 종교라는 배타적 종교관도 예외일 수 없다.

미국의 사회심리학자 어빙 제니스는 스스로 완전하다고 착각하는 데서 비롯된 과도한 낙관주의, 자신들의 가정에 도전하는 경고의 무시, 집단의 도덕성에 대한 맹목적인 신뢰, 외부의 반대 세력에 대한 도식적인(사악한 집단) 평가, 내부 반대자에 대한 직접적인 압력, 집단 합의와 다른 의견에 대한 자기검열, 만장일치로 합의했다는 착각, 조직수호를 자임하는 감시자의 존재 등을 집단사고의 원인으로 제시한다.

현재 우리나라의 정치·경제·사회 현상들을 둘러보면 곧 좋아질 것이라는 지나친 낙관주의, 온갖 경고의 무시, 시장 만능에 대한 맹목적인 신뢰, 비판 세력에 대한 무자비한 탄압, 임기가 보장되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코드가 맞지 않는다는 이유로 행사하는 사퇴강요, 대다수의 국민이 원하고 있다는 착각, 외부세력만이 아니라 내부 구성원까지도 감시하는 공안정치 행태 등 집단사고의 징후가 농후하다는 생각이다.

이러한 필자의 염려가 기우이기를 바라 본다. 아니 오히려 이러한 필자의 생각이 나만의 판단만이 옳다는 또 다른 집단사고이기를 간절히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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