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안 기름사고가 던진 메시지
태안 기름사고가 던진 메시지
  • 이수홍 기자
  • 승인 2008.12.04 21:4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데스크의 주장
이 수 홍 부국장 <서산>

지난해 12월 7일 발생했던 태안 기름사고가 벌써 1년의 세월앞에 서 있다.

태안 기름사고는 우리에게 많은 메시지를 던져줬다.세계적으로 사상 초유의 바다오염사고로 기록되고 있다는 점에서부터 영원히 되찾을 수 없을 것만 같았던 사고현장의 기름폭탄은 125만 자원봉사자의 손길앞에 원래의 모습으로 되돌아 왔다.

이같은 기적은 세계사의 기록으로 남게 됐다. 태안 기름사고는 언제나 그랬듯이 인재였다. 성수대교 붕괴, 삼풍백화점 붕괴 등으로 상징되는 후진국형 대형참사는 국가적으로도 치욕의 기록이 되고 있다.

안전 불감증 등 고질적 병폐인 한국형의 국가적 재앙을 불러온 태안 기름사고.

봄철만 되면 대형 산불로 전국이 떠들썩하고 여름철만 되면 태풍 등 수해로 국토는 만신창이가 되는 일이 되풀이 되고 있다.

복구는 더 가관이다. 눈가리고 아옹격인 땜질식 복구현장 때문에 언론을 통한 사회 고발이 끊이지 않고 있다. 공사현장에는 '완벽시공' 등 구호가 넘쳐나지만 헛구호나 마찬가지인 현장이 곳곳에 지금도 숨어 있는 게 현실이다. 으레 공사현장에는 이를 감독하는 감독관이 있고 철저하고도 완벽한 시공을 감시하는 감리단 등 시스템이 가동되고 있다.

문제는 관리감독의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되느냐는 점이다. 지난해 태안 기름사고는 우리나라 최대규모인 1만5000톤급의 해상 크레인이 인천에서 거제도로 향하던 중 갑자기 불어닥친 강풍을 이기지 못하고 항로를 이탈한 게 원인이었다.

엄청난 규모의 해상크레인을 끌고가던 예인선단 중 3000톤급 예인선 한 척이 강풍을 이기지 못하고 밧줄이 끊어지면서 상황은 더욱 악화됐던 것으로 드러났다.

문제는 거제도로 향하던 해상크레인이 인천으로 다시 회항할 수도 있었다는 것이다.

그 기회는 수차례.

그러나 해상크레인 선단은 회항 후 다시 출항하는 데 소요되는 수천만원의 경비 때문에 섣불리 회항 결심을 하지 못하고 무리한 항해를 강행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안전한 항해를 위해서는 회항이 필수였던 상황이었음에도 불구하고, 한국형 고질적인 안전 불감증이 판단을 흐리게 했던 것이다. 우리나라 산업현장에서 산업재해로 인한 국가적 손실 등 낭비요인이 한 해 수조원에 달한다는 통계자료가 있다.

이 또한 국가 경쟁력 제고에 있어 심각한 장애요인으로, 산업건설의 현장에서 추방시켜야 하는 과제가 된 지 오래다.

혹자들은 우리나라 국민성 중 버려야 할 것 중 하나로 냄비근성을 지적하고 있다.

냄비는 불에 쉽게 달궈지는 장점이 있는 반면 쉽게 식어버리는 단점이 있다. 시작은 좋고 강하지만 시작할 때의 초심은 잠시 방심하면 쉽게 잃어버리거나 잊어버리는 좋지 못한 근성이 있다는 것이다.

우리나라 국민성 중 제일먼저 타파해야 할 냄비근성이 사회 곳곳에 도사리고 있는 한 한국형 대형 참사가 세계사에 기록되는 일은 근절되지 않을 것이다. 태안의 기름사고는 국가적 재앙이었다. 태안의 경제를 한순간에 초토화시켰었다.

그러나 희망을 되찾아 가고 있다.

"위기를 기회로 삼는 살아있는 정신이야 말로 이미 절반의 성공을 가져 온 것이다"고 강조하는 진태구 태안군수의 굳은 신념은 태안의 기적과 궤를 같이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는 태안의 기름사고 1년을 되돌아봐야 할 시점에 와 있다.

혹여 냄비근성이 태안의 기적 앞에 또아리를 틀고 있지는 않은지 주위를 살펴야 한다. 태안의 기적은 태안발전의 밑거름이 될 것으로 믿어 의심치 않는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